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싱크탱크 ‘Frontier Center for Public Policy’의 Housing Affordability’ 보고서
영어권 국가 등 8개국 주택시장 조사… 시드니 등 5개 도시, ‘내집 마련’ 가장 어려워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높은 가격으로 사회적 이슈로 부상된 호주 주택 문제를 지적하는 또 하나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학계의 조사 결과, 호주의 거의 모든 대도시는 중산층 구매자에게 있어 내집 마련이 가장 어려운 주요 국가 상위 25% 시장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채프먼대학교(Chapman University) 공공정책 싱크탱크 ‘Frontier Centre for Public Policy’가 주요 국가 시장 조사를 통해 내놓은 ‘Demographia International Housing Affordability’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으로, 동 기관의 조사는 ‘중간 소득’(median income) 가구가 ‘중간가격’(median-priced)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두었다.
이를 기반으로 Frontier Centre for Public Policy는 한 국가와 전 세계 다양한 시장을 비교하기 위해 주택 중간가격에 대한 중간 소득의 비율인 ‘중간 배수’(median multiple)라는 측정 항목을 사용했다.
그 결과 홍콩(Hong Kong), 시드니, 밴쿠버(Vancouver)는 해당 지역 구매자(중간 소득 계층)들에게 있어 가장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중간가격을 보이는 시장으로 분석됐다. 반면 미국 피츠버그(Pittsburgh), 로체스터(Rochester), 세인트 루이스(St Louis)는 구입 경제성 측면에서 가장 내집 마련이 가장 쉬운 도시로 꼽혔다.
Frontier Center for Public Policy는 이번 조사에서 호주, 캐나다, 홍콩, 아일랜드 뉴질랜드, 싱가포르, 영국, 미국의 주택시장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호주의 도시 가운데 시드니, 멜번(Melbourne), 애들레이드(Adelaide), 브리즈번(Brisbane), 퍼스(Perth)는 모든 조사 대상에 포함된 94개 시장 목록에서 중간 소득자의 주택구입 가능성(높은 중간가격으로 인해)이 가장 낮은 상위 25% 도시에 속했다.
보고서는 “현재 주택가격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면서 고소득 국가에서의 주택구입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주택 위기는 주택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고 토지 가격을 상승시키며 많은 이들의 주택 소유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토지이용 정책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우려’ 커지는 주택 문제
관련 주제에 대한 20년 넘는 연구 사상 처음으로 이번 보고서 저자들은 ‘주택구입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할 정도로 감당할 수 없는’(impossibly unaffordable)이라는 새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불가능’(impossible)이라는 용어는 중간 소득 가구가 중간 배수 9.0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데 직면한 극도의 어려움을 전하고자 선택됐다(호주의 median multiple, 즉 주택 중간가격과 중간 소득의 비율은 역사적으로 3 이하 값을 맴돌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토지 및 주택개발에 대한 공공정책 제한이 있는 시장에서 극적으로 증가했다).
저자들은 “이 정도의 ‘감당할 수 없는 수준’(level of unaffordability)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도시 확장을 제한하고 인구밀도를 높이려는 도시계획 정책이 중산층을 ‘포위된’(under siege) 상태에 빠뜨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 효과는 토지 가치와 주택가격이 정통 도시계획(planning orthodoxy)에 의해 파괴된, 매우 경쟁적인 토지 시장에 의존하는 중산층에 비해 편향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보고서에 언급된) ‘불가능할 정도로 감당할 수 없는 시장’(impossibly unaffordable markets)들은 모든 ‘심하게 감당하기 힘든 시장’(severely unaffordable markets)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정통 도시계획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와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연구에 따르면 주택 가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장기적인 원인 외에도 최근 ‘주택가격 충격’의 거의 3분의 2는 전염병 대유행 기간 중의 갑작스럽고 중대한 원격 근무로의 전환에 기인할 수 있다. 실제로, 호주에서도 팬데믹 기간 중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집에서의 업무를 위한 보다 넓은 주택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이로써 가격 또한 급격하게 상승했다.
통계청(ABS)의 최근 데이터를 보면 호주에서는 매년 21만800채의 주택이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려면 이 수치는 약 24만 채로 늘어나야 한다.
시장 분석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중간 소득자들이 호주의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려면 전체 수입의 약 60%를 이에 지출해야 한다.
싱가포르가 보인
성공적 주택 정책
Frontier Centre for Public Policy의 이번 보고서는 또한 싱가포르 정부가 1960년대의 ‘절박한 주택 상황’에서 오늘날 주택구입 경제성이 가장 월등한 국가로 전환할 수 있었던 능력을 강조한다.
보고서는 “(싱가포르는) 비위생적 빈민가와 불법 거주자의 밀집된 거주지가 특징이었다”면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주택 및 개발위원회(Housing and Development Board. HDB)를 신설해 부동산 소유 민주주의를 장려하고 중-하위 소득층의 시민들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정책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싱가포르 시민의 90% 이상은 자신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거의 모두가 HBD 주택에 거주한다.
지난해 리셴룽(Lee Hsien Loon) 싱가포르 총리는 고품질 공공주택에 대한 정부의 약속을 재차 밝혔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모든 소득 그룹의 싱가포르 사람들이 공공주택에 접근할 수 있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또한 주택 계획이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고 포용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국민주택 이야기를 강력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