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커뮤니티 대표하는 단체, 대외관계에서의 정치 중립-공정성 견지 ‘중요’
오는 9월 14일, NSW 지방의회 후보 등록이 마감된 가운데, 오혜영 시드니한인회 회장이 자유당으로 스트라스필드 시의회에 출마한 사실이 확인(https://registers.elections.nsw.gov.au/s/registers-of-candidates 참조)됐다. 한인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한인사회 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 ‘심각한 우려’ 등의 반응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수준의 의회이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정치 인사 배출이 필요하다는 한인사회의 지속된 바람 가운데 왜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그 후보가 현재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이민 국가 중 하나인 호주에는 200개 이상의 다문화 커뮤니티가 있고, 각 이민자 그룹의 이익을 도모하는 중심 단체(한인회와 같은)가 활동 중이다. 이 단체의 리더로, 해당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인사에게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이 있다.
현 한인회장이 특정 정당 소속으로 지방의회 선거에 나선 것 자체가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그 ‘기본 사항’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정치적 중립’을 벗어난 것이라는 데 있다.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인사가 정치적 편향을 가진다면, 이는 커뮤니티 내 논쟁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으며, 또한 정부 및 정치권과의 협력 관계에서도 신뢰를 잃을 수 있다. 60년 넘는 한인회 역사에서 현직 한인회장이 직접 정치 현장으로 들어가려 시도했던 사례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커뮤니티 대표 단체 리더의 정치적 중립성이 왜 중요하고, 아울러 오혜영 한인회장의 행보가 어떤 점에서 우려를 불러오는지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한인회장은 해당 지역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나 정치권을 대상으로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구성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다른 소수민족 이민자 그룹과 연대하는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이자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이다.
또한 한인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제각각 다른 정치 성향을 보이는데,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인사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이념에 치우치면, 전체 구성원의 결집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모든 한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부로 드러나는 정치적 편향은 공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한인 커뮤니티의 대외 신뢰이다. 한인회는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로비그룹으로서 역할이 있다. 실질적으로 한인회의 이런 기능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및 정치권과의 긴밀한 협력 유지, 다른 소수민족 그룹과의 연대가 필요한데, 이런 관계 구축은 치우치지 않은 정치적 태도로 신뢰를 형성할 때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셋째, 윤리적 책임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인회는 비영리 민간 단체로, 법적-강제적 책임은 없다. 하지만 그 역할이 한인 커뮤니티 및 구성원을 대표하기에 한인회장에게는 강한 윤리적 의식이 필요하다. 그 하나가 공정성이다.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를 공평하게 수용하고 투명한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개인적 정치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은 커뮤니티의 화합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넷째, 장기적으로 한인사회의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앞서 언급한 부분이지만,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리더로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며 한인 동포들의 목소리를 공정하게 수용, 대변한다면 이는 한인사회의 힘의 결집을 만들어낸다. 이는 주류 정치권을 ‘더 폭넓게 활용’하는 한인 커뮤니티의 파워가 되고, 궁극적으로 한인사회의 대외 역량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현 한인회의 목표와 기능, 운영 책임자의 행동 규제 등을 담은 정관에 ‘한인회장의 정치권 진출 시도 불가’를 언급한 부분은 없다. 그렇기에 한인회장이 지방선거에 나서든 주 또는 연방 선거에 도전하든 규제할 장치는 없다. 하지만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여 전체의 이익과 동포들의 권익을 위한 나섰다면, 스스로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생각한다.
윤리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오혜영 한인회장에게는 (지방선거 후보 출마 결심에 이어) 또 하나의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한인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지방의원 진출을 시도할 것인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이 그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