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만큼 장 건강 중요’ 새 증거 따라 퀸즐랜드 연구팀, 획기적 치료법 개발 착수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우리 뇌 속에는 여러 가지 신경 전달 물질이 있는데 그 중에서 운동에 꼭 필요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이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원인 모르게 서서히 소실되어 가는 질환으로, 파킨슨 환자들에게서는 서동증(운동 느림), 안정 시 떨림, 근육 강직,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파킨슨병은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이 병에 걸릴 위험은 점점 커지게 된다(이상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참고).
퀸즐랜드 연구팀이 파킨슨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발병을 막는 한 방법으로, 장(gut) 건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즉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표적으로 삼아 이 질환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획기적인 새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퀸즐랜드공과대학교(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Translational Research Institute’의 리차드 고든(Richard Gordon) 부교수에 따르면 이는 파킨슨병 발병에 있어 장이 뇌만큼 중요하다는 새로운 증거에 따른 것이다.
고든 부교수는 “연구 결과 건강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파킨슨병 환자의 복잡한 장 생태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지속적인 염증과 면역체계 활성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염증은 장기간에 걸쳐 파킨슨병 환자에게 점차적으로 손실되는 취약한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neuron)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화학물질 노출’과
관련된 사례 ‘증가’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을 생산하는 신경세포의 퇴화를 특징으로 하는 진행성 운동 장애이다. 이 도파민 수치가 감소하면 떨림, 팔과 다리의 경직, 느린 움직임, 균형 불량 등 이동성 장애가 발생한다. 이외에도 후각 장애, 수면 장애, 불안 및 우울증, 피로, 장 문제, 언어능력 변화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의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레보도파(levodopa)와 같은 약물 치료는 이 질병의 진행을 늦추기보다는 일부 환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최근 연구에 대해 “파킨슨병에 대한 급진적 새로운 사고방식”이라고 표현한 고든 부교수의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군집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파킨슨병 치료법을 연구하고자 미 국방부(US Department of Defense)로부터 4년에 걸쳐 4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고든 부교수는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은 것에 대해 “군인들의 경우 복무 중 화학물질에 노출됨으로써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파킨슨병 발병률이 아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 대책,
새 목표는 장 건강
‘파킨슨병’은 200여 년 전 런던 의사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이 처음 기술한 것으로, 고든 부교수 연구팀은 이에 대한 새로운 종류의 치료법을 확인하기 위해 인간 및 동물 연구가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최소 70명의 파킨슨 환자로부터 혈액, 소변, 대변 샘플을 연구하고, 이를 비슷한 연령대의 건강한 지원자 샘풀과 비교할 예정이다.
고든 부교수는 “우리가 장 안의 미생물군집을 연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람의 장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서열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사라질 수 있는 소위 ‘건강한 미생물’(healthy bugs)을 식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고든 부교수는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 지식을 사용하여 과거 우리가 했던 것처럼 단순히 뇌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을 표적으로 삼는 약물을 개발하거나 현재 나와 있는 약물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접근방식은
‘Bugs as drugs’
그는 ‘약물로써 버그를’(bugs as drugs)이라는 연구 접근방식에서 연구팀이 박테리아를 조작하고 장내 생태계를 변경해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출 수 있는 잠재력을 테스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든 부교수는 “이 같은 연구는 처음에 동물을 대상으로 수행될 것”이라며 “이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게 확인되면 연구 작업의 다음 단계는 이를 임상시험으로 진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팀에는 QUT 생의학대학원(School of Biomedical Sciences) 과학자들과 로얄 브리즈번-여성 병원(Royal Brisbane and Women’s hospital), 프린세스 알렉산드라 병원(Princess Alexandra hospital) 신경 전문의들이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QLD 연구팀은 미 조지아대학교(University of Georgia) 연구원들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현재 호주에는 약 20만 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