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자들, 영구 사용 국가들의 기대수명 분석… 호주, 90년대 이후 성과 뚜렷
오픈 액세스 의학저널 ‘BMJ Open’에 소개, ‘원주민 건강 불평등’은 개선되어야
호주 거주자들이 영어권의 다른 고소득 국가에 비해 건강 상태가 더 양호하고 보건 불평등 또한 적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누구나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해당 리소스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의학저널 ‘BMJ Open’에 게재된 내용이다.
국제 연구원들은 호주를 비롯해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미국 등 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1990년에서 2018년 사이 각국 국민들의 기대수명을 검토했다. 그 결과 호주가 1990년대 이후 출생시 기대수명에서 가장 좋은 예상치를 보였음을 확인했다.
연구원들은 “호주가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특히 원주민과 비원주민간의 기대수명 불평등을 줄이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호주는 조기 사망률과 기대수명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 영국 등 기대수명 성과가 낮은 국가들에게 잠재적 모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 호주의 연령-성별 분포
최근 통계청(ABS)이 내놓은 2023 전국 연령 및 성별 분포 데이터에 따르면 다윈(Darwin, Northern Territory)은 모든 수도에서 가장 젊은 중간 연령을 보였다.
ABS 인구통계 책임자인 베이더 조(Baidar Cho) 국장은 “다윈은 두 번째로 젊은 캔버라(Canberra)에 비해 1년 더 낮은 중간 연령”이라며 “또한 이 도시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유일한 수도로, 여성 100명 당 남성이 104.7명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호주국립대학교(ANU) 인구학자인 리즈 앨런(Liz Allen) 박사는 이번 ABS 데이터에 대해 “현재 고령화되고 있는 호주 지역을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하면서 “호주 전역 중 일부 지역에서 고령화가 상당히 두드러지고 있으며 특히 각 수도 외 지역에서 더욱 그러한데, 이로 인해 지방이나 먼 외딴 지역에서 엄청난 연령 격차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앨런 박사는 “다윈 및 NT의 중간 연령이 가장 젊은 배경은 일반적으로 인구 구성의 차이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다”며 “우리는 이 지역의 훨씬 더 젊은 인구를 보고 있는데, 이는 더 높은 출산율 및 이 지역 원주민 인구에 의해 주도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앨런 백사는 모든 수준의 정부(지방, 주 및 연방)가 연령 분포 집계 수치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그 안에 있는 더 복잡한 문제를 놓칠 위험 때문”으로 “연령 격차가 매우 심한 지역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엄청난 도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 기대수명에서 호주가 앞서는 이유
BMJ open 게재 연구에 따르면 호주는 해외에서 출생한 이들이 많다. 때문에 다른 영어권 OECD 국가와 비교해 기대수명에서 성과가 좋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타스마니아대학교(University of Tasmania) 보건 경제학자 마틴 헨셔(Martin Hensher) 박사는 이민 수준이 높은 국가 거주민들의 경우, 기대수명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젊은 이민자가 유입되면 현지인들보다 더 건강하기에 수명이 길어지고, 이것이 기대수명 성과를 주도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또한 호주가 기대수명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나은 성과를 거둔 배경으로 흡연율 감소, 총기 소유 및 정신건강에 대한 공공보건 캠페인, 그리고 호주의 앞선 의료 시스템을 강조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호주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미국에 비해 약 4~5년, 영국-캐나다-뉴질랜드에 비해 1~1.25년 더 길었다.
그런 한편 2001년 이후 기대수명에서 매년 최악의 성과를 보인 국가는 미국으로, 1인당 의료비 지출과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높았음에도 기대수명에서는 아주 낮은 성과를 나타냈다.
헨셔 박사는 1990년에서 2018년 사이를 조사한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여전히 조사 대상 국가보다 기대수명이 좋은 편임을 언급하면서 “우리(호주)의 COVID 전염병 대응은 다른 대부분 국가에 비해 매우 뛰어났고, 이로 인해 미국이나 영국처럼 기대수명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 결과 호주는 남성과 여성 모두, 특히 40세 이상 연령에서 기대수명 불평등이 조사 대상 국가들에 비해 가장 낮았다. 미국은 여성의 기대수명 불평등이 가장 높았고 영국-뉴질랜드-캐나다는 남성 불평등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 “호주, 자만은 금물”… 전문가들 경고
기대수명에서 호주는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헨셔 박사는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면서 정부가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기대수명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우리는 또한 건강을 개선하는 공공보건 조치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며 “그런 가장 명백한 예를 보면 도박 광고 제한이 약하다는 것으로, 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헨셔 박사는 호주가 지속적으로 보다 나은 건강 결과를 유지하고 더 이상의 기대수명 불평등 격차를 예방하려면 주택 및 공기 질(air quality) 등 건강상의 결정적 요인들에 대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만약 우리가 점점 늘어나는 노숙자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는 확실히 기대수명을 단축하게 하고 향후 건강 문제 또한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강조된 호주의 주요 개선 부문 중 하는 원주민과 비원주민 커뮤니티간의 건강 결과 격차였다. 헨셔 박사는 “우리는 여기에서 안주하면 된다”며 “이 의학저널(‘BMJ Open’) 기사에서 볼 수 있듯 호주의 아웃라이어(outlier. 일반적 범주를 벗어나는)는 NT로, 특히 NT의 원주민 인구가 겪는 건강 상태의 끔찍한 불평등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