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낙찰 가격 및 비율 하락… 경매 매물 등록 후 취소 사례도 늘어나
침체된 주택시장 상황에서 매도자들이 점차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진단이다. 올해 들어 주말 경매 낙찰률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낙찰 가격 또한 예비 구매자들의 ‘눈치보기’로 잠정 가격에 머물거나 약간 상회하는 선에 그치면서 판매자들이 경매보다는 일반 판매를 선호하고 있다.
지난 달, 시드니 지역에서 거래된 전체 부동산은 3만 채에 달한다. 이 주택들이 매물로 등록되어 판매가 이루어지기까지의 시간도 길어졌다. 주택판매와 관련된 새로운 자료는 일부 지역의 경우 ‘경매’ 매물로 등록했다가 이를 취소한 주택이 20%가 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경매 낙찰률이 50% 선에서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회사 ‘도메인 그룹'(Domain Group)에 따르면 지난 달 시장에 나온 주택은 연평균에 비해 22% 늘어났다. 특히 시드니 북서(north west)-어퍼노스쇼어(upper north shore) 지역(region)은 이보다 높은 30%가 증가했다.
그런 반면 경매 매물은 20%가량 감소했다. 판매 주택 수가 상당히 증가한 어퍼노스쇼어 지역의 경우 낙찰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43.6%였다. 이 지역에서 경매로 등록했던 117채의 주택 가운데 28채가 이를 취소했다. 경매를 통한 판매에서 주택 소유자가 기대하는 만큼 높은 가격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어퍼노스쇼어만이 아니다. 센트럴코스트(Central Coast)의 경매 취소 비율은 33%에 달했으며 이너웨스트(inner west) 20.6%, 경매 취소 비율이 가장 적은 지역은 캔터베리-뱅스타운(Canterbury-Bankstown)으로 6.5%였다.
이런 가운데 호주 메이저 은행 중 3개 은행이 주택담보 대출 이자율 인상을 밝힌 바 있어 주택시장의 예비 구매자 심리를 보여주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 사인 ‘Market Economics’의 스티븐 코코울라스(Stephen Koukoulas) 경제학자는 현 주택시장에 대해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대립”이라고 묘사하면서 “현재는 구매자가 주도권을 갖고 매물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까지는 매도자에게 더 불리할 것으로 보이며, 주택을 판매하려는 이들은 잠정 가격을 낮추어야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코울라스 경제학자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시드니 주택 가격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올 들어 시장이 침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그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시드니 주택 가격은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워노스쇼어(lower north shore) 지역은 매물 증가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 연평균에 비해 매물 증가는 10%에 미치지 못했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회사인 ‘Richardson & Wrench Willoughby’ 사의 롭 우들리(Rob Woodley) 에이전트는 “주택을 판매하고자 하는 이들은 여전히 경매를 통한 매도를 선호한다”며 “이는 예비 구매자들에게 압박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지난 달 이 지역 매물 주택의 22%가 경매 전 판매되었으며 18% 이상이 경매를 취소했다. 경매보다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한 예비 구매자 개별 접촉으로 판매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 판매자들이 경매를 통해 매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는 그는 “1년 전만 해도 경매에 입찰하는 이들은 보통 7, 8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많아야 2, 3명의 예비구매자가 입찰할 뿐”이라며 “이 때문에 경매보다는 중개업소를 통해 판매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메인 그룹’ 분석가인 니콜라 파웰(Nicola Powell) 박사는 2012년 이후 매매 광고를 통해 판매한 주택 수가 적기 때문에 2018년은 ‘구매자 선택 우선’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포웰 박사는 “매매 가격이 하락하고 경매 낙찰률이 낮아졌으며 매물로 등록되어 판매되기까지 시간도 늘어났지만 전체적인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더 증가했다”고 전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