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긴스 사건’ 이후 PWSS 마련 9개월 만에, “충격적이지만 상당한 개선 이룬 것…”
연방 의회 사무처에서 일하던 브리태니 히긴스(Brittany Higgins)씨가 동료 직원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새로이 직원 지원 서비스 ‘Parliamentary Workplace Support Service’(PWSS)가 개설된 가운데, 9개월 만에 성폭행, 스토킹, 협박을 포함한 심각한 범죄 행위에 대한 30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정치계에서 일하는 가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책임을 묻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월 10일(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PWSS의 첫 연례 보고서를 입수, 보도한 바에 따르면 히긴스 사건 이후 이에 대응해 만들어진 PWSS는 업무 개시 9개월 만에 심각한 성범죄 혐의에서 직장 내 괴롭힘, 정신 건강 문제에 이르기까지 339건을 처리했다.
3년 전, 히긴스씨는 당시 모리슨(Scott Morrison) 정부에서 사회서비스부 장관직에 있던 린다 레이놀즈(Linda Reynolds) 의원 사무실 직원으로 일하다 동료 직원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제기한 바 있다. 그녀는 의회 내 성폭행, 강간 등 심각한 사건 30건을 포함해 수많은 불만 건수에 대해 “의회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충격적이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이 같은 사건들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그녀는 전체 신고 건수를 보면 지원 서비스 개설 이후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덧붙였다.
히긴스씨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각 정당은 직장 내 사건에 대해 공개적 또는 사적으로 대처해 왔다”면서 “하지만 가해자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지, 그리고 정부 직원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타당한 의문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원 서비스에 접수된 대부분의 사건은 익명이지만 주요 사례로는 국방부 장관 리차드 말스(Richard Marles) 의원실 선임 직원 조 타노스키(Jo Tarnawsky)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지원 서비스에 도움을 요청한 후 해고되었다고 주장한 것, 무소속 리디아 소프(Lidia Thorpe) 상원의원이 다른 무소속 데이빗 밴(David Van) 의원을 ‘괴롭힘 혐의’로 고발한 것이 있다.
이 지원 서비스는 전직 성차별 위원 케이트 젠킨스(Kate Jenkins)씨가 2021년 보고서를 통해 의회 내 ‘역겹고 굴욕적인’ 직장 문화,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 환경, 권력 불균형, 직원 비행에 대한 미흡한 제재가 바람직하지 못한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점을 지적한 이후 설립됐다.
현재까지 접수된 불만 사항은 수년 전 일어난 사건을 언급하고 있지만 더 많은 성폭행 사건이 신고되었다는 사실은 의회 내 ‘직원 안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PWSS의 이번 첫 보고서는 2023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의 접수 내용을 다룬다. 구체적으로 보면 30건(전체의 9%)이 강간과 성폭행, 폭행, 성희롱, 스토킹 또는 협박을 포함한 범주에 속했으며, 10%는 괴롭힘을 주장한 신고였다.
또 18%는 가정 및 가족 폭력, 알코올, 약물 또는 정신 건강 사건과 관련이 있으며 4분의 1 이상인 27%는 직장 갈등이었다. 추가로 124건의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기타’ 항목으로 분류됐다.
이번 연례 보고서는 불만 사항의 50% 이상이 정치 직원(의원 사무실)으로부터 제기됐고 12%는 의회 부서 직원, 17%는 하원 및 상원 의원이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접수된 불만사항이 반드시 의회 내부 피해자라고 주장한 이들에게서 나온 것은 아니다. 친한 동료나 친구가 불만을 표할 수 있으며 직장 또는 직장 동료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 사건을 경험한 의회 근무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고서는 각주(footnote)에 “성폭행 비율이 높아보일 수 있는 이유는 지원 서비스 직원이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건을 접수하고 또는 신고자가 설명하는 댈 기록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람들은 ‘성폭행’(sexual assault)이라는 표현으로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전통적으로 사용된 ‘강간’(rape)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행동을 설명한다”면서 “이 가운데 실제로 강간 혐의가 될 사안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런 사안에는 경찰이나 성차별 위원회에 보고된 내용이 포함될 수 있으며 현재와 이전 의회 임기 이전의 사건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부서(PWSS)는 직장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반 혐의를 조사할 의회 내 독립위원회가 운영될 때까지 직원 지원 및 검토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021년 히긴스씨는 2019년 의회 내에서 의원실 동료 직원 브루스 레어만(Bruce Lehrmann)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레어만씨의 형사재판은 2022년 배심원 부정행위로 중단됐다. 이어 레어만씨는 히긴스의 주장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연방 법원 마이클 리(Michael Lee) 판사는 레어만씨가 히긴스씨를 성폭력 했을 가능성의 균형에 대해 판결했다. 레어만은 지금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 왔으며 해당 판결에 항소한 상태이다.
PWSS는 지난달(10월), 법적 자문을 반대하고 부총리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타나스키(말스 의원실 선임 직원)씨를 상대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음이 제기돼 비난을 받았다.
타나스키씨의 법률 대리를 맡은 마이클 브래들리(Michael Bradley) 변호사는 “기록된 해결책이 없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며 이 서비스에 대해 “실패하도록 설정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PWSS는 의원을 위한 서비스로 끝나며 위원에게 무료 법률지원을 제공하고 직원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PWSS의 9개월 법률 비용은 부서 직원을 포함해 거의 37만 달러에 달했다.
이와 관련 고용-행정-직원 보상 및 복지-교육-직장 내 관계 문제 등을 다루는 ‘Human Resource Services Australia’는 설명을 통해 “PWSS는 내부 법률 역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출 수치는 그 역량에 필요한 급여와 기타 경비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또한 동 기관은 지난해 6월 데이빗 밴 의원에 대해 괴롭힘 혐의를 제기한 리디아 소프 의원의 제기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밴 의원은 혐의를 부인한 상태이다.
소프 의원은 미디어에 “PWSS 직원들이 도움은 되었지만 문제 해결 권한은 없다면서 “실망스럽고 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