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호 광복장학회’ 발족, 한인 대학생 지원으로 확대
동포자녀 ‘민족교육’ 프로젝트, 선-후배 잇는 연결고리로 정착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며, 이를 계기로 100년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그리고 우리 모국이 일본의 강제 점령에서 벗어난 지 74년이 지났다. 하지만 위안부, 강제징용 등 여러 중요 사안들이 미해결로 남아 있으며 일본의 역사 왜곡,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도발 또한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올바른 역사인식, 과거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차세대 정신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일본이 과거를 망각한 채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명분으로 전략적 품목의 대한국 수출 규제로 지속적인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21세기 독립운동가’를 지향하는 차세대 정신무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호주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10년 전부터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들이 이 같은 교육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호에 이어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기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를 지속하는 ‘광복회 호주지회’의 활동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광복회 호주지회의 민족캠프 교육은 모국에서도 좋은 사례로 소개됐다. 2016년 5월,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와 백석대학교 ‘유관순연구소’가 공동으로 마련한 ‘21세기 인성교육, 여학생 독립운동에서 보다’를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국회 의원회관)에서 해외 청소년 민족교육 사례로 발표됐고, 인성교육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재호광복장학회’ 설립,
한인 청년으로 지원 확대
광복회 호주지회로 새롭게 출범한 2년 후, 호주의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청소년 및 청년들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광복회 호주지회 산하재단으로 ‘재호광복장학회’(이사장 황명하. 이하 ‘장학회’)를 설립한 것이다.
“21세기 독립운동가라는 것은 호주 한인 청소년들을, 모국은 물론 현재 거주하는 호주사회에도 기여하는 인재로 육성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그 하나의 방법이 민족캠프를 통한 정신교육이었고, 또 다른 방안으로 청년들을 지원하고자 했다. 그 기반이 장학사업이다.”
광복회 호주지회 황 회장의 말이다. 장학회는 발족 첫해 청소년 장학금 지급과 함께 동포자녀 대학생 2명을 선정, 독립운동 선열들이 활동했던 사적지를 직접 답사하는 현장교육 경비 일체를 지원했다. 이 ‘사적지 답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주관, 매년 7월 한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독립운동 사적지 답사단’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민족캠프 교육의 완성도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 시기의 정신교육과 그 맥락으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현장을 직접 둘러보도록 함으로써 그 마음과 각오를 굳건히 다지도록 하는 셈이다. 이런 의도는 실제 참가자들에게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 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한국의 근현대사를 더욱 심도 있게 배울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독립이 처음 언급된 카이로 회담을 비롯한 각국과의 관계 등 당시 국제사회의 외교 문제와 함께 선열들의 독립운동 상황을 간접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역사, 현재의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나라를 위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지금 나는, 매 순간의 삶에 그 정신을 적용하고 있다.”(김현우 / 시드니대학교 토목공학과. 2016년도 제1기 재호 광복장학생 독립정신 답사단)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준 기회였다. 독립은 성취했지만 일본군에 의해 강제 동원된 ‘위안부’와 관련한 공식 사과와 보상, 그 외 여러 문제들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 있다. 애국선열들의 희생이 무의미해지지 않게 하려면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과 통일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답사단의 조범래 지도교수께서 언급했듯 ‘바로 우리가 대한민국 제2의 광복군’이라는 것을 절감했다.”(문건우 / NSW대학교 컴퓨터공학과. 2019년도 제4기 재호 광복장학생 독립정신 답사단)
지난 4년간 이 답사단에 선발된 다른 학생들의 소감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민족캠프 이수자들,
동 교육 청소년 멘토로
2017년부터 장학회는 청소년 및 대학생 지원뿐 아니라 ‘찾아가는 광복장학회’ 사업을 시작했다. 그 첫 대상이 ‘뉴카슬 한글배움터’였다. 시드니 북부 산업도시 뉴카슬(Newcastle)의 주말 한글학교인 이곳은 한인 입양아가 약 70%에 달하며 한인 어린이를 입양한 현지 학부모들이 함께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교이다.
‘한글배움터’의 오세옥 교장은 지난 2001년 뉴카슬 지역 한인 입양아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한글배움터를 개설,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06년부터 매년 2박3일의 가족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장학회는 이 기간, 한글배움터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준비해 함께 하며 장학금은 물론 다양한 교육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광복회 호주지회가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동포자녀 청소년 및 청년 대상 프로젝트는 선후배를 잇는 고리가 되고 있다. 민족캠프 교육을 마친 청소년이, 이제는 대학생이 되어 민족캠프 교육에 참가한 후배 청소년 교육을 이끌거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호주의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한인 청소년, 청년들의 성장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또 하나의 일환으로 광복회 호주지회는 지난해 산하단체로 ‘호주한인차세대네트워크’(Korean Australian Youth Network. KAYN)를 발족했다. 민족캠프 교육을 거쳐 대학생, 또는 동 단체의 차세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들이 한 번의 행사로 그치지 않고 서로가 긴밀히 연계하고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한민족의 정체성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우리가 활동해온 지난 10년간 차세대 프로그램 및 청소년 민족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약 1,200명”이라며 “미래 세대인 이들이 지속적으로 유대를 가질 수 있는 네트워킹 구축 및 교육을 통해 바른 인성과 비전을 지닌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나가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말로 KAYN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 번의 교육이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년으로 성장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원하는 ‘진정한 21세기 독립운동’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망이 담긴 것이다.
황 회장은 “현재 한인 커뮤니티에는 모범적인 청년 단체들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각 분야에서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는 젊은이들의 모임인 KAY Leaders(Korean Australian Young Leaders)도 그중 하나이다. KAYN의 대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자기 일을 갖게 된 후에는 선배 세대인 KAY 리더스와 함께 할 수도 있을 터이고, 이는 한인 커뮤니티의 큰 인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열들의 자랑스러운 후손… 자긍심 갖게 됐다”
2017년 제2기 재호 광복장학회 독립정신 답사단 최혜원 학생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라는 윈스턴 처칠 수상의 말처럼 역사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니다. 역사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교훈이요, 촛불처럼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힌 이들의 기록이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거름이다. 내가 한국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한국의 문화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지난 역사까지 배우고 알려야 한다는 것을, 이번 답사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가 애국자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날까지 한국의 역사를 배우고 기억하며 현재의 ‘나’와 과거의 ‘우리’를 이어주는 든든한 다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2017년 재호 광복장학회의 제2기 독립정신 답사단에 선발돼 중국 서안, 낙양 등 독립운동 선열들의 오래 전 흔적을 직접 다녀온 최혜원(Western University Sydney 대학원) 학생의 답사 후기는, 일주일가량의 답사가 얼마만큼 스스로를 변화시켰는지 보여준다.
최혜원 학생은 이 답사를 통해 진정한 애국심을 배웠다고 말했다.
-유적지 답사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운 점은?
: 바로 애국심이다.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라 생각하지만 한국인들이 느끼는 애국심은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애국심은 개인의 이득이나 편리를 넘어 국가에 대한 존경, 사랑, 헌신이며 이 마음이 클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힘도 크다고 믿는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역시 국민 대다수의 특별한 애국심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본다. 전략적 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해 한국을 견제하려는 일본에 과감히 맞서 국민들이 보여줄 수 있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전개한 그 일치된 힘은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닌가.
한국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단지 아이돌 그룹이나 멋진 풍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역사와 아직도 조국에 돌아오지 못한 독립 운동가들을 기리는 마음까지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선열들의 애국심, 그것을 생생하게 느끼며 미래를 위해, 후세대를 위해 역사를 바르게 배우고 알리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답사 교육을 통해 본인이 변한 게 있다면.
: 광복절 등 국가적 기념일이면 잠시라도 묵념을 하게 됐다. 중국에서 보았던 광복군의 발자취, 독립운동 선열들의 묘비를 기억하면서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이 자유를 더욱 귀하게 여기고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그런 분들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너무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조국’과 ‘민족’을 우선했던 선열들의 발자취를 직접 찾아가 배우는 생생한 역사, 이를 통해 갖게 되는 자긍심은 호주의 한인 청년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정이 빠듯하고 무더위와도 씨름했지만, 돌아보면 일분일초 헛되지 않는 시간이었고 나 자신을 위한 거름이 되었기에 다른 청년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힘써 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 해마다 더 많은 애정과 노력으로 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
*이 기획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