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 보고서
호주 전역에서 직장 출퇴근 시간이 크게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호주 노동자들의 한 주(per week) 평균 출퇴근 시간은 4.5시간으로, 이는 지난 2002년에 비해 23%가 증가한 것이며 지역에 따라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이들도 높은 숫자로 집계됐다.
이는 호주의 가계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주요 조사 연구 중 하나인 ‘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HILDA)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지난 2001년 처음 시작된 ‘HILDA Survey’는 매년 전국 1만7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며, 이 보고서는 국가 경제 및 사회 상황을 분석하고 새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7월 말 발표된 이번 조사 결과 시드니와 멜번(Melbourne)이 출퇴근 최악의 도시로 지목된 가운데 브리즈번(Brisbane) 또한 업무를 위한 이동시간 또한 점차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리즈번은 최근 수년 사이 노동자들의 출퇴근 시간이 50% 이상이 늘어났다.
소요 시간의 변화로 볼 때는 ACT(Australian Capital Territory)가 출퇴근 시간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으로 집계됐으며, 호주 각 주(State) 가운데 소요 시간이 감소한 유일한 곳은 타스마니아(Tasmania)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처럼 노동자들의 일터 이동 시간이 늘어난 것은 인구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 대중교통 시스템 악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멜번 소재 RMIT(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교 도시연구센터(Centre for Urban Research)의 토드 데넘(Todd Denham) 연구원은 “특히 주요 도시 외곽의 교통 인프라가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넘 연구원은 이처럼 늘어난 출퇴근 시간은 다양한 개인적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말한다. “더 많은 시간을 출퇴근에 매달려야 함으로써 건강 문제가 발생하고, 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가 자동차 도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중교통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 이동시간이 크게 늘어난 브리즈번의 한 지역에 거주하는 그레이엄 빙엄(Graham Bingham)씨는 부문별한 도시 확대(urban sprawl)로 특히 아침과 저녁 피크 시간대 상당한 교통체증을 경험한다면서 “도시 외곽으로 수많은 주택이 건설되었지만 도로 사정은 증가한 거주민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개월 이상을 매일 아침마다 주요 도로인 벨몬트(Belmont)의 모터웨이(motorway)에 진입하고자 하는 자동차들이 3차선 도로 위에 1킬로미터 이상 줄을 서는 교통지옥 상황을 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승용차로 인한 도로 정체에 대해 많은 이들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말하지만 멜번의 건설 노동자인 폴(Paul)씨는 “이것이 교통 스트레스를 덜어주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멜번 북부에서 도심까지의 기차 소요 시간은 50분이지만 퇴근 시간대의 대중교통은 악몽이 되곤 한다”는 것이다.
멜번 북부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이동하면 30분여분 만에 도심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서야 한다. 업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는 상황이 다르다. 사람들로 혼잡한 기차를 피해 자동차를 갖고 이동하는 경우 퇴근시간은 1시간30분 이상이 걸린다.
길어진 출퇴근 시간,
노동자들도 ‘불행’
이번 HILDA 보고서의 출퇴근 소요 시간 집계는 지난 2017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15세 이상 모든 직장인 및 재택근무자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늘어난 출퇴근 시간이 결국 직장을 바꾸려는 욕구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퇴근 시간이 긴 직장인의 경우 임금, 업무 유연성 및 일에 대한 만족도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들 가운데 19%는 설문조사에 최근 새 일자리를 찾았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각 도시의 많은 직장인들이 도로정체와 늘어난 출퇴근 시간의 고통을 피하지 못하고 몸으로 감수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지난 수년 사이의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상승은 도시 거주자들을 주택 가격이 저렴하고 임대료가 낮은 도시 외곽으로 내몰았다. 결국 직장까지의 거리가 늘어나고, 여기에 악화된 교통상황으로 업무를 위한 이동 시간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통계적으로 2명의 자녀가 있는 가정의 남성 직장인 출퇴근 시간이 가장 길게 나타났다.
그런가하면 일터까지의 먼 출퇴근 거리에도 불구하고 한적한 도시 외곽에서의 삶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2명의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멜번의 전기기술자 알렉스 그레이(Alex Gray)씨는 도심 동남쪽 100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와라굴(Warragul)에 자기 주택을 짓고 있다. 그는 거의 매일 멜번 도심 지역에서 일을 해야 하기에 한 주, 출퇴근 거리는 약 1천 킬로미터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는 도심에서 먼 외곽에 거주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일하는 일터와 가까이 거주하는 것보다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이번 HILDA 조사에 따르면 특정 기술을 갖고 자기 일을 하는 이들, 또는 자영업 종사자의 경우 일터까지의 소요시간이 가장 길었다. 그레이씨는 고정된 직장으로 출퇴근 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좋아지면 출퇴근이 편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차량들이 그만큼 도로를 채울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처럼 장비를 싣고 이동하야 하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본인 차량을 운전해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데넘 연구원은 대중교통 인프라 보강이 길어진 출퇴근시간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그는 도심 외곽 지역을 보다 매력적으로 개발하고 일자리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소요된 엄청난 투자금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며 “이 자금을 보다 역동적인 지역경제 개발과 일자리 창출에 지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1일 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minutes)
(지역 : 2002년/2005년/2008년/2011년/2014년/2017년(minutes)/변화율(%)
Sydney : 61 / 65 / 70 / 65 / 71 / 71 / 17%
Rest of New South Wales : 42 / 41 / 49 / 46 / 48 / 51 / 23%
Melbourne : 59 / 60 / 67 / 64 / 68 / 65 / 12%
Rest of Victoria : 36 / 38 / 51 / 48 / 46 / 46 / 26%
Brisbane : 46 / 55 / 56 / 63 / 62 / 67 / 45%
Rest of Queensland : 38 / 43 / 44 / 44 / 48 / 49 / 30%
Adelaide : 45 / 54 / 52 / 52 / 55 / 56 / 26%
Rest of South Australia : 29 / 35 / 30 / 34 / 36 / 42 / 43%
Perth : 50 / 50 / 57 / 56 / 59 / 59 / 19%
Rest of Western Australia : 26 / 44 / 36 / 39 / 40 / 43 / 65%
Tasmania : 43 / 47 / 41 / 43 / 44 / 42 / -2%
Northern Territory : 29 / 40 / 31 / 34 / 35 / 35 / 19%
Australian Capital Territory : 31 / 36 / 41 / 51 / 55 / 52 / 65%
Source: HILDA survey
■ 직종별 출퇴근 시간 비율(minutes)
(구분 : 1시간 이내 / 1-2시간 소요 / 2시간 이상)
Managers : 49.9 / 30.4 / 19.7
Professionals : 46.5 / 33.3 / 20.2
Technicians and Trades Workers : 45.7 / 31.1 / 23.2
Community and Personal Service Workers : 59 / 26.1 / 14.9
Clerical and Administrative Workers : 50.8 / 30 / 19.2
Sales Workers : 67.8 / 21.9 / 10.3
Machinery Operators and Drivers : 59.4 / 26.1 / 14.5
Labourers : 61.3 / 22.5 / 16.2
Total : 52.7 / 29 / 18.3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