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제한 법안 지지” 밝혔던 더튼, 관련 법안 ‘반대’… 여당, ‘사기 행각’ 강력 비난
연립(자유-국민당) 야당과 녹색당이 국제학생 상한선을 무너뜨리며 노동당 정부의 이민 정책을 혼란에 빠뜨렸다. 지난 반년 이상 논란이 됐던 노동당의 유학생 수 제한 법안이 연립과 녹색당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이미 유학생 제한을 지지한다고 밝혀 왔음에도 연립 야당은 지난 11월 18일(월), 노동당의 이 법안을 차단하겠다고 말을 바꾸었으며, 이에 교육부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 장관은 피터 더튼(Peter Dutton) 대표를 ‘사기꾼’(fraud)으로 몰아붙이고 나서 임박한 선거 싸움에 열기를 더했다.
이날(18일) 오후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연립 야당 소식통을 인용, 온라인 판을 통해 전한 바에 따르면 자유당 프론트벤처(frontbencher. 당내 주요 직책을 맡은 의원) 사라 헨더슨(Sarah Henderson), 제임스 패터슨(James Paterson), 단 테한(Dan Tehan) 의원이 여당의 계획에 대해 “정부가 만든 이 위기(순 이주 급증)를 악화시킬 뿐 (유학생 수 제한은) 단편적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한 이후 “선거 이전, 국제학생 수를 줄이기 위한 메커니즘을 공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노동당이 내년 국제학생 수를 27만 명으로 제한하는 방안은 실패할 것임을 보장한다”며 호주의 가장 큰 임시 이민자 그룹의 유입을 통제해 이민 수준을 낮추려는 집권 정부의 노력에 타격을 가했다.
또한 이 법안에 반대한 녹색당은 그 이유로 “인종차별적이며, 유학생을 주택 위기의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것을 들었다.
그 동안 정부 계획(유학생 제한)에 우려를 표명해 온 주요 8개 대학 연합체인 ‘Group of Eight’(G8)은 연립 야당 및 녹색당의 법안 반대에 환영을 표했다. G8의 비티 톰슨(Vicki Thompson) 최고경영자는 “이제 정부 및 야당과 함께 이 부문 숫자(유학생 수)에 대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톰슨 CEO는 이어 “(유학생 수와 관련한 논의는 국내 호주인의) 생활비 위기, 주택 문제, 너무 많은 이민자 문제와 얽히게 되었고 우리가 (유학생 수 논의에서) 길을 잃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유학생 수 문제는) 정치적 이슈에 의해 납치됐던 격인데, 그렇다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대학들은 이제 2025년으로 접어들면서 확실성을 갖게 됐다”고 안도감을 내비췄다. 최소한 2025년까지는 국제학생 관련 정책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 반응을 표한 것이다.
호주 전체 고등교육 기관을 대표하는 ‘Universities Australia’의 루크 쉬한(Luke Sheehy) 대표는 “호주에서 국제교육 부문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는 “양쪽 정치 세력은 미래를 위해 대학에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선거 때까지 이 허무한 전쟁을 계속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양당(노동당 및 연립)을 질타한 뒤 “정부가 기록적 수준의 유학생에게 문을 열어 주택 위기를 부추기고 국제교육 부문에서 전례없는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의회에 상정된 유학생 제한 법안은 이 문제 측면에서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레어 장관은 “야당 대표가 지난 5월 예산 답변 연설에서 ‘대학과 협력하여 국제학생 수를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더튼은 이민에 대한 자기 발언의 신뢰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장관은 “이민 수치에 강경하게 말한 뒤 매년 호주로 들어오는 이들의 수를 제한하는 것에 반대표를 던질 수는 없는 일”이라며 “(선거 캠페인을 위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튼은 이민자 수치에 대해 강경하게 반대하는 사람인 양 전국을 돌아다닐 것이고… 하지만 사실은 그가 사기꾼이고, 이번 주 호주 국민은 더튼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야당을 공격했다.
지난 5월, 더튼 대표는 여당의 예산 계획에 대한 야당 측 답변에서 “주요 도시 임대시장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대도시 대학에서 공부하는 과도한 수의 외국인 학생을 줄일 것”이며 “대학들과 협력하여 국제학생 수를 제한하겠다”고 말했었다.
이번 법안 부결과 내년도 각 대학의 유학생 수 결정이 늦어질 것임을 고려, 대학들은 이 상한선이 새로운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이미 2025년 신규 유학생 입학 신청 접수를 보류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학생 상한은 내년도 유학생 입학을 2023년에 비해 5만 3,000명(16%) 감소시키는 내용이다. 호주로 유입된 국제학생의 경우 임시 이민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또 영구 이민의 가장 큰 공급원이기에, 대학들은 호주 순 이주 수치를 2023년 52만 명에서 내년 6월 26만 명까지 절반으로 줄이려는 노동당 정부 계획의 표적이 됐다.
정부의 이 법안(유학생 수 제한)이 부결되면서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전체 이민자 수를 둘러싼 정치 싸움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년 이민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학생들이 호주에서 대학 학업을 마친 뒤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호주에 체류하는 있다는 게 한 이유이다.
한편 국제교육업계 협의체인 ‘Inter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 of Australia’의 필 허니우드(Phil Honeywood) 대표는 연립의 움직임(법안 반대)으로 인해 인기 없는 ‘장관 지시 107’(Ministerial Direction 107)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연방정부가 새 이민전략을 내놓은 직후, 당시 클레어 오닐(Clare O’Niel) 내무부 장관은 학생비자 승인과 관련된 ‘장관 지시’를 전달한 바 있다. 이는 ‘정부의 학생비자 승인에 있어 유학생 실적이 좋은 교육기관 입학 신청자를 우선하겠다’는 방침으로, 그 동안 비자발급 거부 비율이 높았거나 비자조건 위반 사례가 많았던 교육기관 입학 신청자는 학생비자 심사에서 낮은 우선순위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도, 네팔, 파키스탄 등의 국가에서 신청된 학생비자는 덜 승인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이 국가 출신 학생의 대학 입학이 감소해 대학들은 Ministerial Direction 107을 반기지 않았다.
이어 허니우드 대표는 “유학생 제한 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는 우리 부문(유학 업계)에 명백한 대안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호주 유학 업계)는 이제 몇 달 남지 않는 새 학년 시작 시점까지 ‘뒤죽박죽, 대책 없는 상황’(a dog’s breakfast situation)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