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인간 손길 필요 분야 많다”… ‘직업 전환’도 점차 증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인간의 생활 전반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AI는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 학습, 자기개발 등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컴퓨터 공학 및 정보기술의 한 분야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이 수행하던 수많은 직업들이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도 일컬어지는 인공지능 로봇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이 가졌던 수많은 직종이 사라지거나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 이를 장착한 로봇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고 보장받을 수 있는 직종은 어떤 분야일까.
금주 화요일(19일) ABC 방송은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이를 진단했다. 방송에 따르면 현재 호주 학생의 60%가 미래에는 사라질 직종에 대비하며 자동화에 따라 크게 변화될 분야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제반 분야로의 인공지능 확대로 다음 세대는 평생 다섯 회 이상 새로운 직종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향후 전망이 밝은 분야가 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대세라 해더라도 인간이 수행해야 하는 직업군이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 중 하나로 사이버 보안(cyber security)을 꼽았다.
서부 호주(WA) 퍼스(Perth) 소재 에디스코완대학교(Edith Cowan University) 과학 학부 부교수인 폴 하스켈 도우랜드(Paul Haskell-Dowland) 박사는 학생들에게 사이버 보안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에 대한 불확실한 개념으로 인해 이 과목 자체가 간신히 유지됐다. “하지만 지금, 사이버 보안 전공 학생들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며 전문 인력 배출 수를 크게 앞지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략 2021년경이면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 전공자가 필요한 35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쇼핑, 은행 업무 등 일상에서의 제반 거래가 온라인으로 전환된다는 해당 기관, 기업들마다 정보보안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IT 괴짜들만의 직업이 아니다
하스켈 도우랜드 박사는 이 분야 직업에 대해 “여러 유형의 사람들에게 적합한 직종이며 또한 어두운 방에 혼자서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음울한 직업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오늘날 IT 보안 분야에서 일하는 대부분은 전형적인 작업 환경, 즉 개방된 공간에서 다른 분야 종사자들과 협업을 해야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사이버 환경에서 컴퓨터의 상호작용과 전자침투를 감시하며, 데이터 공급과 서버 공격을 지켜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업무”라고 설명하며 “여러 분야로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각계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지속적으로 트레이닝을 해 나가야 하는 업무”라고 덧붙였다. 보안 위험의 가장 큰 부분은 여전히 인적 요소에 기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스켈 도우랜드 박사는 이런 요소로 인해 “사이버 보안 전공자들에게 이 직종은 매우 흥미롭고 다양한 경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존재한다
인공지능의 확산에 덜 취약한 직업 분야, 즉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직종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직업으로 개인 피트니스 트레이너, 미용사, 보건 종사자들이 우선 꼽힌다.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간호-조산-긴급의료대학(School of Nursing, Midwifery and Paramedicine)의 필립 델라(Phillip Della) 교수는 “간호 분야 직종은 지난 150년 이상 존재해 왔으며 자동화가 보편화되는 시점에서도 크게 위협받을 분야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의료 관련 업무 가운데 일부를 자동화하고 인공지능 로봇과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지만 환자를 돌보는 인간의 손길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게 델라 교수의 설명이다.
지난해 이 대학 간호 관련 학과는 호주 전역 250개 관련 기관으로부터 졸업생을 고용하고 싶다는 추천 의뢰를 받았으며, 그 수는 3천 명 이상이었다. 보건 분야 인력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간호사 자격은 곧바로 고용과 이어진다”는 델라 교수는 “이 분야는 여전히 수요가 많은 직종으로 일할 수 있는 분야 또한 다양하며 호주에서의 자격으로 해외 취업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학 학부생 중에는 42세의 제이슨 고든(Jason Gordon)씨도 있다. 그는 군인으로 복무하다 서부 호주(WA) 주 경찰 근무에 이어 세 번째 새로운 직업을 갖고자 이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다.
그는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찾다가 간호학을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로 근무하면서 좋지 않은 상황을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하는 데서 자기 적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집중 치료나 응급 의료에 관심이 많으며 특히 간호학의 경우 은퇴 이후에도 관련 분야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고든씨는 “앞으로 20~30년 동안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