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어려워지는 ‘putting a roof over your head’, 임대시장은 ‘최악’의 상황
현재 호주가 겪고 있는 주택부족은 거의 모든 이들이 인식하는 문제이다. 어떤 이들은 이를 해결하는 좋은 아디이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대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어렵다.
구글(google) 검색창에서 ‘호주의 주택가격 경제성’(housing affordability and Australia)을 입력하면 무려 2억700만 개의 결과가 보여진다. 인구 2,680만 명에 불과한 호주에서 주택가격과 관련한 이 같은 검색 결과는 주택에 대한 실로 엄청난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호주 주택 문제는 ‘주택 소유’에 관한 것이었다. 부동산을 상속받은 사람과 절대 소유하지 못할 사람 사이의 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문제였다.
이제, 이는 임대시장으로 불붙고 있다.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거주 공간을 마련하는 것(putting a roof over your head)이 지금보다 어려운 경우는 없었다.
30년 전, 호주 전체 가구의 약 26%는 임대주택에 살았다. 2020년까지 이 비율은 31%로 증가한 반면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주택 임차인 비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현재 임대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타이트하다. 공실률은 1%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당연히, 주택부족 문제는 연방 및 각 주 정부 모두에서 아주 빠르게 ‘뜨거운 정치적 사안’이 됐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과거, 가장 극심한 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은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불어나지 않았었다. 급격한 인구 증가와 건설경기 침체에 힘입어 지난해 1월 이후, 주택부족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치솟은 가격, 10년 만에 가장 높은 기준금리가 결합되어 있다. 주택시장에 진입하려는 이들에게는 치명적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호주 공영 ABC 방송은 현재 호주 정치권의 가장 큰 사안으로 부상한 주택 위기의 배경을 진단,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 시장,
파티는 끝났나…
연방 재무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은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 전반에 전환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일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이자율 인하는 선거 캠페인에서 환영받는 안도감을 제공해 주거비용이 낮아졌다고 주장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이미 엄청난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주택구입 경제성(housing affordability)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낮은 이자율은 장기적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 댈라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Dallas)의 최근 연구는, 2021년 이후 높은 금리로 인해 주택 구매자의 삶이 더 어려워졌지만(mortgage 상환으로 인해), 그런 반면 주택가격이 올랐기에 금리가 상승하지 않았다면 주택구입 능력은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같은 이유는 주택구입 경제성이 두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나는 가격이며, 다른 하나는 대출 서비스, 즉 담보대출(mortgage)에 필요한 소득액이다.
금세기 들어 낮은 이자율로 인해 주택 구매자는 더 많은 자금을 융자할 수 있었고, 이로써 주택가격을 올릴 수 있었다. 한동안은 모두가 행복했다. 주택 소유자는 많은 자금을 지불했을 수 있지만 몇 년 내 가격 상승에 따른 더 많은 자본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자율이 낮아짐에 따라 주택 소유자가 상환해야 할 월 모기지 액수는 계속 감소했다. 여기에다 은행들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자금을 대출해 주었고, 수익을 늘렸다.
하지만 전염병 대유행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경제를 붕괴시키는 또 다른 위기를 제외하고는 금리가 다시 ‘0’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며, 부동산 거품의 감당할 수 없는 측면이 무너질 수도 있다.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이유는
경매 낙찰률이 오르면 부동산 시장은 더욱 달아오른다. 그런 일이 지금, 발생하고 있다. 브리즈번(Brisbane), 퍼스(Perth),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는 주택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전국 평균 가격은 약 75%, 시드니는 80%까지 상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가 거의 확실시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다. 반면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나면 중앙은행(RBA)은 이미 가열된 시장에 추가 연료 투입을 주저할 수 있다.
이제 부동산 시장은 RBA 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RBA 입장에서 작은 문제가 더 큰 사안이 된(tail wagging the economic dog) 셈이다.
현재 주택 문제는 가계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사람들의 소비 습관을 크게 결정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더 부유해진 느낌을 받고 신용카드 사용을 남발하게 된다.
부동산에서 파생된 부의 대부분은 현재 토지 소유자로부터 자녀에게 상속되고 있다. 이는 각 매체들이 서민적 유머를 담아 ‘엄마 아빠 은행’(Bank of Mum and Dad)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게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arden Australia’ 조사에 따르면 2010년에만 해도 부모의 도움을 받아 내집 마련을 했던 비율은 전체 주택 거래의 12%였지만 지금은 대다수가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그 총 규모는 27억 달러에 달한다.
호주인들은 이 나라가 모든 이들에게 공정(fair)한 기회가 주어진 평등주의 사회라고 생각하고 싶어하지만 이제 개개인의 부(wealth)는 부동산에 대한 집착을 통해 결정되며, 이는 더욱 확고한 부의 격차를 만들고 있다.
이를 바로잡을 방안은 없나
그렇다면 이를 바로잡을 길은 있는 것일까. 모든 이들이 원한다 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주 부동산 규모의 거품을 걷어내면 향후 수십 년 동안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호주의 세금 시스템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기존 주택을 사들이도록 넉넉한 세금 감면을 제공하여 많은 첫 주택구입자들이 시장에서 가격을 책정하도록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빌 쇼튼(Bill Shorten) 전 노동당 대표는 이 같은 인센티브의 부분적 해제(negative gearing 수정)를 제안했다가 2019년 연방선거에서 자유당의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에게 ‘기적 같은’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는, 최소한 가까운 미래에 ‘네거티브 기어링’(부동산 투자자의 투자 손실을 개인 세금에서 감면해주는 제도)을 손보려은 정치인은 ‘정치적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주택문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시작할 수 있는 몇 가지 즉각적인 조치가 있다. 지난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RBA의 의사록에 언급되었듯, 주택가격과 임대료는 강한 수요 및 몇 년만의 가장 약한 신규 주택 착공에 의해 주도됐다.
RBA 이사회는 “수요 측면에서 인구증가율이 여전히 높으며 전염병 대유행 기간 동안 발생한 더 넓은 주택 공간에 대한 선호 변화는 아직 완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한 해에만 52만 명 넘는 수가 해외에서 유입됐다. 이는 호주 인구 증가의 약 80%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이 같은 급격한 인구증가는 건축업계의 위기와도 겹친다. 주택 구입자들은 새 주택 건축을 꺼렸다. 터무니 없는 공사 가격, 건축회사의 부도, 수준 이하의 건설 작업이 종종 발생하면서 신규 주택 착공이 크게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의 교차점은 다음 연방선거 및 주 선거 여론조사에서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호주의 주택 문제에 대해 이 같이 설명한 ABC 방송은 “팬데믹 이후 정부는 대규모 이민 프로젝트를 통해 경기 침체를 피했지만, 이는 20년 동안 진행된 주택 위기 문제를 추가시켰으며, 결국 RBA의 기준금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국가 지도자들이 부동산 거품을 풀어내기 시작하고 보다 생산적 수단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결정적 조치를 취할지 여부는 지역사회(부동산을 소유한)의 반발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