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자료, 주택가격 상승 20% 비해 임금 중간 성장은 4.3% 불과
광역시드니 거주자들, 서부 지역 또는 센트럴코스트의 아파트 찾아야
지난 몇 년 동안 호주의 임금 성장은 극히 낮은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그 사이, 주택가격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만들어냈다. 결국 소득의 느린 성장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상당한 수입을 올리거나 아니면 부모로부터 많은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이들이 ‘부동산 사다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점점 더 멀리 내다보고 계획을 잡아야 한다.
지난 달 호주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호주 각 주 도시의 중간 주택가격은 20% 이상 올랐다. 반면 직장인의 중간 소득성장은 4.3% 또는 주(week) 50달러가 증가한 1,200달러이다. ABS의 직장인 소득 자료에는 정규직 및 파트타임 근로자 수입이 포함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수준의 평균 임금을 받는 이들이 주택을 구입할 만한 지역은 어디일까. 그리고 수입이 있는 파트너와 함께 구매한다면 얼마나 차이가 날까.
■ 시드니
주급 1,300달러를 받는 시드니 거주민(시드니에 거주하는 직장인의 중간 주급)이 부동산 사다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시드니 서부(Sydney west) 또는 광역시드니 지역에 포함되지만 시드니 북쪽 해안인 센트럴코스트(Central Coast)로 가야 한다. 그나마 독립형 주택은 불가능하고 이보다는 가격이 조금 저렴한 아파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직장인이 연간 소득의 6배를 대출받을 수 있고, 여기에 주택가격의 20%에 해당하는 보증금 마련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때, 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자금은 50만7천 달러가 될 것이다. 이 금액으로는 시드니 남서부 뱅스타운(Bankstown)에 있는 일반적인 아파트 구입이 가능하다. 현재 뱅스타운의 유닛 중간 가격은 50만5천 달러로 집계되어 있다. 하지만 대출기관이나 개인 상황에 따라 은행에서 제공하는 주택담보대출은 더 적어질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센트럴코스트의 엔트런스(Entrance. 유닛 중간 가격 50만5천 달러)와 고스포드(Gosford. 50만 달러), 시드니 도심(CBD)에서 50km 이상 거리에 있는 펜리스(Penrith. 49만 달러), 남서부 캠벨타운(Campbelltown. 48만 달러)의 유닛 구매도 가능하다.
펜리스를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회사 ‘Raine & Horne Penrith’의 비앙카 로세토(Bianca Rossetto) 에이전트는 “만약 펜리스 지역을 선택한다면 2개 침실, 2개 욕실 및 주차공간이 있는 거의 새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세토 에이전트에 따르면 올해 그녀를 통해 펜리스 지역의 주택을 구입한 이들 중 약 절반은 노던비치(northern beaches) 등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온 고객들로, 이들은 펜리스의 저렴한 주택가격에 끌려 이 지역을 선택했다. 이들 중에는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한 이들도 많았으며 이 지역에 이미 가족 중 일부가 거주하기 때문에 이주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저렴한 비용의 주택을 찾는 데 2년을 보낸 구매자를 만나기도 했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펜리스의 아파트는 아직도 평균 소득자의 예산 범위 내에 있다. 로세토 에이전트는 여기에서 조금 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현재 57만 달러에서 62만 달러 사이에 판매되는 3개 침실의 고급 타운하우스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균 소득을 올리는 맞벌이 가구라면 ‘내집 마련’의 전망은 더욱 밝다. 이들이 마련할 수 있는 예산(50만7천 달러X2)은 101만1,400달러가 된다. 하지만 이 자금은 시드니 중간 주택가격인 15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이다. 다만 맞벌이 가정은 시드니 남서부의 콘델 파크(Condell Park. 중간 가격 101만 달러)나 보슬리 파크(Bossley Park. 98만 달러),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의 루라(Leura. 98만5천 달러)에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할 수는 있다.
맞벌이 가정으로 유닛을 찾는다면 도심에서 멀지 않은 어스킨빌(Erskinville. 98만9천 달러), 노스쇼어(north shore)의 킬라라(Killara. 98만 달러) 등에서 ‘내집’을 알아볼 수도 있다.
■ 멜번
멜번(Melbourne) 지역의 평균 주급은 1,200달러로 호주 전역의 도시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주(week) 소득이다. 이들이 가진 잠재적 예산은 46만8천 달러(연간 소득의 6배를 대출받을 수 있고, 여기에 주택가격의 2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이 자금은 멜번 중간 주택가격(103만7,900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다만 멜번 도심에서 서쪽으로 35km 이상 떨어진 커런장(Kurunjang. 중간 주택가격 45만5천 달러), 그 인근의 멜튼(Melton. 43만7,750달러) 및 멜튼 사우스(Melton South. 44만2천 달러)로 가야 하며, 도심과 가까이 거주하고 싶다면 세인트 알반스(St Albans. 유닛 중간 가격 45만6,500달러)의 아파트를 찾아야 한다.
멜번 서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중개회사 ‘Harcourts West Realty’의 아빈 쿠마르(Avin Kumar) 에이전트는 “이 예산을 가진 구매자는 멜튼에서 최소 500스퀘어미터 부지에 3개 침실, 1개 욕실의 단독주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마르 에이전트에 따르면 최근 멜튼 지역으로 이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멜번 전역 또는 동부 지역에 거주하다 온 이들로, 새로운 기반시설들이 속속 자리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3만6천 달러의 주택구입 예산이 가능한 맞벌이 가정이라면 멜번 CBD 북서쪽 마리비농(Maribyrnong. 중간 주택가격 93만6천 달러), 동부 외곽의 링우드 이스트(Ringwood East. 93만3,750달러), 크로이돈 노스(Croydon North. 93만2,500달러), 로우빌(Rowville. 92만5천 달러)에서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
■ 브리즈번
2021년 8월 집계 결과 중간 주급이 1,199달러인 브리즈번(Brisbane) 거주 직장인이 46만7,600달러의 예산(수입의 6배를 대출받을 수 있고 이미 20%의 보증금이 마련된 상태로 가정)으로는 브리즈번 CBD에서 남서쪽으로 20km 이상 거리에 있는 벨버드 파크(Bellbird Park. 중간 주택가격 46만 달러) 또는 도심과 가까운 타링가(Taringa. 46만 달러) 및 캐넌 힐(Cannon Hill. 45만6,500달러)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예산은 93만5,200달러가 될 것이며, 이는 브리즈번의 중간 주택가격(70만2,500달러)보다 많은 자금이다. 이런 가정은 해안가 지역인 뉴포트(Newport. 중간 주택가격 90만2,500달러), 도시 남쪽의 홀랜드 파크(Holland Park. 90만 달러)와 그린슬로프(Greenslopes. 93만3천 달러)에서 내집 마련을 이룰 수 있다. 특히 남부의 두 지역은 브리즈번 도심에서 10km 이내 거리이다.
브리즈번 남부 지역에 기반한 부동산 중개회사 ‘Ray White Carina’ 사의 제임스 루이스(James Lewis) 에이전트에 따르면 중간 소득을 가진 맞벌이 가정이 그린슬로프에서 주택을 찾는다면 약 400스퀘어미터 부지에 2개 침실 또는 3개 침실의 단독주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루이스 에이전트는 “그린슬로프의 경우 젊은 커플들의 이주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수요도 늘어나 지난 9월 기준으로 중간 주택가격은 93만3천 달러이지만 이 예산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