콴타스항공-시드니대학교 연구팀 조사… 여행 전, ‘목적지 시간에 맞춘 생활 패턴’ 도움
장거리 비행은 여행자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주게 마련이다. 호주의 경우 대양주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요인으로 남태평양 및 남아시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로 여행할 경우 상당히 긴 시간의 비행이 불가피하다.
최근 싱가포르 항공은 뉴욕까지 18시간40분의, 세계에서 가장 긴 논스톱(non-stop) 비행을 시작했다. 호주 국적기인 콴타스(Qantas Airline)도 서부 호주(WA) 퍼스(Perth)에서 영국 런던까지 중간 기착 없이 논스톱 운항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오는 2020년까지 시드니-런던 구간의 20시간 논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항공기에서 이처럼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 여행자들이 이를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호주에서 유럽이나 미주, 남미 지역을 운항하는 장거리 비행의 문제를 인식한 콴타스 항공이 관련 연구팀에 의뢰, 보다 수월한 항공 여행 방법을 모색해 눈길을 끈다.
지난 17일(수) ABC 방송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에 대한 시드니대학교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최근 브리즈번(Brisbane)에서 열린 수면 과학 학술회의에서 공개됐다.
연구팀,
“You’re leaving it too late”
시드니대학교 ‘찰스퍼킨스센터’(Charles Perkins Centre) 연구원들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이 연구의 첫 단계에서 시차 적응에 대한 비약학적 방법에 대한 제반 관련 연구 결과를 검토했다.
동 연구센터의 공공보건 연구원인 선 빈(Sun Bin) 박사는 “이제까지 그 어떤 전략도 시차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새벽 시간까지 기운이 없고 점심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며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눈은 깊은 수면을 거부하는 비밀은 무엇일까?
빈 박사는 ABC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인 ‘Radio National Breakfast’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시차로 인한 피로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이라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장거리 항공 여행자들)이 신경 쓰지 않는 다른 중요한 요소는 (여행)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찰스퍼킨스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거리 항공 여행과 시차로 인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 출발 며칠 또는 몇 주 전부터 신체의 생체시계를 바꾸어 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 기내에서 수면을 위해 술을 마시는 이들이 있는데, 알콜을 피하고 충분한 양의 물을 섭취하는 게 좋다.
동 연구센터 원장인 스티브 심슨(Steve Simpson) 박사는 “사람들이 느끼고 몸이 기능하는 모든 방식은 궁극적으로 생체시계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생체시계는 하루 90분 정도만 리셋(reset) 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여행자들은 목적지 시간에 맞추어 일하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심슨 박사의 설명이다.
빈 박사에 따르면 시차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생체시계와 여행 목적지의 물리적 시간 사이의 불일치이다. 가령 호주에서 런던으로 가는 항공 여행을 한다면, 서쪽 방향이므로 생체시계를 지연시킬 필요가 있다.
그녀는 “이 때문에 여행 출발 며칠 전부터 30분이나 조금 더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며 “늦어도 여행 출발 3-4일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공사들도 다양한 노력 시도
장거리 여행 승객의 피로감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은 항공사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승객들로 하여금 보다 편한 호흡을 위해 기내 기압을 조절하거나 전자 장치로 기내 조명을 더 어둡게 또는 더 밝게 하는 장치를 갖춰나가는 것이다. 콴타스 항공은 라운지를 재설계하고 기내 메뉴를 업데이트하며 항공기 안에서의 명상 시간을 안내하기도 한다.
빈 박사는 ABC 방송의 ‘RN Breakfast’에서 “생물학적 주기에 대한 이론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언급한 뒤 “만약 비행시간이 긴 경우에는 생체시계가 적응할 수 있도록 기내에서도 여러 노력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목적지에서의 시차 변화에 대한 적응 시간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기내의 조명을 조절하여 장거리 항공 여행의 영향을 완화한 사례는 콴타스 항공이 시도한 호주 국가대표 축구팀(‘Socceroos’)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B조에 속했던 호주는 본선 행을 곧바로 확정하지 못한 채 아시아 지역에 남은 0.5장을 획득하기 위해 A조 3위와 플레이오프, 이어 북중미 온두라스와 홈 앤 어웨이의 힘겨운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아시아 지역 플레이오프에서 시리아를 꺾은 호주의 문제는 온두라스와의 경기였다. 워낙 먼 거리로, 장기 비행은 선수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경기력으로 나타나게 마련이었다.
먼저 온드라스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두고 호주로 돌아와 곧바로 2차전 홈경기를 치러야 했던 사커루들은 빠른 시간 내 장거리 항공 여행의 피로를 벗어나야 했다.
온두라스와의 경기를 마치고 사커루들이 돌아오는 길은 1차전이 열렸던 산페드로술라(San Pedro Sula)를 출발, 하와이 호놀룰루(Honolulu)를 경유해 시드니로 오는 것이었다. 이때 호주 대표팀은 기내에서 스포츠 과학자 크레이그 던컨(Craig Duncan) 박사가 고안해 낸 라이트-테라피 안경(light-therapy glasses)을 활용했다.
이 라이트-테라피 안경은 시야를 파란색 및 초록색 빛에 노출시켜 수면 패턴을 조절하고, 인체의 멜라토인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신체 생태시계를 리셋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호주 선수들은 산페드로술라에서 호놀룰루까지는 라이트-테라피 안경을 착용한 채 9시간30분의 비행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놀룰루에서 시드니까지는 안경의 빛을 어둡게 하여 깊은 잠에 빠져들게 했다.
하와이에서 시드니까지, 10시간 동안 어두운 빛 속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함으로써 생체시계를 시드니 시간에 최대한 적응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선수들은 시드니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원정 경기 후유증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고, 마침내 온두라스를 꺾고(3대1 승리) 러시아 행을 결정지었다.
연구팀, 두 번째 단계로
시차 피로를 주는 요소들 조사
시차 적응 방법을 위한 찰스퍼킨스센터의 두 번째 단계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기내에서의 건강과 웰빙’(Health and Wellbeing in the Air) 연구가 포함됐다. 이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퍼스(Perth)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17시간의 장거리 항공 승객들에게 기내에서의 신체활동, 수면, 좌석에서의 자세 변화는 물론 마음 상태와 기내에서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기록하도록 했다.
빈 박사는 “이 정보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활용될 것”이라며 “장거리 항공 여행이 각 개인에 미치는, 보다 많은 영향이 이 조사를 통해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녀에 따르면 생체시간의 파괴뿐 아니라 여행의 피로와 같이 시차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은 이제까지의 많은 연구에서 누락된 것 중 하나이며 전혀 다루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빈 박사는 “장거리 항공 여행자들은 잠재적으로 20시간의 가속, 진동, 기내 공기의 질과 기압 변화에 놓여 있으며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피로와 정상 컨디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우리(연구팀)은 바로 이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