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자살 예방 도움의 전화 상담, 11만 건 이상, ‘생활비 스트레스’ 고통 호소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생활비 압박이 호주인의 정신 건강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가계 재정 스트레스를 겪는 이들이 기록적인 수치로 자살 예방 상담 전화인 ‘Lifeline’에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자살 예방 헬프라인(Lifeline 13 11 14, Beyond Blue 1300 22 4636)에 전화 또는 디지털 메시지로 연락을 취한 11만 명 이상이 재정 문제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을 밝혔다. 이 수치는 하루 300건 이상에 달하는 것이다. 어려움을 표출한 상당 비율이 본인의 고통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재정 스트레스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Lifeline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상담 요청이 있었던 날은 지난 10월 7일로, 이날 하루에만 총 4,405건(전화 3,500건, 디지털 메시지 905건)이 접수됐다. 이는 팬데믹 사태가 절정에 이르렀던 2020년 최고치보다 약 1,000건이 더 많은 수치이다.
Lifeline 상담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가장 많은 전화가 걸려온 10일 가운데 4일은 올해 9월에 기록됐다. 또한 이 10일 가운데 8일은 바로 2024년 들어 기록된 것이다. 이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부담이 시작된 이래 올해 들어 호주 각 가계가 견디기 힘들 만큼 어려움에 몰렸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Lifeline 자원봉사자인 리암 브레넌(Liam Brennan)씨는 “사람들은 식료품을 구입할 돈이 없어 자녀들의 먹거리를 걱정하고 있다”며 “특히 고령의 여성들은 냉-난방기를 켤 여유가 없음은 물론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를 작동하는 것조차 걱정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로부터 전화를 받지만 재정 문제로 인해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올해 10월, Lifeline의 재정 스트레스 툴킷 웹페이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두 배나 많은(183% 증가) 조회수를 보였다.
동 단체 전국 책임자인 콜린 시리(Colin Seery) 최고경영자는 사람들의 재정적 회복력에 도움이 되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하는 시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전반적인 상품가격 압박이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호주인이 겪는 생활비 부담은 정신 건강에 엄청난 타격을 미친 상황이다. 수많은 가계가 담보대출 상환이나 임대료 인상에 대처하고 또한 식료품, 에너지 사용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리 최고경영자는 “가정폭력과 사회적 고립, 극심한 날씨, 해외에서의 불안한 사건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추가해 감안하면 호주인들의 정신적 고통 수준이 증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ifeline의 선임연구원인 안나 브룩스(Anna Brooks) 박사는 재정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 또는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위험 요인이라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녀는 “이제는 사람들이 (구호단체가 아닌) Lifeline 센터에 찾아와 음식과 침구를 요청하고, 일부 상담센터는 이를 예비하고 있다”면서 “Lifeline은 기본적인 지원 및 자살 예방 상담을 제공하지만 우리를 찾는 이들을 보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느께게 된다”고 말했다.
호주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민간기구 ‘Orygen’이 전국 청년 2만 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를 보면 5명 중 1명이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절반 이상은 미래 재정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