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ity of SA 건축과 강사, “같은 수의 주택이되 다른 방식의 건축” 제안
“현재의 주택 위기는 창의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부족한 주거지 문제에 대해 새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한 한 건축 전문가의 말이다.
그는 부모가 사는 멜번(Melbourne)의 한 교외지역, 나무가 울창한 거리를 걷다 보면, 거리 양쪽으로 아주 넓이의 부지를 가진 대형 주택에 종종 충격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교외지역의 넓고 잘 단장된 도로, 많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아이를 둔 젊은 부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반대편, 그가 거주하는 교외지역과는 크게 다르다. 보다 작고 세분화된 부지, 좁고 포장 상태가 매끄럽지 않은 오래된 도로, 아이들이 많은 공원이 있다.
그가 언급한 두 교외지역 모두 멜번 CBD에서 멀지 않지만 한 교외는, 자신이 거주하는(주택 규모가 작고 부지 또한 넓지 않으며 비교적 고밀도인)과 상당히 다르다. 그런 한편으로, 도심 주변이나 주요 인프라가 있는 지역 인근 어디에서도 주택을 구입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수많은 가구가 있다.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 속에서 이제 주택구입 가능성은 크게 하락한 반면 임대료는 급등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신규 공급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반면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 Australia) 건축학과 선임 강사 다미안 매디건(Damian Madigan) 박사는 자신의 부모가 거주하는 곳(넓은 부지, 대규모 주택이 있는 나무 울창한 지역)과 같은 교외지역을 변화시키는 급진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것이 주택 위기에 대한 핵심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 아이디어는 무엇?= 매디건 박사는 자신의 방안을 ‘블루필드 주택’(bluefield housing)이라 칭했다. 건축가들은 일반적으로 주택 부지를 ‘그린필드’(greenfield. 이전에는 활용되지 않은 토지), ‘브라운필드’(brownfield. 이전에 산업 또는 상업용으로 이용되던 토지), ‘그레이필드’(greyfield. 개발이 오래된 지역. 종종 1, 2차 세계대전 사이에 개발된 토지)로 설명한다.
그는 최근 ABC RN 라디오 방송의 ‘Blueprint For Living’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아이디어인 ‘블루필드’ 건축에 대해 “기존 교외지역, 특히 헤리티지(heritage)와 특성이 겹치는 지역으로 하여금 새로운 주택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논의에 끌어들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이들 교외지역은 일반적으로 오래되고 넓은 부지에 대형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으며 쇼핑을 비롯해 각 편의시설과 가까운 입지를 자랑한다.
매디건 박사는 “새 주택을 대중교통 및 생활 중심지, 그린필드 및 브라운필드 주거 단지에 집중하면 신규 공급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고, 기존 블루필드 지역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는 논리가 있다”면서 “하지만 종종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많은 블루필드 교외지역 거주민들이 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knockdown rebuilds’(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재건축하는 방식)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 어떻게 작동하나= 그에 따르면 블루필드 건축 방식은 기존 변경 및 추가 건축을 모방해 수행된다. “우리는 오래된 주택에 측면 또는 후면 추가, 때로는 지붕 추가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매디건 박사는 “뒷마당에 분리된 건물인 차고가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차고와 같은 크기와 모양의 건물에 자동차를 두지 않고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즉 “더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같은 양을 짓지만 다르게 구성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크기와 임대, 또는 판매 가능 여부에 제한이 있는 그래니플랫(granny flat)과는 다르며 실제로는 가족 구성원을 위한 설계이다.
매디건 박사는 분할 소유권(title of the allotments)을 변경하여 뒷마당 주택(backyard home)에 대한 strata title을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한 블록에 개조된 본래 주택이 있고 그 다음에 두 번째, 세 번째 주택이 있어 재정적인 면은 물론 법적으로 분리된, 소규모 블록 단위로 배치될 수 있다.
▲ 유사한 주거 형태와의 차이는= 리타이틀(retitle)을 통해 기술적으로는 세분화라고 하지만 주요 차이점이 있다. 즉 내부 울타리를 두지 않으며 기존 주택을 포함한 모든 부지는 경계에서 경계까지 전체적으로 설계하고 하나의 공유 조경을 중심으로 배치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조경에는, 이미 상당한 크기의 나무가 있거나 그 나무의 성장을 지원할 만큼 충분히 큰 공유 정원 구역을 중심으로 주택을 설계한다. 매디건 박사는 “그렇기에 이는 실제로 조경과 건물 철학이 하나로 묶여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최소한의 분할(allotment) 규모는 없다. 그는 “건축 디자인 관점에서, 거주 편의성이 있고 또 잘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시의회(local council)는 한 부지에 3채의 주택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점도 있다. 소유자가 마음대로 주택을 철거할 수 없고 또 조경의 어려움, 큰 나무 캐노피 공간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게 그것이다.
▲ 듀플렉스 모델과의 차이= 듀플렉스(duplex) 주택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한 건축물에 별도의 소유권을 가진, 두 채의 주거지로 정의되는 이 모델은 공통 벽을 공유한다.
매디건 박사는 “듀플렉스의 경우 어려움은… 이 유형에 맞추어 건축하려면 앞마당에서 조금 앞으로 나와야 하기에 거리 풍경을 해치기 시작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듀플렉스 구조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또 있다. 가령 정원이 있는 3개 침실의 오래된 주택이 아주 작은 정원과 나무가 없는 비슷한 크기의 2개 주택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이렇게 (듀플렉스로) 재건축된 각 주거지는 본래 주택보다 더 비싼 가격에 매겨지는데… 그래서 주택 다양성을 얻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디건 박사가 자신의 ‘블루필드 모델’에서 말하는 추가 주택은 침실 1개 또는 2개의 주거지이다. 그는 “이를 통해 기존 주택의 품위를 살리면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 이 모델의 대상은= 그는 “작은 면적의 주택이지만 정원이 있는 환경을 원하는 이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또한 “이들은 전통적이고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거주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으며 나무가 무성한 거리를 선호하기에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방법이 된다. 주택 규모를 줄이고자 다른 교외지역으로 이주하지 않고 오래 거주하던 곳에 머물면서 부동산의 일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매디건 박사는 ‘지나치게 넓은 부지에 큰 주택을 가진 이들을 비난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언급한 뒤 “다만 기존 주택에서 더 작은 규모의 주거지를 찾는다면, 또는 자녀로 하여금 ‘임대 세대’(generation rent)를 벗어나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도록 돕고 싶다면 이 모델(블루필드 주택)에 당황하지 말아달라”고 말한다. 아울러 “이 모델은 또한 헤리티지로 보호되지 않아 철거 가능성이 높은, 오래된 주택을 유지하도록 소유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주차 공간= 매디건 박사 연구에는 주차 공간 확보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 사례의 설계가 포함되어 있다. 그는 “일반적으로 각 주택에 1개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차량을 앞으로 세우는 것이 아닌, 앞뒤로 주차하는 ‘탠덤’(tadem) 주차 방식으로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이 방식이 불편하고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 이 모델의 현실성 여부= 블루필드 모델의 한 측면은 기존 주택 자체를 더 작은 주거 공간으로 나누어 공동 배치하는 것이다.
매디건 박사에 따르면 캐나다 지역사회가 유사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캐나다 서부 해안의 레인웨이 주택(laneway house. 뒷정원이 있고 정원이 작은 도로로 통하는 개방형 주택)이 많는 지역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세컨더리 주거지’(secondary suites)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호주에서도 그의 계획이 현실화되는 데 한 걸음 다가갔다. SA 주 정부 개발계획위원회(South Australian Planning Commission)가 매디건 박사 및 6개 지방정부와 함께 개발한 개발계획 코드 개정안이 제시된 것이다. 이 계획 제안서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지역사회 협의를 위해 일반에 공개된다.
매디건 박사는 “우리는 지역사회 의견을 바탕으로 SA 개발계획 코드에 따라 ‘co-located housing’이라는, 새로운 토지 정의의 일부가 되기 전에 구역 지정 통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블루필드 주택 모델에 대해 “약 10년 전, 박사 과정에서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다”면서 “커다란 통(barrel)을 위로 밀어 올리는 상황”이었다는 말로 이 아이디어의 실현이 어려웠음을 밝혔다. 이어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를 이해하게 됐다”는 매디건 박사는 “단지 우리가 가진 것(기존 주택)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