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AAMI, 10년간의 430만 건 청구서 내용 분석… 65세 이상 사고 발생 최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존 더스트(Jon Doust)씨는 방어운전에 집중한다. 자신의 운전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차량의 운행을 살피는 것이다. 올해 76세인 그는 도로상의 운전자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이들에 꼽히며, 사고에 연루될 가능성도 높다.
지난 10년간 자동차 사고에 대한 보험 청구 내역은 남성 및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 위험이 가장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호주(Western Australia) 남단 해안도시 알바니(Albany)에 거주하는 더스트씨는 종종 퍼스(Perth)까지 800km 이상을 운전하곤 한다.
그와 같은 인구통계에 속하는 운전자들에게 전하는 그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도로를 공유하라’는 것이다. 더스트씨는 자신과 같은 나이대의 대부분은 남자가 파트너 대신 운전을 하며, 캐러밴을 견인해 여러 지역을 이동한다. 그 또한 종종 캐러밴을 끌고 여행을 다닌다. 그런 더스트씨는 운전 중, 다른 차량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아울러 도로 위를 달리며 느낀 것으로, “젊은 남성들이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 같다”는 점도 덧붙였다.
오후 시간대 ‘가장 위험’
보험회사 AAMI는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430만 건에 이르는 자동차 보험 가입자의 사고 보상청구 내역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자동차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날은 금요일로 전체 사고의 16%를 차지했으며, 사고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후 1시에서 4시30분 사이였음을 확인했다.
자동차 사고의 가장 흔한 유형은 앞차를 바짝 쫓다(nose to tail)가 발생하는 추돌사고로 전체의 26%에 달했다. 아울러 이런 유형의 사고를 일으킨 과실 운전자는 남성이 54%로 여성보다 많았다.
특히 65세 이상 운전자는 이 사고(추동)에 연루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으며 보험 청구의 26%가 해당 연령에서 나왔다.
연방정부가 집계하는 월별 도로 사망자 수를 보면, 올해 들어 이달(9월) 초까지 호주 전역 도로에서는 863명이 여러 유형의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남성이 운전할 가능성 높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ealia) ‘Centre for Road Safety Research’의 테레사 센서릭(Teresa Senserrick) 박사는 65세 남성의 경우 운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센서릭 박사는 “이 연령대는 모터바이크 사고 증가에도 반영된 그룹”이라며 “나이 든 남성의 경우 젊은 시절 모터바이크를 즐겼다가, 나이가 들어 다시 이를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녀는 안전거리를 무시한 채 앞차를 가까이 따라가다 발생한 추돌사고가 전체 사고목록의 맨 위를 차지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추돌사고는 도로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의 1차 원인이다.
야생동물과의 충돌도 급증
자동차 사고 집계를 보면 야생동물과 충돌하는 사고 또한 급격히 증가해 지난 회계연도에는 7,000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이전 연도에 비해 20% 늘어난 것이다.
센서릭 박사는 야생동물과의 충돌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전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야간 운전시 자동차로 뛰어드는 야생동물과의 충돌 위험을 언급하며, 이것이 2차 사고로 이어져 심각한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센서릭 박사도 “야생동물이 튀어나올 때 너무 세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운전 방향을 급하게 바꾸려 하다가는 동물보다 운전자 본인이 더 크게 다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야생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 안타깝지만 동물을 피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치고 가는 게 운전자 자신은 물론 동승한 이들을 다치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차량의 경적을 울리면 충돌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