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소설가 겸 정치 평론가, 론리 플래닛의 2018년 캔버라 방문 이유 반박
세계적인 여행 매거진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 호주 연방 수도인 캔버라(Canberra)를 2018년에 전 세계에서 여행할 만한 10대 도시 중 3위로 선정하자(11월3일 발간 한국신문 1267호 보도), 일부에서 반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ABC에 따르면, 호주 소설가이자 정치 풍자 단체 ‘더 체이서’(The Chaser)의 공동 창립자인 도미니크 나이트(Dominic Knight)는 론리 플래닛의 추천 도시 선정 기준이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론리 플래닛은 이번 달 초 2018년에 여행할만한 10대 도시를 발표하고 스페인의 세비야(Seville), 미국 미시건(Michigan) 주의 디트로이트(Detroit)에 이어 캔버라를 세 번째로 선정했으며 독일 항구도시인 함부르크(Hamburg)를 네 번째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 도시들은 해외나 현지인들에게 모두 관광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들이라고 나이트는 지적했다.
나이트는 “누군가 추천해도 별로 가보고 싶지 않은 장소들이 벨기에의 항구도시 앤트워프(Antwerp)나 노르웨이의 오슬로(Oslo), 대만의 가오슝(Kaohsiung) 보다 상위에 올라 있다는 게 타당한가”고 반문했다.
캔버라는 호주 전체에서 도시 크기로는 시드니, 멜번, 브리즈번 등에 이어 10번째에 해당하는 소규모 도시이며, 지나가는 철도역 또한 극히 일부 밖에 없다고 나이트는 꼬집었다.
다음은 나이트가 ‘론리 플래닛이 캔버라에 붙인 엄청난 수식어들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라며 반박한 내용들이다.
▲‘곳곳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찾아볼 수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작은 도시 캔버라에는 의회의사당과 대법원 등 호주 전체의 대규모 국가 기관들이 모여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갤러리와 박물관들이 즐비해있다. 이것이 바로 많은 이들이 캔버라를 찾는 이유다.
그러나 나이트는 호주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위한 건물을 짓는 데에는 국민들의 세금을 상당히 관대하게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사비가 소요됐다고 해서 캔버라의 국가기관들이 다른 도시의 기관들보다 더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호주의 괜찮은 박물관으로 타스마니아(Tasmania)에 있는 더웬트 연필 박물관(Derwent Pencil Museum)이나 MONA(Museum of Old and New Art)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부티크 지구, 먹자골목, 문화 중심지로 급부상’
론리 플래닛의 편집장은 캔버라의 뉴액톤(NewActon)과 같이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나이트는 지적했다.
그러니 편집장의 입장에서 캔버라의 커피 중심지 브래던(Braddon)은 이제 한물 간 지역인 것이다.
또한 론리 플래닛의 캔버라에 대한 기사는 다분히 호주산 식품만 먹는 이들과 국내 지역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을 최고로 여기는 이들의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게 나이트의 주장이다.
그는 ‘문화의 중심지’라는 내용과 관련해 전통 페스티벌과 봄에 진행되는 꽃 축제 ‘Floriade’가 전부라며 비판했다.
이어 론리 플래닛이 말한 캔버라의 유명 관광지들은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나 가본 NGA, 국립 초상화 미술관(Portrait Gallery), 의회의사당, 전쟁기념관(War Memorial), 과학박물관인 ‘Questacon’ 등 뻔한 곳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18년 마누카 오벌(Manuka Oval)에서 첫 크리켓 시범경기 열려’
나이트는 “내년에 스리랑카(Sri Lanka) 선수들이 최초로 호주를 방문한다. 호바트 출신이 아니고서는 캔버라를 방문할만한 충분한 이유다”며, 크리켓 시범경기가 처음 열리는 것 자체에 대해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매년 시범경기가 개최되는 다른 도시들을 놔두고 구태여 캔버라를 꿈의 도시로 지목할 만큼의 이유는 아니라고 나이트는 주장했다.
▲‘전쟁기념관(Australian War Memorial)에서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개최’
나이트는 이탈리아 갈리폴리(Gallipoli)를 포함해 전 세계의 수많은 유명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이 1차 세계대전 종전협정 기념식을 보러 내년에 캔버라까지 올 필요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사를 작성하다 이유가 없어 끼워 넣은 게 분명하다고 비꼬았다.
▲‘캔버라, ‘화해의 날’로 휴일 제정’
론리 플래닛이 2018년 캔버라를 방문해야한다고 주장한 마지막 이유다.
내년부터 호주 연방 수도 특별구 ACT(Australian Capital Territory)의 달력에는 원주민과 비원주민들 간의 관계 회복을 상징하는 ‘화해의 날’(Reconciliation Day)이 공휴일로 들어가게 된다.
나이트는 이에 대해 “(화해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 물론 좋은 생각”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날 특별히 캔버라를 방문할 이유는 충분치 않다”고 반박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