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Response Inquiry Report… 국민들, ‘봉쇄 조치’ 재수용 가능성은 낮아
지난 2020년 들어 시작된 COVID-19 전염병 대유행에 대한 호주의 대응은 어떠했을까. 팬데믹 사태 초기, 당국의 대처는 성공적이었지만 이후 약화되어 대중의 신뢰를 잃었으며, 이 때문에 ‘엄격한 봉쇄’나 기타 ‘가혹한 제한 조치’가 대중들에게 다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진단됐다.
이달(10월) 마지막 주 공개된 COVID-19 Response Inquiry Report는 팬데믹 초기, 당국이 내린 ‘과감한 결단’을 옹호하면서 “이 같은 결정이 없었다면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몇 배 더 많았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전염병이 장기화되고 종종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데 따른 균열로 당국은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신뢰는 훼손됐고, COVID-19 기간에 취해진 많은 조치를 국민들이 다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이번 검토에서 제시된 권장 사항은 향후 유사한 세계적 전염병 발생 대처를 개선하기 위해 각 정부관할지역의 보다 나은 대비 및 조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전체 인구, 특히 어린이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권고 내용에 포함됐다.
고위 공무원 로빈 크룩(Robyn Kruk. Director-General of the NSW Department of Health), 전염병 학자 캐서린 베넷 교수(Catherine Bennett. Deakin University), 보건경제학자 안젤라 잭슨 박사(Angela Jackson. 싱크탱크 Impact Economics and Policy) 등 검토인들은 국경 폐쇄와 지역 봉쇄, 휴교 조치, 백신접종 의무화 및 노인 케어 전략의 효과성에 대한 광범위한 논평도 내놓았다.
이들은 당국이 취한 다양한 조치의 적절성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의사 결정권자들이 종종 자신의 결정에 대한 인권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 또한 대중에게 (당국이 내린) 결정의 증거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정부는 COVID-19에 대한 대응을 제시하는 데 있어 특정 인권을 합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제한은 그 범위 또는 기간 측면에서 정당화가 미흡했고 위험에 비해 불균형적이었으며, 전국적으로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는 대중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호주)가 이룬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믿으며… 호주는 팬데믹 대응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였다”면서 “이번 검토는 사후 조치(hindsight)의 이점을 활용하여 향후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안내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고 밝혔다. “지난 팬데믹 당시 취해진 조치를 ‘수정’하려 하거나 당시의 결정을 비웃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이어 “다음 팬데믹의 유형과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염병 사태
발생 가능성 있다”
이번 검토에 대해 환영의 뜻을 보인 연방 보건부 마크 버틀러(Mark Butler) 장관은 “이 보고서는 특정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조치를 내린 개인을 지목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장관은 “우리 지역사회에 매우 괴로웠던 시기를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인간적인 일”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우리는 다음에 발생할 전염병 사태에 대비한 높은 수준의 플레이북을 구축할 책임이 있다”면서 “이는 다음에 분명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에서 내린 놀라운 결론은, 지금 우리(호주)가 2020년 초에 비해 팬데믹에 대처할 국가적 입장이 더 악화됐다는 것”이라면서 “보고서가 나온 직후 현 정부 내각은 공공 서비스 부문에 보고서가 제시한 권장 사항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고려하도록 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런 일환으로 버틀러 장관은 2026년 1월까지 가동을 시작할 새로운 질병통제센터(Centre for Disease Control), 즉 현 노동당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국가적 공공보건 기관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Building the plane while it was flying”
검토인들은 호주가 공공보건 대응에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으며, 감염률, 입원률, 사망률 등 모든 부분에서 팬데믹 첫 18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면서 “우리(호주)는 많은 생명을 잃었지만 수천 명을 구했고, 이는 우리가 이해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런 반면 검토인들은 호주 당국의 준비 상태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며 특히 팬데믹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연방 전체의 사전 협력이 부족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차후 전염병 대유행 발생을 대비해 사전 역할을 설정해 놓는 것(격리, 의약품 비축, 국경 폐쇄 결정 등에 대한 책임 포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취약 계층을 위해 더 나은 일련의 행동 계획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입안, 조정할 새로운 질병통제센터(Centre for Disease Control)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토인들은 “COVID-19 대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building the plane while it was flying’이라는 것이었다”며 “특히 연방정부와 각 주 및 테러토리 정부간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거의 없었는데, 이로 인해 팬데믹 사태 대응의 핵심 영역에서 상당한 고통, 지연, 피해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행을 하면서 항공기를 만들어간다’는 뜻의 ‘building the plane while it was flying’은 어떤 일을 사전에 계획하기보다 진행하면서 결정을 내리는 행위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계획에 따른 실행보다는 사태에 따른 민첩성이나 유연성을 선호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런 방식은 자칫 치명적일 수 있다.
■ ‘국경 폐쇄’ 결정
검토인들은 전염병의 전 세계적 발병과 동시에 당시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의 발빠른 호주 국경 폐쇄, 그리고 각 주 및 테러토리 지도자들로 대응 부서를 구성하기로 한 결정 등 초기 대응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냈다. 모리슨 총리의 국경 폐쇄 결단, 그가 보여준 ‘눈에 띄는 중요한 리더십’에 대해 강한 지지를 보인 것이다.
검토인들은 “또한 지역간 봉쇄와 JobKeeper 지급을 포함해 초기 몇 달 동안 국가 내각의 결정적인 리더십과 발빠른 실행이 대중의 신뢰와 ‘합당한 일’에 대한 지역사회의 열정을 촉진, ‘국가적 목적’ 또는 ‘팀 오스트레일리아’(Team Australia)라는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검토인들은 이 단계에서도 당국이 행한 실수를 찾아냈다. 연방 보건부의 ‘국가 비상사태’ 선언의 경우, 인권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이루어졌으며, 국경 폐쇄 조치에서 면제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관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경 폐쇄 조치에 대해 ‘과감하면서 도전적인 결정’(brave yet challenging decision)이었으나 그 실행은 마치 여러 조각을 덧댄 것과 같은 ‘패치워크’(patchwork) 방식이었다면서 “전염병 대유행의 혼란을 헤쳐 나가려 노력했던 귀국자, 여행 중인 국민에게 좌절과 혼란,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사 결과 국경 폐쇄 조치에 휘말린 이들에게서 ‘높은 수준의 고통과 분노’가 있었던 게 확인되었으며, 일부는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가족을 보거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한 여행 신청이 거부되기도 했다.
또한 ‘COVIDsafe’라는 이름의 접촉자 추적 앱(app)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는 등 상당한 비판에 직면했고, 궁극적으로 이 앱은 실패한 조치로 평가됐다.
■ 서둘러 시행한 ‘격리 조치’
보고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국가 내각의 ‘Team Australia spirit’이 흐트러졌고, 결국 지도자들 사이에 다른 의견이 충돌하면서 전염병 대처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과학을 신뢰하는 것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각 정부 관할권이 대중에게 ‘과학적 근거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유사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취했을 때”였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호텔 격리에 대한 국가 내각의 준비가 부족했으며,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라는 점도 언급했다. 검토인들은 “복잡한 물류를 72시간 내 구축해야 했고… 적절한 인력에 대한 고려가 전혀 또는 거의 없었으며, 고려할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격리 시설에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감염 관리 관행이 작동하지 않았으며, 이 모두 국가적 일관된 지침 부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검토인들은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격리’가 필요할 경우 같은 방식으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며 “돌아보면, 정부는 가정에서의 자가 격리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호주로 귀국한 이들이 적절하게 격리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은 충분한 근거가 없는 말이었고, 이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격리 조치에 취해졌던 이들이 제기한 억압된 감정을 강화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신뢰’ 상실한 봉쇄 조치
검토인들은 일부 주 정부가 취한 봉쇄(state lockdowns)에 대해서도 유사한 지적을 했다. 이 조치가 종종 엄격한 근거와 실시간 평가에 의해 안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조치의) 효과는 보고된 전체 사례 수에서 추론되었지만 이는 평가에 대한 매우 제한적인 접근 방식이며, 어떤 제한 조치가 효과적인지, 엄격한 설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토인들은 또한 정부가 봉쇄 조치에 따른 정신 건강, 학교 폐쇄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치의 적절성(proportionality of responses)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없었고… 봉쇄와 같은 개입은 가장 먼저 취해질 질병 통제가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봉쇄 조치는 대중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고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로써 향후 국민들은 아주 짧은 기간의 단호한 봉쇄를 원할 것이며, 그나마 이를 준수하는 이들도 지난 팬데믹 때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일부 제한, 특히 통행금지와 이동 제한이 건강 대응을 지원하기보다는 경찰 업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주 정부가 제한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는’(smoke and mirrors)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취했고, 특히 이 제한 조치가 병원 수용능력 우려로 인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를 간파할 수 있는 미디어와 대중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어 ‘제한 조치’로 인해 어린이는 물론 전체 인구가 받은 정신 건강 영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아동 및 노인요양 시설에 있는 이들의 권리가 공공보건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고 덧붙였다.
■ 백신 의무화에 대한 ‘주의’ 필요
백신접종 의무화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검토인들은 이로 인해 대중들의 신뢰가 흔들였으며, 이는 오늘날의 ‘백신 피로’(vaccine fatigue) 및 지속적인 COVID-19 백신접종 부족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향후 이를 의무화하는 경우 사회적 허용(social licence)을 고려해 ‘신중하게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백신 조달 지연을 비판하며, “이는 보건부가 감당하지 못했던 여러 부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long COVID 유병률과 치료에 대한 추가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기하며 새로운 바이러스 변종이 long COVID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이 현상은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았음을 언급했다.
이번 COVID-19 Response Inquiry는 팬데믹 사태 당시 신속한 ‘JobKeeper’ 자금 지원 조치와 그 효과에 대해서는 매우 높게 평가했다. 검토인들은 보고서에서 “임시직 근로자의 경우 이 혜택에서 제외되고 일부 업체의 과도한 청구 등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