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호주가 국경을 폐쇄한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국내 노동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의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는 “호주의 고용주들이 전염병 사태 이전처럼 국제 노동시장을 활용할 수 없기에 국내 경제에서 임금인상 움직임이 시작됐다”면서 “전염병 사태 이전까지 호주 내 특정 기술 인력이 부족할 경우 해외 노동시장에서 관련 인재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경 폐쇄로 일부 분야의 인력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로우 총재는 “호주 정부가 시행하는 현재의 이민 수준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부족한 기술 인력을 해외 노동시장에서 유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우 총재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일부 직종에서 임금상승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퀸즐랜드 주 투움바(Toowoomba, Queensland)의 한 행사에 참석한 로우 총재는 “현재 호주 노동시장은 확실히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그가 투움바에서 연설을 가진 직후 공표된 새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호주 내 신규 고용은 11만5,200명에 달하며 이로써 전국 실업률은 5.5%에서 5.1%로 하락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업률 하락은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호주 대형 컨설팅 사 중 하나인 EY의 수석 경제학자 조 마스터스(Jo Masters) 연구원은 “대단한 결과”라며 “분명 경제가 회복되는 분야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 같은 실업률 하락은 호주 경제가 단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녀는 이어 “노동시장의 이런 추진력은 지속적으로 호주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게 되고, 이는 임금상승과 가계수입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우 박사는 “하지만 호주 경제에서 임금상승 요인이 나타났음에도 고용주들은 이를 피하고자 한다”면서 “노동시장 긴축 징후에고 불구, 임금인상과 인프레이션은 여전히 거의 제자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필요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직정에서도 임금인상을 극히 저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로우 박사의 말이다. 호주 기업들, 광산 붐 시대를 기억한다 로우 총재는 연설에서 “호주 경제는 보다 광범위한 역동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호주 기업인들은 호주 달러가 미화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녔던 2000년대 초반 호주 자원 붐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수 기업들이 높은 인건비를 포함해 호주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로우 박사에 따르면 이런 경험은 기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으며 비용관리의 중요성을 강화시켰다. 결국 “이는 많은 기업의 지배적 사고방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매월 첫주 화요일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통화정책 회의를 갖는 RBA의 6월 회의에서도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유사한 의견을 피력했다. RBA 관계자들은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기업들은 일회성 성과급 및 보다 유연한 근무방식으로 인력을 유치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합리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일부 기업은 신규 노동자를 유치하고자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대신 노동력 부족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경 재개를 기다려야 로우 박사는 이어 현재의 전염병 사태에서 기업들은 국경이 재개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로우 총재의 설명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기업들은 비용 기반을 높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올해 연말쯤으로 예상되는 국경 재개를 원하고 있다.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로우 총재는 “하지만 1년 후에도 현 상황이 계속되고 국경에 개방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임금 및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을 더 크게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것은 불활성성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로우 총재는 현 호주 경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언급하면서 호주 경제의 놀라운 회복의 주요 동인으로 소비가 살아나고 있음을 꼽았다. 로우 박사는 “정부 지출로 소비가 반등했다”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지급하고 그것을 소비하도록 하면 국민들 대부분이 이를 지출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낮은 실업률, 일자리 증가 요인은? 커먼웰스 은행 경제학자인 가레스 에어드(Gareth Aird) 연구원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수십 만 명의 단기 외국인 근로자가 호주를 떠났다는 것은 현재 호주의 일자리가 왜 기록적인 수준으로 많은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사 고객에서 보내는 정기 경제 분석 보고서에서 “접객 서비스 분야처럼 해외 근로자가 더 많이 집중된 산업은 현재 엄청난 일자리 공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노동자를 유치하고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되는 상황에서 임금상승 여건이 높아진 것은 타이트한 노동시장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 실업률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배경은 전염병 사태로 해외 근로자들이 대거 호주를 떠난 것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사진 : Pixabay / Free-Photo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