연방선거 앞둔 내년 2월, 캔버라대학교 부총장으로… 여-야 의원들, 아쉬움과 찬사 보내
연방 노동당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에서 NDIS 장관으로 재임 중인 빌 쇼튼(Bill Shorten) 의원이 정계에서 물러날 뜻을 발표했다.
지난 9월 5일(목), 갑작스런 의원직 사임과 정계 은퇴 발표에 여당은 물론 자유-국민 연립 야당 또한 ‘총리로서의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한 쇼튼 의원의 정치계 은퇴에 아쉬움과 찬사를 보냈다.
쇼튼 대표는 이날(5일), 알바니스 총리와 함께 ‘The Lodge’(캔버라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갖고 의원직 사임 뜻을 밝혔다. 내년 3월과 5월 사이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연방 선거를 앞두고 2월까지만 의원직을 유지키로 한 쇼튼 의원은 “새로운 직업을 위해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전, 노동당 대표로 재임하면서 호주를 이끌 총리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선거에서 패배한 쇼튼 의원은 내년 2월 캔버라대학교(University of Canberra) 부총장으로 새 경력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쇼튼 의원을 “친구”라고 칭한 알바니스 총리는 쇼튼 의원이 2월까지는 NDIS 및 서비스 장관으로 내각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2013년 선거에서 패한 후 당 대표로 선출돼 노동당 재건을 위해 노력한 쇼튼 의원에 찬사를 보냈다.
쇼튼 의원은 은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난 17년 동안 몇 가지 비정상적인 정치적 고점을 경험했으며, 몇 가지 비정상적인 정치적 저점에 직면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의 정치 기반이었던 빅토리아(Victoria) 주 노동당 우파 진영으로부터 은퇴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결정은 순전히 자신의 판단임을 분명히 했다.
쇼튼 의원의 선거구인 빅토리아 주 마리비농(Division of Maribyrnong)은 노동당의 오랜 텃밭으로, 쇼튼 대표의 사임으로이후 이 자리는 United Workers Union 간부인 조 브리스키(Jo Briskey)로 대체될 것으로 보이지만 새 인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
쇼튼 의원의 미디어 브리핑에 함께 한 알바니스 총리는 특히 쇼튼 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했던 robo-debt에 대한 왕립위원회 조사, 장애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지원하는 정부 제도 ‘NDIS’(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를 그의 유산으로 언급했다. 쇼튼 의원도 NDIS를 지속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주요 변화에 대해 무모하게 반대한 녹색당을 “protest outrage factory”라고 비난했다.
과거 노동당의 밥 호크(Bob Hawke)-폴 키팅(Paul Keating) 총리 당시의 여러 정책 개혁 당시, 노동계 주요 인사이자 무역노조(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 사무총장을 지낸 빌 켈티(Bill Kelty)씨는 “호주 국민들은 케빈 러드(Kevin Rudd)와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정부 당시 세계 최고의 장애보험제도(NDIS)를 만드는 데 기여한 쇼튼 의원에게 빚을 졌다”면서 “그가 총리가 되지 못한 것이 유감”이라는 말로 쇼튼 의원의 은퇴 결정을 아쉬워했다.
쇼튼 의원이 노동당 대표로 있던 당시, 집권 여당 내 권력다툼 과정에서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에 밀려났던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전 총리도 “쇼튼 의원의 부재는 캔버라 의회의 큰 (인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애보트 전 총리는 “그는 학계에서 호주를 위해 계속 봉사할 터이지만 우리 정치계는 용기와 신념을 가진 사람이 더 필요한데, 빌은 늘 더 높은 곳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전 연립 여당의 프론트벤처였던 제임스 패터슨(James Paterson) 상원 의원 또한 “쇼튼 대표는 킴 비즐리(Kim Beazley) 전 노동당 대표처럼 기억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비즐리 대표에 대해 훌륭한 총리가 될 사람이라고 한 것처럼 쇼튼 의원 또한 그러했다”고 전했다.
현 알바니스 총리와 쇼튼 의원은 리더십 경쟁에서 서로 다른 편에 있었지만(2019년 선거에서 패한 뒤 쇼튼은 대표직을 사임했고 현 알바니스 총리가 당 대표에 선임됐다) 2022년 노동당이 집권한 이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9년 연방선거에서, 예상치 못하게 자유당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대표에게 패한 것에 대해 당시 쇼튼 대표 “노동당 선거 캠페인의 위협적인 ‘100가지 긍정적 정책’ 때문”이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선거 패배 후 쇼튼 의원은 “유권자들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인정하면서 “우리 노동당은 (국민들을 위한) 큰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또 정치의 힘을 활용해 권력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어설 때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권력만을 지향하지 않고 진정 모두를 위한 정치를 펼치고자 했던 쇼튼 의원의 이 같은 자세는 정당을 떠나 모든 정치인들로부터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런 점 때문에 알바니스 총리는 쇼튼 의원을 “노동자를 위한 전사”라고 표현했으며, 또한 “2013년 선거에서 패한 이후 당을 통합했고 전당대회를 통해 노동당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NDIS 장관으로 최근 이의 개혁을 추진했던 쇼튼 의원은 NDIS 본래 설계자인 멜번대학교 공공보건대학원 브루스 보니하디(Bruce Bonyhady) 교수로부터 “NDIS의 재추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NDIS 개혁을 위한 쇼튼 의원의 첫 번째 법안은 녹색당을 비롯해 일부 주 총리 및 장애 옹호단체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지난달(8월) 집권 노동당 및 연립 야당의 지지를 받아 의회에서 승인됐다.
■ 빌 쇼튼 의원은…
역대 노동당 대표 가운데 장기간 당을 이끌었던 몇 안 되는 인사 중 한 명인 빌 쇼튼(Bill Shorten) 의원은 연방 의회 입성 오래 전부터 정치에 관심을 두고 활동해 왔다. 하이스쿨 당시 노동당 당원으로 입당한 그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법조계에서 일하다 호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무역노동조합(trade unions)인 ‘Australian Workers’ Union’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조에서 일하던 중 타스마니아(Tasmania)에 있는 비컨스필드(Beaconsfield) 광산 붕괴 사건이 일어나자 그는 정치 입문을 결심했다. 이 사건은 2006년 4월 25일 오후 9시경, 작은 지진에 의해 비컨스필드 금광이 무너진 것으로, 당시 금광 안에는 17명의 근로자가 있었으며 14명은 붕괴 직후 탈출했지만 1명이 사망하고 다른 2명의 광부는 14일이 지난 5월 9일 구조된 바 있다.
이듬해인 2007년, 그는 멜번 북서부 지역의 마리비농 선거구(Division of Maribyrnong. 멜번 inner north-western 지역인 Aberfeldie, Airport West, Avondale Heights, Braybrook, Essendon, Kealba, Keilor East, Maribyrnong, Moonee Ponds, Niddrie, St Albans and Sunshine North를 포함한다)에서 출마, 연방 의회에 진출했다. 당시 선거에서 자유-국민 연립의 4연임 정부를 꺾고 노동당 러드(Kevin Rudd) 대표가 총리로 취임한 후 쇼튼은 백벤처(backbencher) 기간 없이 곧바로 의회 사무총장에 발탁됐다.
그는 노동당 정부 당시 현재 시행되는 국가 장애보험제도 ‘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입안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으나 러드가 임명한 부총리 길라드(Julia Gillard)의 반란(?) 당시, 부총리를 당 대표로 세우며 러드 총리를 축출하는 데 일조한 인물로 관심을 받았다. 길라드는 러드의 신임으로 호주 사상 첫 여성 부총리 자리에 올랐으나 2010년, 러드 총리가 탄소세 추진을 강행하면서 지지도 하락을 보이자 노동당 원로들을 규합, 당권에 도전해 새 대표가 되었으며, 이런 그녀의 ‘모의’에 쇼튼은 ‘얼굴 없는’ 지지자로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노동당 내 쇼튼 파벌의 지원으로 길라드는 러드를 물리치고 당 대표이자 집권 여당 수장으로 호주 역사상 첫 여성 총리(제27대)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쇼튼은 길라드 총리 재임 동안 그녀를 지키는 최고의 방패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3년, 러드의 반격으로 노동당 당권 싸움이 다시 일어났을 때 쇼튼은 길라드 대신 러드를 선택했고, 그가 당 대표이자 총리로 복귀하는 데 일조했다.
쇼튼은 연방 의원으로 당선된 2년 후인 2009년 호주 총독(Governor-General)을 지낸 퀜틴 브라이스(Quentin Bryce)씨의 딸 클로이(Chloe)씨와 결혼했다(결혼 당시 퀜튼 브라이스는 총독으로 지명되지 않았다).
2013년 총선에서 노동당은 애보트(Tony Abbott)가 이끄는 자유-국민 연립에 패하게 된다. 선거에서 패한 러드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고, 러드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내던 크리스 보웬(Chris Bowen)이 새 대표(2013년 9월 18일)가 되었으나 곧 이은 노동당 당권 경쟁이 일자 자신 사퇴(2013년 10월 13일)했으며, 빌 쇼튼은 경쟁자인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의원을 물리치고 새 대표가 됐다. 그리고 알바니스와 함께 정권 탈환으로 위해 노력한 결과 2016년 선거에서 자유-국민 연립을 크게 위협하기도 했다.
그리고 3년 후 자유당 스콧 모리슨 대표와의 단두대 매치와도 같았던 선거에서 쇼튼 대표는 또 한 번 패배를 맛본다. 당시 선거 캠페인에서 노동당은 자유-국민 연립과 대등하거나 앞서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노동당의 네게티브 기어링 개혁 정책이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당 내에서도 이 제도 개혁을 너무 일찍 내놓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었다.
연속된 선거 패배로 쇼튼 대표는 노동당 리더십 자리를 내놓았고, 현 총리인 앤서니 알바니스 의원이 당내 의원들 만장일치로 당 대표에 취임했으며, 쇼튼 의원은 그를 도와 정권 재창출에 몰두, 2022년 선거에서 승리해 9년 만에 집권 정부를 구성하게 됐다. 그리고 알바니스 내각에서 NDIS 장관에 지명돼 국가장애보험 제도의 개혁 작업을 주도해 왔다.
■ 빌 쇼튼 의원 프로필
-1967년 5월 12일 / 멜번(Melbourne)에서 출생
-1998~2007년 / Australian Super 대표
-2001~2007년 / Australian Workers’ Union 전국 사무총장
-2005~2007년 / Victorian Funds Management Corp 대표
-2007년 / 빅토리아(Victoria) 주 연방 선거구 마리비농 선거구(Division of Maribyrnong)에서 출마, 연방 의회 입성
-2007년 12월~2010년 9월 / 장애 및 아동복시 서비스부 차관
-2009년 2월~2010년 9월 / 빅토리아 주 산불복구 차관
-2010년 9월~2011년 12월 / 길라드(Julia Gillard) 내각에서 재무부 차관으로 발탁
-2010년 9월~2013년 7월 / 재정부 및 퇴직연금 담당 장관
-2011년 12월~2013년 7월 / 고용 및 직장관계부 장관
-2013년 7월~9월 / 러드(Kevin Rudd) 내각에서 교육부 및 직장관계부 장관 겸임
-2013년 10월 / 연방선거에서 자유-국민 연립에 패한 뒤 러드 대표가 사임함에 따라 노동당 대표로 선출
-2016년 7월 / 연방 선거에서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에 패배
-2016년 7월~2019년 6월 / 야당 내각 원주민부 담당
-2019년 5월 / 연방 선거에서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에게 충격적 패배 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남.
-2019년 6월~2022년 5월 / 야당 내각 NDIS 및 정부 서비스 담당
-2022년 6월~현재 / 노동당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내각에서 NDIS부 장관 역임
-2024년 9월 5일 / 내년 2월 정계에서 은퇴한 뒤 캔버라대학교 부총장으로 부임할 것이라고 발표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