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저 애닝, “혼합 인종 수용 이민정책에 찬반 국민투표 실시해야” 주장
“무슬림은 복지에 기댄 기생충” 극단적 비난… 노동당–녹색당, 강하게 반발
한나라당(One Nation Party)의 백호주의 망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과 같은 맥락의 캐터스호주당(Katter’s Australian Party) 프레이저 애닝(Fraser Anning) 상원의원이 과거 백호주의 정책(White Australia Policy)에 대한 찬사와 함께 “혼합된 인종을 받아들이는 이민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만이 이민 문제의 최종 해결책”이라고 주장,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금주 수요일(15일) 호주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캐터스호주당’(공식적으로는 한나라당)의 퀸즐랜드 지역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애닝 의원이 화요일(14일) 의회에서 가진 첫 연설 주제는 오직 ‘인종차별’뿐이다.
애닝 의원은 “1950~60년대 뚜렷했던 호주의 유럽 정체성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며 “휘틀럼(Gough Whitlam 1972-75 호주 수상 역임) 정권 이전의 이 시대에는 유럽문화에 기반을 둔 이민 프로그램에 대해 자유당(Liberal)과 노동당(Labor) 양당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벤 치플리(Ben Chifley), 존 커틴(John Curtin), 아서 칼웰(Arthur Calwell)과 같은 위대한 노동당 정치인들은 모두 유럽인들을 선호하는 차별화된 이민 프로그램을 지지했다”면서 “휘틀럼과 그의 극좌파 동료들이 과거 소련 연방에서 영감을 얻은 유엔의 차별 조약들과 인종에 따른 차별적 이민자 선발을 금지시켰을 때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이것으로 인해 호주에는 무언의 혁명이 서서히 스며들었고 문화점령이 야기됐다”고 말했다.
애닝 의원은 호주 이민 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언급하며, 연간 수용 이민자 수를 크게 제한하고 인종에 따른 차별적 이민정책을 채택하자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다양성은 사회적 통합 및 국가 정체성과 양립될 수 있어야 한다”며 “호주사회의 역사적인 유럽-기독교 구성요소를 갖춘 사람만이 이 나라에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애닝 상원의원은 이날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격멸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무슬림들은 호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가장 통합되지 못하는 집단”이라며 “1915년 브로큰 힐(Broken Hill) 기차 총기테러사건을 기점으로 멜번은 현재 아프리카계 무슬림 갱단의 테러로 위협받고 있는 등 무슬림 이민자들은 호주의 골칫거리”라는 말을 쏟아냈다.
그는 “모든 무슬림들이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모든 테러리스트들이 무슬림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무슬림 이민자들은 호주의 복지제도에 기생하는 사람들(welfare-bludgers)이자 범죄자들”이라고 호도했다.
또한 “독일 나치정권에서는 유럽과 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유대인들을 말살하는 것이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며 “이민정책 개정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 문제에 대한 ‘마지막 해결책’”이라는 망언을 이어갔다.
애닝 의원의 이번 발언은 “무슬림은 질병이고,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호주가 “아시아인들의 늪지대가 될 것”을 경고한 한나라당(One Nation) 폴린 핸슨(Paulin Hanson)의 인종차별적 발언의 연장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마지막 해결책’이라는 발언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야당 내각 재무부 담당인 크리스 보웬(Chris Bowen) 의원은 ABC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독일 나치정권의 예를 들어 역사 속의 함축적 의미를 들먹이는 것은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녹색당 리차드 디 나탈레(Richard Di Natale) 대표도 “나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비도덕적이며 인종차별적이고 편견적인 것”이라며 “그가 조금이라도 품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자신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자 애닝 의원은 “좌파 정치인들이 자신을 이민과 관련한 논의를 하지 못하도록 밀어내고 있다”고 맞섰다. 그는 “단지 혼합된 인종을 받아들이는 이민정책에 대해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것에 대해 근거 없고 말도 안 되는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것은 인신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애닝 의원은 이어 “나와 같이 팔레스타인 정권에 자금을 전달하고 예루살렘 주재 호주 대사관을 이동시키려는 이스라엘 옹호 입장에 반대의사를 표방했던 의원들이 나를 비난하다니, 아이러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닝 상원의원은 또한 이날 연설에서 시민들이 직접 들고 일어나 호주사회의 붕괴현상에 대항해 반문화 혁명을 일으키지 못하면 호주는 변화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변화의 시기에 있으며, 우리나라를 위한 문화적 재정복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한 뒤 “인종은 단지 피부색이 아니라 우리를 정의하고 국가와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민족-종교적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애닝 상원의원은 지난해 11월 영국 시민권을 보유한 이중국적 문제로 말콤 로버츠(Malcolm Roberts. 한나라당) 의원이 의원직을 박탈당한 뒤 당선된 의원으로 퀸즐랜드 지역구를 맡고 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