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통계청 자료… 멜번 최다, 시드니 및 도심 인근은 네 번째
호주 전역 각 지역(suburb) 가운데 전기차 보유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자동차 구매자들 사이에서도 전기차량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이 호주 각지의 전기차 등록 현황 집계, 눈길을 끌었다.
ABS는 이 수치를 집계하면서 순수 전기차(electric vehicle. EV)는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PHEV)를 포함시켰다. 이 차량은 내연기관 작동 전 차량에 탑재되어 있는 배터리 팩을 한 번 충전하여 최대 50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다.
ABS 자료를 보면 EV 등록이 많은 상위 10개 지역 중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NSW 및 빅토리아 주에 집중됐다. 이는 호주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며 또한 EV를 위한 충전 인프라가 다른 지역에 비해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EV 보유 지역은 멜번(Melbourne city. 우편번호 3000)으로 현재 145대의 EV가 등록되어 있다. 현재 멜번 시티를 주소지로 등록된 전체 차량은 2만2,591대로, EV 비율은 0.64%를 차지한다. 멜번 CBD(Central Business District)의 낮은 EV 비율은 주차 공간을 가진 주거지가 많지 않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보유 차량 수로는 멜번 시티가 가장 많았지만 지역별 전체 자동차 가운데 EV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빅토리아 주 더리무트(Derrimut) 및 레이버튼 노스(Laverton North)로 전체 차량 3,720대 가운데 EV는 102대, EV 비율은 2.74%이다.
NSW 주에서 EV 보유가 가장 많은 지역은 시드니 도심(Sydney city)과 인근 지역(Barangaroo, Dawes Point, Haymarket, Millers Point, The Rocks)으로 총 102대의 EV가 등록되어 있다. 이 지역 전체 차량 1만8,888대 가운데 EV 비율은 0.54%이다.
NSW 주에서 두 번째로 EV 등록이 많은 지역 또한 광역시드니로, 동부(eastern suburbs)의 도버헤이츠(Dover Heights), 로즈베이 노스(Rose Bay North), 버클루즈(Vaucluse), 왓슨베이(Watsons Bay)였으며, 현재 등록되어 있는 EV는 85대이다. 이 지역 전체 차량 9,550대와 비교하면 EV 비율은 0.94%였다.
빅토리아와 NSW 주 외 유일하게 상위 10개 지역 중 하나를 차지한 곳은 남부호주(South Australia)였다. 플린더스대학교(Flinders University)가 자리한 애들레이드(Adelaide) 남부 베드포드 파크(Bedford Park)를 비롯해 클로벌리 파크(Clovelly Park), 파사데나(Pasadena), 세인트 매리스(St Marys), 톤슬리(Tonsley)에 등록된 EV는 127대로, 수치만으로는 두 번째이다. 이들 지역의 전체 차량은 7,862대로, EV 비율은 1.72%였다.
특히 플린더스대학교는 교직원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업무용 EV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과 ‘코나 일렉트릭’ 등 10여 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학 내에 13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갖고 있다.
멜번에 기반을 둔 교통-운송 관련 컨설팅 사인 ‘Institute for Sensible Transport’의 엘리엇 피시먼(Elliot Fishman) 박사는 “호주인들의 EV 선택은 두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 사이 호주에서의 전기차 비율 증가는 상당히 강했다”는 피시먼 박사는 “이는 자동차 소유에 따른 비용절감 및 배기가스 감소 등 EV의 이점과 기능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또한 보다 강력한 배터리 범위는 물론 저렴해진 차량 가격 등 사용 가능한 모델이 증가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요소로 그는 “급속충전 네트워크가 확대됨에 따라 장거리 여행에서 EV 차량 이용이 가능해졌고 비용 효율적이라는 것이 이용자들에게 확신을 주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피시먼 박사는 이처럼 탄소배출이 없는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다. 호주 전체로 볼 때 현재 EV는 신차 판매의 0.7%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피시먼 박사는 “아직은 가격이 높은 EV에 대한 세금이나 인지세 면제, 기타 전기차 초기 비용을 낮추어주는 지원 등 EV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있다”는 말로 전기차 확산을 위한 정부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 전기차 등록
상위 10개 지역
(Suburbs / State : 등록 대수 / 전체 등록차량 / 전체 차량 중 EV 비율)
- Melbourne / Vic : 145 / 22,591 / 0.64
- Bedford Park, Clovelly Park, Flinders Uni, Pasadena, St Marys, Tonsley / SA : 127 / 7862 / 1.62
- Derrimut, Laverton North / Vic : 102 / 3720 / 2.74
- Sydney, Barangaroo, Dawes Point, Haymarket, Millers Point, The Rocks / NSW : 102 / 18,888 / 0.54
- Mulgrave, Waverley Gardens / Vic : 100 / 18,875 / 0.54
- Bangholme, Dandenong, Dandenong East, Dandenong North, Dandenong South, Dunearn / Vic : 97 / 38,642 / 0.25
- Burnley, Burnley North, Cremorne, Richmond, Richmond East, Richmond North, Richmond South / Vic : 93 / 26,483 / 0.35
- Gladstone Park, Gowanbrae, Tullamarine / Vic : 90 / 30,915 / 0.29
- Dover Heights, Rose Bay North, Vaucluse, Watsons Bay / NSW : 85 / 9055 / 0.94
- Hawksburn, Toorak / Vic : 75 / 10,088 / 0.74
*이 집계는 ABS 자료를 기반으로 멜번 소재 ‘Institute for Sensible Transport’이 정리한 것임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