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건 이상의 가정폭력 신고 관련… “남성의 역할 모델-문화적 변화” 강조
호주 일부 남성들 ‘우월의식’ 여전, ‘성 불평등이 폭력 불러오는 직접적 원인’ 지적
최근 전국적으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여성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지난 4월 27일(토) 시드니, 멜번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가정-젠더 폭력 문제에 대해 정부 조치를 요구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며 ‘폭력 문제’가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앤서니 알바니스 연방 총리는 이에 대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받고 있으며 피해자 옹호단체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부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 톤킨(Hannah Tonkin) ‘NSW Women’s Safety Commissioner’가 남성들을 향해 “리더이자 역할 모델로의 문화적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며 “폭력적 음란물 동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 극단적인 여성혐오가 파트너 관계에 대한 해로운 태도를 불러일으킨다”고 경고했다.
하루 500건이 넘는 폭행 사건이 경찰에 신고되는 NSW 주의 젠더 폭력 위기가 새로운 통계를 통해 밝혀지면서 학계와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서의 여성에 대한 독설이 특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성폭력과 여성혐오 조장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호주에서는 4월 말 현재까지 26명의 여성이 살해당했다. 이의 용의자 가운데 9명은 30세 미만이다.
이에 대해 “충격적이고 가슴 아프다”고 밝힌 톤킨 위원장은 “지금 여성들은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불안감을 느낀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피해자 가운데는 자녀를 가진 어머니이자 보육교사인 몰리 티스허스트(Molly Ticehurst)씨도 포함되어 있다. 가해자로 추정되는 다니엘 빌링스(Daniel Billings, 29)는 그녀가 사망하기 2주 전, 성폭행과 협박 혐의로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었다.
NSW 남서부 내륙 지방도시 포브스(Forbes)에 거주하던 그녀의 죽음은, 지역사회는 물론 호주 전역에 광범위한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가정폭력에 대한 정부 왕립위원회(Royal Commission) 조사 요구를 촉발시켰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NSW 경찰은 지난해, 매일 500건이 넘는 가정폭력 사건에 출동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위험에 처한 어린이가 포함되어 있다. 피해자가 가정폭력을 신고하기까지는 평균 26차례의 폭행이 벌어진 후였다.
NSW 범죄통계국(Bureau of Crime Statistics and Research) 통계는 지난 2년 사이 NSW 경찰이 보고한 가정폭력 폭행이 6.7%, 협박과 스토킹, 괴롭힘 신고 또한 6.1%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톤킨 위원장은 치안-사법-복지 부문에서의 대응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문화적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녀는 일부 소년들이 11세, 12세부터 음란물을 접하는 등 젊은 청소년들의 온라인 접속 음란자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녀는 “우리는 아주 이른 나이에, 손쉽게 음란물에 보고 자라는 청소년들을 보고 있다”며 “이들은 또한 온라인상에서 매우 극단적인 여성혐오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때 여성에 대한 문제적 메시지와 남성이 무엇인지를 강조하는 알고리즘이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이성간의 관계와 성역할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청소년기) 삶의 중요한 시기에 일어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전했다.
톤킨 위원장은 “이런 점에서 남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제 남성들이 이 문제에 대해 리더로 나서야 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관계의 모범을 보여야 하고 특히 아들이 있는 경우 건전한 남성성의 모델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폭력방지 옹호단체 ‘Our Watch’의 패티 키너슬리(Patty Kinnersly) 최고경영자 또한 온라인 환경이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온라인 게시물의 성차별적 미사여구와 폭력적 음란물이 성적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와 함께 그녀는 “온라인 환경의 선동 효과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며 젊은 남성이 여성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형성하는 방식은 절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남성성(masculinity)에 관한 지난 2019년 조사에 따르면 호주 남성의 거의 5%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았으며 3분의 1은 여성의 권리가 너무 앞서 나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18~35세 남성은 55세 이상 남성에 비해 이 같은 견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비영리 남성 정신건강 단체 ‘Man Cave’ 조사를 보면 호주 하이스쿨 남학생의 92%가 자칭 여성 혐오자인 앤드류 테이트(Andrew Tate)에 대해 알고 있으며, 35%는 그와 ‘관련이 있다’는 답변이었다. 테이트는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이자 사업가, 전직 킥복싱 선수로, 논란이 되는 여성혐오 논평으로 인해 최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추방당한 인물이다.
또한 동 단체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접하는 음란물의 거의 90%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묘사한 것들이다.
퀸즐랜드 공과대학(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사회학자인 마이클 플러드(Michael Flood) 교수가 주도한 ‘Man Box 2024’ 연구를 보면 호주 남성 중 최소 3분의 1이 이성과의 어떤 결정에 대해 남성이 최종 발언권을 가져야 하며 파트너의 행방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러드 교수는 “이런 의식이 남성의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한 남녀 청소년들은 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관용을 가지게 되며 여성혐오가 고조되고 있는데, 그것은 아주 위험한 폭력 가해 요소”라고 설명했다.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 정치사회학자인 조시 루즈(Josh Roose) 부교수는 오늘날 젊은 세대의 젠더 폭력 가해자는 나이 든 세대와 다르다는 의견을 전했다. 루즈 부교수는 “학대에 대한 메시지, 그것이 구성되는 방식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의 순전한 독설과 증오”라며 “동료 개입을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또는 가능한 직접 대면하여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 방지 옹호단체 ‘Rape and Sexual Assault Research and Advocacy’를 이끄는 레이첼 버긴(Rachael Burgin) 박사는 성 불평등이 성폭력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 “여성이 가정에서 (남성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의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 NSW 가정폭력 관련 폭행 사건 발생 건
(연도 : 발생 건)
▲ 사건발생 건
2014 : 29,197
2015 : 29,115
2016 : 29.147
2017 : 28,485
2018 : 29,719
2019 : 31,349
2020 : 32,280
2021 : 32,132
2022 : 33,797
2023 : 36,072
▲ 10만 명당 비율
2014 : 388.9
2015 : 382.3
2016 : 376.9
2017 : 362
2018 : 372.4
2019 : 387.6
2020 : 398.8
2021 : 396.8
2022 : 413.9
2023 : 441.7
Source: NSW Bureau of Crime Statistics and Research (NSW 경찰은 가정폭력 사건에 대해 현재 및 이전의 친밀한 파트너, 가족 구성원, 가족 구성원, 보호자, 현 파트너의 전 파트너 등 기타 가정 관계를 포함하여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관계를 기준으로 집계함).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