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상 경제교육 중요성 알리는 ‘Echo’, 하이스쿨 과정에 ‘필수 과목’ 채택 촉구
학계 및 정계 주요 인사들, 시드니 소재 13개 학교 학생들 대상 ‘생활 경제’ 미니 강의
“일반 시민이 현대 민주주의와 경제에 제대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 이해력’(Economic Literacy)을 갖춰야 한다. 연방과 주 정부가 경제학을 고등학교 필수 과목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시드니 도심에 있는 NSW 주립도서관에서 열린 비영리 단체 ‘에코’(Echo) 컨퍼런스에서 정채영 대표가 힘주어 주장한 내용이다.
‘경제교육 민주화’를 목표로 호주 한인 2세 청년 정채영 씨가 창립한 Echo는 2020년부터 하이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샵과 컨퍼런스를 통해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시드니 소재 13개 하이스쿨 학생 300명 이상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연방 야당내각 재무 담당인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의원, 아나 브레이키(Anna Brakey) 호주공정거래위원회 위원, 존 키호(John Kehoe) 호주 파이낸셜리뷰(AFR) 경제 편집인, 데이비드 오스몬드(David Orsmond) 맥콰리대 교수, 지지 포스터(Gigi Foster) 뉴사우스웨일스(NSW)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학생들이 질의에 답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정 대표는 개회사에서 참석한 학생들에게 “내년 연방 선거에서 투표를 할 때 재정 정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가? 첫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담보대출(mortgage)를 신청할 때 통화정책을 모른다면 적절한 결정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오늘 행사가 자신은 물론 호주 전체 미래에 대해 이해하고 고민하며 공헌하는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첫 강연자로 무대에 선 앵거스 테일러 의원은 지방의 농장 지역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시 아버지가 은행대출을 받아 이웃 땅을 매입했는데 나중에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고하면서 “지금도 호주 경제가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는 강한데 공급이 감소하면 물가는 오르고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데 이것이 모든 이들이 싫어하는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연방과 주 정부 재정 지출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해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한 반면 노동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테일러 의원은 “생산성 없이는 번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복잡한 경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경제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중하고 효과 있는 정책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나 브레이키 ACCC 위원은 “하이스쿨 11학년 당시 경제학을 실감나게 가르쳐 준 선생님 덕분에 계속 이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오늘 학생들을 데리고 이 행사를 찾아준 교사들에게 특별히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학은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게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스몬드 맥콰리대 교수는 젊은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이슈로 인플레이션, 금리, 재정정책, 생산성, 노동 효율성, 고령화, 이민, 주택가격, 에너지 전환, 경제관리를 제시하면서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한 사고방식, 기술지식, 실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스몬드 교수는 이어 “앞으로 어떤 문제가 닥치더라도 여러분들이 서로 힘을 합쳐 해결해야만 한다”며 “미래 대부분을 살아가야 할 세대이기에 여러분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에 따른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키호 ARF 편집인은 “세대 간 불평등과 주택 시장 위기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설명한 뒤 “인프라를 개선하고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호주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장기적 성장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질의응답 시간, “어떤 정치인이 호주 재무장관으로 가장 적합한가?”라는 한 학생의 물음에 키호 편집인은 “노동당에서는 로즈 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앤드루 찰튼(Andrew Charlton) 의원이 유력하고 자유당에서는 경제정책과 혁신을 이끌었던 도미니크 페로테트(Dominic Perrottet) 전 NSW 주 총리가 연방정치에 복귀한다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지 포스터 NSW대 교수는 “누구나 자기 복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1차 목표를 삼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학은 같은 맥락에서 공동체 전체에 좋은 것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통해 현대 서구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를 늦추거나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포스터 교수는 COVID-19 대유행 시기, 정부가 내린 전면 봉쇄 조치에 반대하면서 노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부분 봉쇄’을 대안으로 제시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은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유력 연사들에게 자기 경험과 더불어 경제학 원리와 필요성에 대해 손에 잡히는 듯한 설명을 들었다”면서 “앞으로 HSC 시험은 물론 그 뒤에도 경제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았다”고 입을 모았다.
Echo 컨퍼런스를 지원하고 이날 행사에 참관한 서정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호주협의회장은 “한인 청년이 만든 비영리 단체가 호주 하이스쿨 청소년들로 하여금 ‘경제 이해력’을 갖출 수 있도록 봉사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면서 “이런 자리에 호주 연방 야당 재무 대변인, 공정거래위원장, AFR 편집인, 대학 교수 등 주류 인사들이 참여한 것도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20년 출범한 Echo는 아미데일(Armidale),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 더보(Dubbo), 와가와가(Wagga Wagga), 시드니 서부(Western Sydney)의 하이스쿨 학생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일대일, 줌(Zoom), 현장 워크숍을 활용해 경제 및 금융의 기본원리를 알기 쉽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Echo의 워크숍에서는 경제 이론과 함께 임금, 소비, 저축, 투자 등에 대해서도 실제 사례를 곁들여 설명한다.
Echo는 2022년 6월 NSW 주 내륙 더보에서 첫 경제교육 컨퍼런스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호주중앙은행(RBA) 부총재였던 미셸 불럭(Michele Bullock) 현 총재는 기조연설을 통해 지방 지역 하이스쿨 학생들에게 자신의 공직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주며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2023년 11월에는 시드니 스콧 칼리지(Scott College)에서 여학생을 위한 컨퍼런스를 열어 조디 해리슨(Jodie Harrison) NSW 주 여성부 장관, 알레그라 스펜더(Allegra Spender) 웬트워스 지역구 연방의원, 베사 데다(Besa Deda) 웨스트팩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세츠킨 웅거 맥킨지 컨설팅 파트너, 엘리슨 텔퍼 UBS 투자은행 자산관리 대표 등이 연사로 초청되기도 했다.
시드니대학교에서 금융과 경제학을 전공하는 정채영 대표는 “2025년 상반기에는 캔버라에서 컨퍼런스를 열어 경제 금융 교육의 민주화와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조 호키(Joe Hockey) 전 연방 재무장관이자 전 주미 호주대사가 설립한 투자자문회사 ‘본다이 파트너스’, 독립 정책 싱크탱크 ‘CIS’(Centre for Independent Studies),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제프리스, 캔버라 연방총리 내각부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 국제관계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기사 : Ech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