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방정부 언론담당관 의회 장관실에서 성폭행
연방정부 당직자가 연방의회 건물 장관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연방의회 내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화가 다시 수면으로 떠 올랐다. 연방 총리는 문제 제기후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다양한 조사를 발표했다.
지난 15일 뉴스 닷컴은 2019년 3월 23일 금요일 밤 술자리를 가진 후 린다 레이놀즈 당시 국방산업장관실 소속 남성 당직자가 24세 여성 언론담당관을 의회로 데려가 장관실에서 강간했다는 혐의를 보도했다. 이 사건은 스콧 모리슨 총리가 총선일을 발표한 4월 10일 약 보름 전이다.
피해자인 브리트니 히긴스는 당시 업무를 맡은 지 4주밖에 안되는 신임 당직자였다. ABC 보도에 따르면 히긴스는 뉴스 닷컴 보도 내용이 정확하다고 확인했다. 피해자는 당시 정식 고소와 일자리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성폭행 가해 혐의를 받는 남성은 사건 며칠 후 레이놀즈 장관실에서 해고당했지만, 성폭행 때문이 아닌 보안 위반 문제 때문이다. 해고시 가해자는 장관실에서 추천서를 2장 받아 동종 업계에 다시 취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긴스는 당시 정식으로 고소하지 않은 이유는 자유당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았고 “꿈의 직장”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히긴스는 사건이 발생한 며칠 후 범죄가 일어난 장소인 장관실에서 레이놀즈 상원의원과 선임당직자와 회의를 가졌다. 레이놀즈 장관은 성폭행 사건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몰랐으며 알았다면 다른 곳에서 회의를 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방경찰은 경찰이 2019년 4월 피해자와 면담했지만,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가 항상 경찰 수사가 어느 정도까지 갈지 발언권을 가지며 기소까지 진행될지 않을지 결정할 수 있으며 어느 때라도 그 과정에서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의 요청으로 수사가 중단되고 기소까지 진행되지 않거나 나중에 재개되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린다 레이놀즈 장관 지역구가 있는 서호주에서 2019년 5월 선거운동에 참여할지 아니면 골드코스트 집으로 돌아갈지 선택해야 했으나 뉴스 닷컴 보도에 따르면 골드코스트로 가는 경우 총선 후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히긴스는 성폭행 피해 후 가족과 가까이 있고 싶었으나 직장을 잃을까 두려워 서호주에서 선거운동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후 히긴스는 잠시 미카엘라야 캐시 고용장관실에서 일한 후 정부 당직자 일을 모두 그만뒀다.
추가 피해자 3명 뉴스코프 언론 통해 피해 사실 폭로
히긴스가 처음 성폭행 사실을 알리고 나서 같은 남성에게 여성 2명이 비슷한 피해를 보았다고 폭로했고 4번째 여성은 ABC에 2017년 캔버라 바에서 이 남성이 자신의 허벅지를 더듬었으며 경찰에 신고했다고 제보했다.
20일 더위켄드 오스트랄리안지는 지난해 이 남성이 전직 자유당 여성 당직자와 저녁 식사와 술자리 후 이 여성을 강간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 여성은 이 신문에 자신이 연방의회 문화를 드러내 히긴스를 돕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밝혔으며 히긴스 씨가 2019년 제대로 지원을 받았다면 자신에 대한 공격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디오스트랄리안지는 또다른 여성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보도했다. 이 여성은 자유 국민 연합의 2016년 선거운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가 당시 당직자와 술자리를 가진 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익명을 전제로 신문에 제보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법적 선서까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긴스는 19일 자신이 호주연방경찰에 정식 고소장을 접수하고 가해자가 법대로 엄벌을 받게 되도록 “전면적”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 누가, 언제, 무엇을 알았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의회에서 총리실이 피해자의 문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총리실 직원이 강간 혐의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는지 여부에 대해 거듭해서 질문을 받았다.
총리는 당시 이 문제가 처리된 방식에 대해 사과하며 총리실 직원이 이 사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리는 히긴스가 피해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하루 뒤 자유 국민 연합 당내 일자리 문화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이 조사는 의회 내 광범위한 업무문화 문제와 무엇을 개선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총리는 의회에서 조사 목적이“업무상 행동이 젊은 여성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사는 서호주 자유당 의원 실리아 해먼드 전 노트르담 대학 총장이 이끈다. 추가 혐의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23일 오후 모리슨 총리는 이 조사가 나중에 발표된 독립조사에 포함되어 피해자들이 좀 더 편하게 나설 수 있도록 정부나 정당과 독립해 조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 조사는 당직자가 피해 고소장 접수에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그러나 조사 권한인 고려사항(terms of reference)과 조사를 누가 이끌지 모든 정당이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하는데 좀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사이먼 버밍엄 재정 장관은 다음 주까지 조사기관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서니 알바니지 노동당수는 “우리가 요구했고, 정부가 동의해 좋은 일”이라고 조사를 환영하며, 모든 정당과 “거리를 두고”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전 민주당수 나타샤 스톳 데스포자 전 민주당수나 케이트 젠스킨 현 성차별철폐위원장이 조사를 이끌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엘리자베스 브로더릭 전 성차별철폐위원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총리는 또한 당직자의 민원을 처리하는데 당직자에게 어떤 지원이 제공되며, 어떤 절차가 있는지 조사하도록 요청했다. 이 조사는 총리 내각 실 스테파니 포스터 차관보가 이끈다.
모리슨 총리는 자신이 특별히 포스터 차관보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는 당직자가 있는 경우 그 문제가 자동으로 외부로 이관되어 해당 직원 소속 실과 “거리를 두고” 처리되는 절차를 확보하는 방안을 들여다 볼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총리는 지난주 “해당 개인, 이번 사건에서는 브리트니가 해당 사무실이든 어느 다른 사무실이든 외부에서 그 문제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지원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인 의회 및 당내 문제 뿐 아니라 모리슨 총리는 총리실 필 게이전스(Phil Gaetjens) 비서실장에게 총리실 내에서 브리트니 히긴스 사건에 대해 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는지 조사하도록 맡겼다.
지난주 장관실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자 연방 총리는 의회 질의 시간에 총리실이 히긴스의 피해 주장을 처음으로 인지한 것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직전인 전주 금요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히긴스는 2020년 11월 모리슨 총리실 당직자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또한 ABC가 입수한 문자에 따르면 전 보좌관이 2019년 4월 총리실과 논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총리실 인지 문제에 대한 조사는 내부조사로 총리는 게이전스 비서실장에게 조사과정에 필요한 전화 기록이든 무엇이든 요청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비서실장의 최종 보고서가 공개될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마지막 조사는 공식 경찰 수사로 히긴스가 고소장을 접수한 뒤 시작된다. 히긴스는 24일 고소장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한국신문 박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