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기관 ‘Talbot Mills’ 관련 조사… 부동산 세금 개혁 ‘지지’는 절반 못미쳐
“지금은 더 많은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최근 정치권에서 다시 논쟁이 불붙었던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부동산 투자 손실을 개인 소득세금에서 감면해주는 제도)과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 개혁에 대해 집권 여당인 노동당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가운데, 관련 조사 결과 네거티브 기어링 제한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호주 노동당 및 뉴질랜드 노동당 선거 전략을 맡았던 여론조사 회사 ‘Talbot Mills Research’가 전국 1,0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는 네거티브 기어링과 함께 부동산 투자자에게 상당한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자본이득세 할인에 대해 상당한 지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두 세금 정책을 개혁하는 방안은 ‘주거지 개발을 위해 더 많은 부지를 제공’하고 ‘첫 주택구입자 대상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에 비해서는 인기가 적었다.
조사 결과 ‘주택구입 능력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 부분에서 응답자의 약 절반은 네거티브 기어링 ‘제한’을 지지했으며 4분의 1은 반대를, 다른 4분의 1은 확신하지 못한다는 답변이었다.
노동당이 이전 선거에서 제안했던 부동산 투자 관련 세금 개혁, 즉 자본이득세를 50%에서 25%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권자의 57%가 지지를, 22%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또 각 지방정부와 주 정부가 주택 개발을 위해 더 많은 부지를 제공하도록 장려하는 방안에는 유권자 68%가 지지했으며, 신규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 정책에는 73%가 찬성 의사를 표했다.
Talbot Mills의 데이빗 탈봇(David Talbot) 대표는 “아직 대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까지는 멀었지만 네거티브 기어링을 제한하는 방안은 덜 매력적인 정책인 듯하다”면서 “이보다 유권자들은 부동산 시장을 제약하는 ‘공급 문제’ 해결에 더 강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9월)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은 재무부에 네거티브 기어링 개혁 옵션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과 2019년(당시 노동당은 이 부분 변화를 주요 선거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미 유권자들로부터 두 차례나 거부됐던 부동산 관련 세금 개혁을 재검토할 여지를 남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며칠 후, 알바니스 총리는 네기티브 기어링 제한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바꾼 뒤 “공급을 늘리는 것은 노동당 정부의 핵심 주택 정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찰머스 재무장관 또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달(10월) 넷째 주 찰머스 장관은 “우리(정부)가… 네거티브 기어링과 자본이득세 할인을 폐지하지 않은 길로 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주택 공급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은 2022년 집권 이래 ‘주태 공급 확대’ 측면에서의 정책을 수용했으며, 이에 따라 NSW 및 빅토리아(Victoria) 주 노동당 정부 또한 주요 교통 허브 인근의 개발구역계획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주택 개발을 위해 더 많은 부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설문은, 최근 ‘기존 교외지역의 고밀도 주거지 개발’보다는 ‘그린필드 구역의 더 많은 주택 개발을 통한 도시 확장’ 방안을 내놓은 연립(자유-국민당) 야당의 정책을 지지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싱크탱크 ‘Centre for Independent Studies’의 피터 튤립(Peter Tulip), ‘Grattan Institute’의 브렌든 코츠(Brendan Coates) 연구원 등 주택경제 학자들은 “공급이 없이는 현재의 주택 위기를 해결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기존 지역민의 고밀도 개발 ‘반대’는 이 같은 접근 방식에 큰 장애가 아닐 수 없다.
집권 여당(노동당) 내에서는 여전히 네거티브 기어링 개혁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 한 의원은 “이 아이디어에 대한 강력한 지지가 전체 유권자 의견(부동산 관련 세금 변화 반대)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다수의 노동당 소식통은 총리나 장관들의 (네거티브 기어링 및 자본이득세 개혁에 대한) 공식 입장 변화는 다음 연방 선거에서 노동당이 이 정책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당은 내년 5월 안에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연방 선거 전에 상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던 첫 주택구입자 지원 방안 ‘Help To Buy’ 정책의 재상정을 미루고 내년 선거에 다시 제안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노동당과 달리 연립 야당은 주택 공급과 수요자 지월을 결합, 첫 주택구입자에게 개인의 퇴직연금(superannuation)을 인출하도록 허용하겠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