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사망 발생 6주 만에 ‘백신 제조’ 착수, 동물실험 준비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백신이 호주에서 처음으로 나올 수 있을까. 현재 호주 연구팀의 백신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백신(Vaccine) 또는 예방주사는 항원, 즉 병원체를 약하게 만들어 인체에 주입하여 항체를 형성하게 하여, 그 질병에 저항하는 후천 면역이 생기도록 하는 의약품이다. 병을 예상하여 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백신을 주사하는 것을 예방 접종이라고 한다. 백신은 치료제와는 다르다. 현재 코로나 19 감염자의 치료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에이즈 치료제, 혹은 최근 에볼라 치료제가 효과를 보았다는 소식이 있고, 지난주 중국 의학계는 감염이 완치된 이의 몸에서 항체를 추출하여 감염자에게 주입하여 효과를 보았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그러나 백신은 좀 더 긴 안목으로 예방을 위해 개발하는 것이다.
COVID-19의 치명적 사례 이후 각국 과학자들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다. 호주 과학자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 직후 같은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잠재적 백신을 개발, 멜번 소재 CSIRO(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에서 소량을 제조해 동물실험에 착수할 것이라고 지난 토요일(22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한 이후 호주의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한 특별 계획은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연구팀이 주도하고 있으며 기타 다른 대학 및 연구소들도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백신 실험이 성공한다면, 호주 연구팀은 COVID-19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되며 새로운 차원의 백신개발 기술로 잠재적 치명 상황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호주 및 전 세계 COVID-19 백신 개발은= 백신은 감염 예방을 위한 최상의 도구이다. 이미 척추성 소아마비, 디프테리아(diphtheria. 어린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급성 전염병 중 하나), 풍진 등 치명적 질병을 막는 데 크게 일조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백신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힘든 작업일 뿐 아니라 종종 실패했다. 연구에서 승인까지 하나의 백신이 사용되기까지는 약 10년이 소요되며, 그나마 효과가 확실한 성공을 거두는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연구들이 실패로 귀결되곤 했다.
과학자들은 이미 지난 십여년 동안 ‘SARS’(사스,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와 ‘MERS’(메르스, Middle Eastern Respiratory Syndrome. 중동 호흡기 증후군)를 경험했고 ‘Ebola’(에볼라)와 ‘Zika’(지카) 바이러스가 출현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자 백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새로운 질병 위협에 대응해 신속하게 백신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기구가 2017년 시작된 ‘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CEPI 연합. 본부는 노르웨이)이다. CEPI 연합의 계획은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 시 즉각 적응할 수 있는 ‘플랫폼 백신’(platform vaccines)을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CEPI 연합은 이를 분리하는 것에서 16주 이내 백신을 테스트하고 12개월에서 18개월 이내 광범위하게 배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가운데 첫 번째 실험 준비가 호주 과학자들에 의해 CEPI 연합의 계획보다 앞당겨 진행되고 있다.
멜번(Melbourn) 소재 감염 및 면역연구소인 ‘도허티 연구소’(Doherty Institute for Infection and Immunity)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한 이후 호주에서 맨 처음 사람으로부터 이 바이러스 샘플을 채취해 냈다. ‘도허티’ 연구원들은 채취한 바이러스를 원숭이 신장 세포로 채워진 플라스크(flask) 안에 넣고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이를 모니터링 했다. 플라스크 안에 있는 바이러스들은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그리고 플라스크 안의 세포가 죽을 때까지 점차 빠르게 움직였으며 세포는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 백신은 어떻게 작동하며 새로운 유형의 백신이 필요한 이유는= 모든 백신은 인체 면역체계의 타고난 방어능력을 이용함으로써 효과를 나타낸다. 면역체계는 바이러스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 이를 파괴하기 위해 다른 항체를 만들어낸다.
모든 바이러스는 모양이 다르다. 이를 파괴하려면 인체는 바이러스에 달라붙기 위한 정확한 모양의 항체를 만들어야 한다. 퍼즐 조각들이 서로 맞물리는 것으로 비교할 수 있다. 이것이 연결되면 바이러스를 퇴치하게 된다.
CEPI 연합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COVID-19 백신은 현재 3가지이며 이 가운데 최소 하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중 2가지는 CEPI-Inovio-Moderna가 함께 하는 제약회사에 의해 개발이 진행 중으로, ‘DNA 백신’의 일종이다.
다른 하나는 호주 과학자들이 개발 중인 ‘분자 클램프(molecular clamp) 백신’이며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회사들은 독립적으로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CEPI 연합이 일하는 방식 중 다른 점은 백신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해당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 시 이 샘플을 얻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대신 바이러스가 발병하자마자 얻을 수 있는 유전자 코드를 이용하고 있다. 이번에 중국 당국은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코드를 뒤늦게 공개하여 전 세계 의학계의 비난을 샀다.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 코드를 분석하고 바이러스의 작은 조각이 담고 있는 부분을 식별하게 된다. 만약 그 부분에서 알아낸 DNA를 인체 세포에 주입한다면 세포는 이를 알고 바이러스의 작은 부분을 파악하기 시작하며, 면약체계는 바이러스의 조각을 발견하고 이를 죽이기 위한 항체를 만들게 된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남부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University of Adelaide)에서 재직했던 DNA 백신 전문가 에릭 고완스(Eric Gowans) 교수는 “이것이 가장 간단한 백신이며 가장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불행하게도, 종종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반면 호주에서 COVID-19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퀸즐랜드대학교 연구진이 개발 중인 ‘분자 클램프 백신’은 완전히 다르다.
▲ ‘분자 클램프’ 백신은= 이 기술은 약 7년 전 이 대학교의 키이스 샤펠(Keith Chappell) 박사, 다니엘 왓터슨(Daniel Watterson) 박사 및 폴 영(Paul Young) 교수가 개발했다. CEPI 연합의 기금을 지원받은 이들은 혁신적 백신 개발에 주력해 오다 COVID-19 출현으로 이에 대한 백신 개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COVID-19의 유전자 서열은 중국 우한(Wuhan)에서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한 달 정도가 지난 1월 11일, 중국 당국에 의해 공개됐다. 공개 24시간 이내에 호주 연구진은 목표로 하고자 하는 바이러스의 부분을 골라 연구에 착수했다.
영 교수는 “바이러스 자체는 필요하지 않으며, 우리가 원한 것은 시퀀스(sequence. 염기서열)였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에 들어가 번식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줄을 감아놓은 것(coiled up)과 같은 응고된 ‘스파이크’(spike) 단백질로 덮여 있는데, 이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체 세포와 결합해야 풀리도록 설계되어 바이러스를 유입시키기 위해 세포벽에 구멍을 뚫는다. 인체의 면역체계는 그 단백질을 인식한 뒤 이를 죽이기 위한 항체를 만들어내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기회를 얻기 전에 죽이기 위해 스파이크 단백질의 코일(coiled) 모양을 인식하여 이를 파괴하려 한다. 때문에 만약 감염되기 전에 면역력을 가지려면 스파이크 단백질을 잘라내어 백신에 붙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는 것이 연구팀의 말이다.
바이러스 표면에 연결되지 않은 코일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백신에 담아 주입하면 스파이크 단백질의 코일은 체내에서 자동으로 풀어진다. 이로 인해 인체는 COVID-19 표면의 코일 모양 단백질에 대항하기 위한 항체를 만드는 대신 풀어진 코일(uncoiled) 모양의 단백질과 일치되는 항체를 만든다. 그리하여 완전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을 때 항체는 이를 죽이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잠재적인 해결 방안은 ‘분자 클램프’ 백신이다. 이 클램프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코일 모양으로 고정시키는 작은 단백질 조각이다. 영 교수는 “이는 그 단백질을 바이러스에 보이는 모양 그대로 고정시킨다”고 설명했다. 그 모양으로 이 단백질을 묶어 놓음으로써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파악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오클랜드대학교(University of Auckland) 분자생물학자인 우플리 디비세케라(Upulie Divisekera) 교수에 따르면 이는 면역체계로 하여금 바이러스를 공격하기 위한 항체가 아니라 다른 많은 항체를 생성하도록 만든다. 독감이 인체의 면역체계를 벗어나고자 변이를 일으키는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돌연변이를 만든다. 디비세케라 교수는 “다양한 항체를 만들어냄으로써 인체가 변이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광범위한 면역반응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호주 연구팀, 잠재적 백신 개발= 지난주 2월 20일(목) 밤, 연구팀의 백신 설계가 멜번 소재 CSIRO의 제조시설로 보내졌으며, 현재 시험용 백신 제조가 준비되고 있다. 이 시설에는 차이니스 햄스터(Chinese hamster) 난소 세포가 들어간 200리터의 발효 통이 마련된다. 이는 이번 작업에 가장 적합한 세포로 알려져 있다. 준비된 발효 통에 퀸즐랜드대학교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채취한 클램핑 단백질 DNA 염기서열이 주입된다. 그러면 이 세포들은 이 DNA를 흡수하고 그 안에 포함한 클램프 단백질 제조 방식을 복사하는데, 이를 추출한 뒤 정제하여 백신에 넣는다.
CSIRO의 백신제조부서 책임연구원인 조지 로프레츠(George Lovrecz) 교수는 “우리는 4주 이내 정제된 물질이 제공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들(퀸즐랜드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가 첫 번째 예비 백신 제조에 매우 가깝다고 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 백신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나= 백신은 사람에게 접종하기 전, 먼저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를 테스트하게 된다. 멜번 남서부 질롱(Geelong)에 자리한 CSIRO의 실험실은 조만간 나올 예비 백신의 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이곳 실험실 과학자들은 도허티 연구소의 바이러스 샘플을 사용, 코로나 바이러스 통(vat)에 배양했다. 잠재적 백신이 제조되면 실험실에서는 이를 작은 동물(아마도 족제비가 될 듯)에 투여,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시킨다.
과학자들은 이 백신의 시험 결과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시험용 족제비가 건강을 유지한다면, 이어 사람에게도 시험된다. CSIRO의 생물보안 책임자인 롭 그렌펠(Rob Grenfell) 박사는 “3월 중순까지 동물시험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백신 성공률은= 이론상 이 백신 기술은 정확히 작동한다. 전 세계 많은 과학자들이 이 연구 결과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으며 퀸즐랜드대학교 연구팀의 백신 성공 확률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과학적 발견은 실패가 훨씬 많았으며 동물 시험에서 효과가 나타난 예비 신약이 인간에게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사례 또한 3분의 2에 달한다. 이런 점을 감안, CSIRO 과학자들은 하나의 효과가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21가지 이상의 다른 백신들을 테스트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이 가운데서 하나만 성공하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