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Logic’ 집계… 시드니, 10월까지 3개월 사이 대부분 주택 및 유닛가격 상승
“이민자 증가 따른 수요 증가로”… 멜번 단독주택 80.8%-유닛 75.4%, 성장 기록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기준금리 상승 영향이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최근까지 전국 5개 교외지역(suburb) 중 4곳의 주택가격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드니와 멜번의 가격상승 속도는 확연하게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이달(11월) 이자율 인상(0.25%포인트 인상으로 현재 목표금리는 4.35%)이 결정됨에 따라 향후 주택시장 전망은 다소 어두워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코어로직’(CoreLogic)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지난 3개월간의 주택가격 분석 결과 전국 단독주택(house)의 83.1%, 유닛(unit)의 80.6%가 가격 성장을 기록했다.
시드니는 10월까지 이전 3개월 사이, 91.4%의 단독주택과 87.4%의 유닛이 가격 오름세를 보여 호주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광역시드니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인 곳은 파이브덕(Five Dock), 오이스터 베이(Oyster Bay), 펜서스트(Penshurst), 콩코드 웨스트(Concord West), 콩코드(Concord)로, 이 기간 동안 모두 8%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멜번은 80.8%의 단독주택, 75.4%의 유닛이 가격상승을 보였다. 가장 빠른 증가를 보인 교외지역은 오몬드(Ormond), 햄턴 이스트(Hampton East), 킹스버리(Kingsbury), 노스코트(Northcote), 손버리(Thornbury) 지역으로, 상승률은 4.4%에서 6.7%였다.
‘코어로직’의 엘리자 오웬(Eliza Owen) 선임 연구원은 전염병 대유행 이후 가구 규모(household sizes)가 줄어들고 해외 이민자 유치 프로그램이 재개되면서 공급에 비해 주택 수요가 크게 높았기에,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담보대출(mortgage) 상환액이 늘어났음에도 가격상승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웬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상황과 경제 여건에 대한 비관론이 많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주택구입 여력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업사이저(upsizers. 거주하는 주택 규모를 늘리려는 이들) 중 일부는 (그 동안 치솟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이미 다음 구입을 위한 자본이득을 얻었을 것이며, 부유한 가구 및 다운사이저(downsizers) 또한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시장 참여가 가능할 만큼 여유가 있는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녀는 침체 우려가 있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서 모기지 대출 제한이 시작됨에 따라 시드니 및 멜번의 주택시장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웬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겨울 및 봄 시즌 들어 더 많은 판매 매물이 시장에 나왔으며, 현재 등록 매물은 지난 과거의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잠재 구매자들에게 더 유리한 협상력을 제공한다.
그녀는 “시드니와 멜번에서는 향후 몇 달 동안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더 많은 시험을 받을 것”이라며 “계절적으로는 매물 물량과 수요가 감소하고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현금금리 기대치에는 약간의 불확실성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시드니와 멜번에 비해 주택가격이 크게 저렴한 브리즈번(Brisbane, Queensland), 애들레이드(Adelaide, South Australia), 퍼스(Perth, WEstern Australia)에서는 집계된 95% 이상 주택이 가격 상승을 보였다. 전체 매물은 이전 평균에 비해 3분의 1에서 40% 미만으로 유지, 강한 가격상승을 뒷받침했다.
투자은행 ‘AMP Capital’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박사는 수요에 비해 적은 판매용 주택 공급으로, 지난해 시장 침체 이후 올해 들어 가격상승을 부추겼다면서 “높은 이자율에 덜 민감한 이들, 부모의 지원(bank of mum and dad)이 가능한 예비 구매자들, 또는 주택시장이 호황을 보이던 당시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한 뒤 주택가격이 하락하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드니 및 멜번의 가격 성장은 둔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와 달리 가격이 낮았던 퍼스, 브리즈번, 애들레이드에서는 주택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리버 박사에 따르면 경매 낙찰률은 상반기 이후 점차 낮은 수준을 보여 향후 시장 전망에 의문을 갖게 한다. 그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고, 현재의 고금리가 한 동안 이어질 위험도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SBC의 폴 블록섬(Paul Bloxham) 경제연구원은 “특히 이민자로 인한 강한 인구증가가 주택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난 유학생 및 장단기 근로자로 호주 임대시장은 더욱 타이트해졌고 임대료 또한 크게 치솟자 시드니 및 멜번의 세입자들은 임대주택을 구하기보다 내집 장만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현재 주택수요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강한 인구 성장”이라며 “다만 지금의 빠른 인구증가가 향후 몇 분기 동안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주택가격 상승속도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블록섬 연구원은 “지금의 주택시장에서 놀라운 점은, 이자율이 급등했지만 가격 또한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부동산 시장에 많은 구매자들이 있기 때문이고, 이것이 높아진 기준금리에 따른 위험상황을 잠재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