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주 주택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대출을 늘리며 시장을 주도하는 반면, 첫 주택 구입자들은 높은 대출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호주 경제일간지 오스트레일리안파이낸셜리뷰(AFR)는 호주 통계청(ABS) 자료를 인용해, 지난 8월 신규 투자용 주택 대출은 1.4% 증가한 117억 호주달러(약 9조8천억원)로 이는 202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같은 시기 첫 주택 구입자가 받은 신규 대출은 0.5% 가량 줄어 53억 달러(약 4조4천억원)에 그쳤다.
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인 ANZ의 이코노미스트 매들린 덩크는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투자자 대출”이라며, 지난 1년간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택 대출과 주택 가격은 호주 주택 시장이 양극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호주 2대 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이 부진한 가운데 자연 자원 개발이 중심이 되는 중소 규모 도시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투자자 대출은 시드니가 주도인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정체 상태이고 멜버른이 주도인 빅토리아(VIC)주는 월간 기준으로 2.7% 줄었다. 반면, 북부 퀸즐랜드(QLD)주는 7.9%, 남호주(SA)주는 5.1% 증가했다.
경제분석 전문회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오스트레일리아(OE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리 킬로이는 “퀸즐랜드는 강력한 투자 부동산 수요로 대출이 7.9% 증가해 27억 4천만 달러(약 2조3천억원)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서호주(WA)주에서는 투자용 대출이 지난 7월 16.9% 급등한 후 8월에는 8.3%로 감소했지만, 연간 기준으로 58.3% 증가하여 다른 주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대출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ANZ 은행 경제학자들은 이날 발표한 주택가격 조사 보고서에서 올해 퍼스, 브리즈번, 애들레이드에서 저마다 25.1%, 15.2%, 15.4%의 주택 가격 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또한 멜버른과 호바트는 각각 1.7%, 0.7% 하락하고 시드니, 캔버라, 다윈은 각각 4.2%, 2%, 2.4%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덩크 박사는 기준금리가 낮아져 대출 비용이 하락하기 시작하더라도 많은 첫 주택 구입자들이 다시 들어와 주택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 인하는 첫 주택 구입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대출 비용을 낮추어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철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