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전문지 ‘The Economist’, 아시아판 편집장 진단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 호주 경제는 부러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 침체와 중국에 대한 지나친 무역 의존도로 인해 ‘운 좋은 행보’(lucky streak)가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지난 주 금요일(26일) ABC 방송이 보도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아시아판 에드워드 맥브라이드(Edward McBride) 편집장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두 차례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과 상대적 회복력을 보여온 글로벌 상위 경제 국가 중 하나이다.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임금 정체 확산과 달리 지속적인 임금 인상을 보여 왔다는 것은 다른 부유한 경제 강국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점이다.
맥브라이드 편집장은 보고서에서 호주 경제의 지속적 성장에 대해 30여 년 전 노동당 밥 호크(Bob Hawke)와 폴 키팅(Paul Keating) 정부 당시 호주 달러를 발행하고 금융 부분 규제를 철폐하는 등의 개혁으로 기반을 다졌으며, 이어 호주 자원 붐이 끝나면서 단행했던 최근의 경제 다변화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7년간 경기 침체가 없고 적절한 의료 복지 및 연금을 제공해 온 것은 호주의 경제 위상을 보여주는 주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맥브라이드 편집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호주의 대중국 무역 의존과 내수 침체는 호주의 경제적 성공의 버팀목이 되던 정책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호주도 ‘경제 보이콧’ 가능성
호주무역투자위원회(Australian Trade and Investment Commission)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천830억 달러에 이르는 수출 및 수입을 기록한 호주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호주의 두 번째 무역 교류 국가는 미국을 능가한 일본으로 교역 액수는 지난해 71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호주의 가장 큰 철광석(iron ore), 구리, 울(wool), 와인 수입국이며 또한 호주로 들어오는 전 세계 관광객의 16%를 차지한다.
맥브라이드 편집장은 보고서에서 베이징의 경제 보이콧이 호주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보이콧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호주에 대해서도 가능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를 결정한 이후 지난해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경제 보이콧을 결정했으며,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맥브라이드 편집장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시드니대학교 중국 비즈니스 전문가인 한스 헨드리슈케(Hans Hendrischke) 교수는 “호주와 중국간 무역 관계는 상호적”이라는 의견이다.
헨드리슈케 교수는 맥브라이드 편집장이 제시한 분석에 대해 “이 시나리오의 문제점은 중국이 호주와의 무역을 일방적으로 감소하는 것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이득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호주 경제에 당장 해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라며 “호주와 중국은 양측이 서로 보유하지 못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 무역-관광-투자부를 담당하는 사이먼 버밍엄(Simon Birmingham) 장관은 ABC 방송에서 “호주는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홍콩, 유럽 연합과의 무역협정으로 호주 기업들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밍엄 장관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조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무역 관련 성명을 통해 “우리(호주)는 미국과 중국, 그 외 다른 국가들과 강력한 무역 및 투자 관계를 맺고 있다”며 “모든 당사국에게 오랜 시간 확립된 국제무역 규칙을 존중하고 궁극적으로 나른 국가의 경제를 손상시키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우려되는 것은
호주 국내 정치 상황”
이번 보고서에서 맥브라이드 편집장이 분석한 또 하나의 주요 요소는 호주 경제의 강세가 선진국 가운데서 가장 앞서고 있는 반면 국내 정치 상황은 우려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 정당 내에서의 당권 경쟁 등 정치적 내분은, 호주 경제는 물론 외교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기업 활동에도 영향일 미치게 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보고서에서 맥브라이드 편집장은 최근 10여년 사이에 나타난 총리(Prime Minister) 교체는 국민들에게 향후 정책 전반에 대한 환멸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사실 노동당 집권 당시인 지난 2010년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가 케빈 러드(Kevin Rudd)의 당권에 도전, 노동당 대표직을 차지하면서 27대 총리로 취임한 이후 지난 8월 자유당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이 당내 권력 투쟁 와중에서 사임,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이 새 총리 자리에 오르기까지, 연방 총선에서의 승리를 거치지 않고 당권에 도전해 대표직을 차지하면서 총리 자리에 오른 케이스는 무려 5차례나 된다.
보고서는 경제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개인별 소득 수준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민자 수용 등 경제력을 뒷받침하는 정책 합의가 약화되는 것이 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해 맥브라이드 편집장은 “만약 정치인들이 스스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호주는 경제 성장에 문제가 될 것”으로 진단하면서 “호주가 오랜 기간 큰 불황을 겪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소득이 증가하고 이민 및 경제 개혁 측면에서 아주 두드러졌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데 놀랐다”고 전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