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리-본다이-도심 일대 임대주택들, ‘단기숙소’ 활용 늘어나
숙박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한 단기 숙소 주택이 늘어나면서 세입자 수요가 많은 맨리(Manly), 본다이(Bondi) 등 유명 해안 지역의 잠재적 임대주택 15% 가량을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이들 지역에 임대 주택을 구하려는 시드니 세입자들이 거주지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8일(목) ‘호주 주택 및 도시 연구원’(Australian Housing and Urban Research Institute. AHURI)이 내놓은 새 보고서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단기임대 플랫폼이 시드니와 멜번의 주택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단기 숙소 플랫폼은 시드니와 말벤 등 주요 도시에서 전반적으로 적정 가격의 임대료 수준을 악화시키지는 않았지만 여행자가 많고 단기 체류 숙소 수요가 높은 도심 지역(inner city) 주택임대 가용성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AHURI의 조사 결과 두 주요 도시의 ‘임대 수요가 많은’ 도심 또는 해안가의 7개 임대주택 중 하나는 상업용 단기 임대 숙소로 목록에 오른 주택이었다.
보고서는 “이들 지역에서 거주자 임대주택 수를 줄이고 임대되지 않은 채 비어 있는 주택 수의 증가라는 두 가지 요소는 장기 거주자 임대주택을 감소시킨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이로써 임대료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드니의 경우 상업용 에어비앤비 단기 숙소는 시드니 동부 유명 해변을 끼고 있는 본다이, 브론테(Bronte), 쿠지(Coogee) 및 맨리(Manly), 도심의 달링허스트(Darlinghurst)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지역의 단기 숙소 주택은 전체 임대 주택의 11.2%에서 14.8%를 차지한다.
멜번의 상업용 에어비앤비 리스트 주택(단기 숙소용 주택)은 도시 중심가(city centre), 도크랜드(Docklands), 사우스뱅크(Southbank), 피츠로이(Fitzroy), 세인트 킬다(St Kilda)에 많으며 임대주택 재고량의 8.6%에서 15.3%에 이르고 있다.
보고서는 멜번의 주택 임대 시장에서 에어비앤비의 영향은 임대용 아파트에서 크게 증가했으며, 이들 숙소들 가운데 상당 주택이 비어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 ‘호주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단기숙소용 주택이 전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는 아니다”면서 “시드니와 멜번 임대주택 시장에서 에어비앤비 등록 주택 비율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를 이끈 AHURI의 수석연구원 로라 크롬멜린(Laura Crommelin) 박사는 “조사를 통해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택 소유자들의 경우 에어비앤비 등의 사이트를 통해 소유 주택 또는 아파트를 단기 숙소로 임대함으로써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반응이었다”며 “그런 반면 거주용 임대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의 세입자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크롬멜린 연구원은 이어 “시드니와 멜번의 임대 시장은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상황이기에 적은 규모나마 세입자들이 임대할 수 있는 주택이 감소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며 “특히 단기숙소 수요가 많은 지역의 임차인들은 소유주가 에어비앤비 숙소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거나 단기 숙소로 활용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경우 거주 주택에서 밀려날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에어비앤비 리스팅 숙소가 투자용 부동산 시장을 변화시킨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부동산 회사들로부터 ‘투자자들은 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부동산에 대해 2-3%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에어비앤비의 부동산 매니저들 또한 ‘일부 부동산 투자자들이 거주용 임대보다는 단기 숙소로 주택을 대여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올려 부동산 투자업이 급속하게 성장했다’는 말을 한다”는 게 그녀가 제시한 증거이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AHURI 연구원들은 491명의 에어비앤비 숙소등록자를 대상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본인 소유 또는 임대로 거주하는 주택의 남아 있는 방을 단기숙소로 활용하는 이들로, 대부분은 ‘약간의 추가 수입’ 또는 ‘주택 소유/임대료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단기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호주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여유 있는 방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해 단기 숙소로 활용하는 이들의 경우 주(week) 평균 107달러, 연간 5천600달러 정도의 수입으로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단기숙소를 운영하는 이들이 당국에 통보하면 이를 허용하기보다는 보다 엄격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NSW 주 정부는 올해 초 시드니의 주택에 대해 ‘비어 있는 방을 단기 숙소로 임대할 경우 연간 180일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는 등 숙박공유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발표했다.
호주 관광숙박업협회인 ‘Tourism Accommodation Australia’ NSW 지회의 캐럴 가이스피(Carol Giuseppi) 회장은 단기숙소 서비스에 대한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감시가 진행되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빈 방을 단기숙소로 활용할 수 있는 일수를 90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기숙소를 연간 90일 이상 임대하는 것은 비즈니스 활동으로 보아야 한다”는 게 가이스피 회장의 주장이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