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소용돌이(와渦)를 꿰뚫는 예리한 도끼(부釜) 논평
(시드니=한국신문) 정동철 기자 = 호주에서 한국계 남성 정제윤(32) 씨가 지난 9년간 범죄자 전용 비밀 앱 ‘고스트’를 개발 운영한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
18일 호주사이버안보매거진에 따르면, 호주연방경찰(AFP)는 아일랜드, 이태리, 스웨덴, 캐나다 경찰 등과 공조해 호주 전역을 대상으로 ‘고스트’ 사용자 50명을 전격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씨가 개발한 ‘고스트’가 설치된 휴대폰을 구매해 마약 밀수, 돈세탁, 살인 청부, 협박 등 범죄를 위한 암호 통신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검거된 정씨는 ‘고스트’ 앱을 설치한 휴대폰을 1대당 2천345호주달러(약 210만원)에 범죄자들에게 판매했다. 이 전화기는 호주 빅토리아주 이태리계, 서호주주(WA) 바이크족, NSW주 중동계 갱단을 중심으로 389대 이상 팔렸다. 정씨는 비밀 앱 판매는 물론 운영, 업데이트, 기술지원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그는 낮에는 시드니 남서부 나라위에서 부모가 운영하는 청소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이었다. 그가 개발한 앱은 호주는 물론 해외 범죄조직에 수출되기도 했다.
헐리우드 범죄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범죄자를 위한 통신 지원 사업을 9년 운영한 주역이 한국계라니 놀랍기만 하다. 원활한 소통은 선하든 악하든 큰 일을 도모할 때는 반드시 필요하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바벨탑 역시 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잘 됐기 때문에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세울 수 있었다. 이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언어를 혼란케 해 지면에 흩어지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데 모여 나쁜 일을 도모하지 못하도록 했다. 소통을 절대선처럼 여기는 풍조가 강한 시대지만 악한 일에는 불통과 고립이 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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