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자 진단… 멜번 경찰, 관광비자 중국 ‘professional beggars’ 체포
최근 수년 사이 시드니와 멜번(Melbourne)의 관광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전 세계 여행자들의 방문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도심 곳곳을 점령(?)한 구걸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 호주 범죄학자가 ‘전문 직업 구걸꾼들’(professional beggars)이 관광산업의 호황에 기대어 멜번에서 활약 중이며, 이 같은 현상이 호주 내 다른 도시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초, 멜번 경찰은 7명의 구걸자들을 체포했다. 이들은 이들은 조직적인 구걸 활동을 펼친 중국 관광비자 소지자들이며, 구걸로 모은 돈을 위안화로 환전해 본국으로 송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범죄학 강사인 레넌 장(Lennon Chang) 박사는 “멜번이 글로벌 도시 목록에서 거지로 위장한 구걸 조직이 등장한 가장 최근의 도시”라고 지적했다.
장 박사는 지난 7월 5일 ABC 라디오 멜번(ABC Radio Melbourne)과의 인터뷰에서 “범죄학자들은 ‘돈이 있는 곳에 범죄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지난 2010년에는 두바이(Bubai)에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전문 거지들’(professional beggars)이 있었고, 이들은 이후 베이징(Beijing)으로 활동무대(?)를 옮겼으며, 근래에는 둥관(Dongguan. 중국 광둥성 중남부에 위치한 도시)에서 이들이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활동하는 곳은 전 세계 여행자들이 찾는 부유한 도시들”이라며 “이들이 멜번에 나타났다는 것은 호주의 다른 도시들, 즉 시드니나 브리즈번에서도 구걸 활동을 벌일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태국 이민경찰은 방콕(Banhkok)에서 중국인 6명을 ‘거리 구걸 행위’로 체포한 바 있다. 태국 이민경찰에 따르면 휠체어를 탄 3명이 포함된 이들(30대에서 50대 남성 4명, 여성 2명)은 춘절을 이용해 관광 비자를 받아 방콕으로 원정 구걸을 온 것으로, 태국의 한 호텔에 투숙하며 구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에서는 2016년 제정된 ‘구걸 통제법’(Begging Control Act)에 따라 거리에서의 구걸을 일절 금하고 있다.
장 박사에 따르면 지난 수세기 동안 중국과 대만에서는 전문적인 구걸 조직, 또는 이를 업으로 삼는 갱(gang) 조직이 존재해 왔다. 일부 해외 범죄단체들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어린이를 구걸에 이용(?)하기도 한다.
“동정심을 느껴 50달러를 주었다”
멜번 모나시대학교 학생인 자오(Zhao)씨는 ABC 라디오에서 얼마 전 멜번 도심 스완스톤 스트리트(Swanston Street)의 한 나이든 할머니 거지에게 돈을 준 경험을 털어놓았다. 자오씨는 구걸을 하고 있던 그 여인이 북경어(Mandarin)로 말을 건네 왔으며, 나이가 80인데 중병에 걸린 아들을 도와줄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자오씨는 “그녀에게 측은함을 느꼈고 50달러를 주었다. 하지만 돈을 주고 나서 그녀와 얼마간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자오씨는 자신이 기만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음식을 사주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오직 돈이 필요할 뿐’이라고 했다”며 “정말로 배가 고픈 거지가 아니라 예전에 중국에서 만날 수 있었던 ‘직업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길거리 구걸 행위는 ‘불법’
관광 비자를 소지한 채 멜번 도심 거리에서 구걸 행위를 하다 체포된 이들이 중국인이라는 소식은 곧장 중국 온라인 플랫폼 ‘WeChat’과 인터넷 웹사이트 ‘Our Steps’에서 수천 건의 댓글 토론을 불러왔다.
멜번 시(City of Melbourne)의 샐리 캡(Sally Capp) 시장은 “거리에서 구걸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려심 많은 멜번 사람(Melburnians)들에게 ‘구걸하는 이들에게 아무 것도 주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캡 시장은 구걸을 하거나 노숙자들에게 현금을 주는 대신 전문 지원 서비스 기관으로 안내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는 진짜 거리의 빈민들은 본인들마저 그렇게 인식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한 노숙 여성은 ABC 라디오에서 “지금 우리가 그런 구걸 집단으로 오해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