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로보대학교 조사… ‘직장과 가정생활의 경계 모호-동료들로부터의 고립감’ 느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가져온 직장문화의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재택근무의 확산일 것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하는 호주 직장인 비율은 팬데믹 시작 당시 8% 수준이었으나 2년여 만에 약 40%로 늘어났다. 또한 전염병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올 겨울 시즌의 새로운 감염자 파동으로 인해 원격근무를 하다 사무실로 복귀한 일부 직장인들은 다시 집에서 근무하는 방식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매일 출퇴근에서의 혼잡을 겪지 않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멜번(Melbourne) 소재 라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했던 대다수 직장인이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
동 대학교가 실시한 설문에 응답한 이들은 직장과 가정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동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라트로보대학교 ‘인체 및 인간공학 연구센터’(Centre for Ergonomics and Human Factors)의 조디 오크만(Jodi Oakman) 교수는 “많은 응답자들이 피로감과 함께 체력저하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오크만 교수는 “직장으로 출근을 해야 할 때는 부수적인 움직임이 많다”면서 “회의에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추가 단계를 수행하는 반면 집에서는 거의 그럴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설문에 참여한 일부는 회사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오크만 교수는 “특정 분야를 연구하는 이들, 정책 개발자들, 이와 유사한 분야 등 상호작용 부분이 필요하지 않는 업무를 하는 이들에게는 재택근무가 아주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반면, 이와 마찬가지로 직장 내 다른 동료들의 의견을 필요로 하는 업무일 경우에는 사무실이 더 나은 근무 환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에 대한 새로운 접근
설문 응답자의 반응만을 볼 때, 이번 조사는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를 끝내고 ‘당장’ 사무실로 복귀하는 것이 맞는 판단은 아닐 수도 있다.
오크만 교수는 이 연구에 대해 “고용주에게, 직원의 행복과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면서 “따라서 이제는 근로자들의 작업 현장에 집중하는 것 이상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근로자들의 건강과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모든 요소들”이라는 것이다.
각 산업별 노동조합과 전문가들은 특히 오미크론(Omicron) 변이 바이러스 파동이 진행되는 동안 근로자가 원할 경우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 유연성을 요구했었다. 현재 근로자를 보호하는 각 주(State) 또는 연방정부의 보건 명령은 없는 상태이다. 업무 방식에 대한 모든 것은 개별 기업의 결정에 달려 있다. 아울러 팬데믹 기간 동안 고용-업무 관련 계약을 협상하지 않는 한 재택근무가 고려사항일 가능성도 낮다.
호주 노동조합협의회(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의 샐리 맥마누스(Sally McManus) 사무총장은 “근로자들을 사무실로 강제 복귀시키는 것은 현 상황에서 현명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택근무가
더 효율적이었다”
시드니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하는 필 실베스터(Phil Sylvester)씨는 팬데믹 사태 시작 직후 현재까지 지난 2년 반을 집에서 근무했고, 지금도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내가 만들어가는 일과 삶의 균형이 정말 좋다”면서 “이 말은, 아직 취학 연령의 아이들이 있기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방과 후 스포츠 활동을 하도록 하는 모든 스케줄이 쉽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직장까지 출퇴근을 해야 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