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성장 속 아동용 컨텐츠 인기, 스스로의 책읽기의 필요성 대체?
두 아이의 어머니인 젬마 베리먼(Gemma Beriman,)씨에게 있어 잠자기 전, 두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만큼 좋은 시간은 없다. 그녀는 유명 스튜디오에서 유명 배우가 녹음한 목소리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의 기쁨을 넘겨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고교 교사인 베리먼씨는 오디오북이 어린이들의 삶에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오디오북은) 어떤 상황에서는 특히 유용하다”는 그녀는 “여행 중이거나 직접 책읽기를 꺼려하는 독자들에게는 특히 그러하다”고 말했다.
현재 호황을 누리는 오디오북 산업은, 그만큼 이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이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스티븐 프라이(Stephen Fry),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 데이빗 테넌트(David Tennant)씨 등 유명 배우들의 든든한 목소리만으로 어린이들이 문해력 기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또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직접적 책읽기의 중요성을 대체할 수 있을까?
성장하는 오디오북 산업
오디오북은 1887년, 발명가인 매리(Mary)가 발명한 뒤 첫 녹음을 시도한 이후 지금까지 먼 길을 왔다.
영국 국립독서재단(UK National Literacy Trust)의 지식연구부 관리자 에밀리 베스트(Emily Best)씨는 “최근 수년 사이 오디오북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더 많은 공급자와 오디오북들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미국 아마존(Amazon)이 운영하는 대형 오디오북 서비스 ‘Audible’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오디오북 이용 회원들은 매주 평균 2시간 30분 동안 ‘듣기’를 했으며, 한해 평균 25권의 책을 오디오로 들었다. 이는 전년도인 2019년에 비해 평균 3권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 대변인은 어린이용 컨텐츠는 공상과학 및 판타지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장르이다. 그만큼 어린이 회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베스트씨는 국립독서재단 지식연구부의 조사 분석 결과 오디오북이 ‘인쇄물 도서를 읽는 방법’으로 작용하며, 이해력 및 어휘와 같은 문해력을 기를 수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것이 이를 이용하는 이들에 대한 속임수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디오로 듣는 것에는 많은 이점이 있으며, 이는 어린이들에게 있어 독서 여정의 일부로 그들 스스로의 공부에도 이점이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이점의 일부로, 이야기를 유명한 목소리(배우들이 실제 상황처럼 전달하는)로 듣는 것에 재미를 주며 또한 이민자 가족들에게 영어로 출간된 이야기의 세계를 열어주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베스트씨는 정확한 발음을 위한 글자와 소리의 관계, 단어의 패턴 이해, 독서 체력을 기르는 것과 같은 읽고 쓰는 능력은 인쇄물로 된 도서를 활용해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권했다.
베스트씨는 “우리는 오디오북이 직접적인 책읽기를 대체해야 한다고 제안하지 않을 것이지만 오디오북이 추가적 이점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읽기 능력이 서로 다른 학급 내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속도로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오디오북을 이용하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베리먼씨는 가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오디오북을 이용하여 수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평생 책읽기의 토대가 된 도서들, 그녀의 부모 및 온 가족이 읽었던 인쇄본 도서는 여전히 집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다.
베리먼씨는 “아이들이 한 자리에 앉아 전통적 방법으로 독서를 하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책읽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단어를 손으로 가리키도록 하고, 소리 내어 읽도록 도와주며, 단어의 일부를 가린 채 소리와 모음에 관한 규칙을 가르치면서 독서를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직접 읽기와
오디오 듣기의 혼합
올해로 11살인 하이디(Heidi) 학생은 오디오북의 편리함을 즐기고 있다. 그녀는 부모의 집안일을 도와주면서도 ‘책 듣기’를 하곤 한다.
고교 교사인 하이디의 어머니 즈자 슈미츠(Zsuzsa Schmidt)씨는 딸의 독서 루틴에 대해 엇갈린 생각을 갖고 있다. 슈미츠씨는 “하이디에게 직접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미츠씨 가족은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오디오북을 들어본 후 집에서도 이를 사용할 것을 장려했다.
물론 이를 적극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슈미츠씨는 “오디오북이 독서에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본인이 읽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딸아이로 하여금 스마트폰에서 멀어지게 하여 책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비록 물리적으로 책읽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하이디의 뇌는 책 내용의 이미지를 만들며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디는 소설 오디오북을 좋아한다. ‘듣기’로 소설을 접한 후 직접 책읽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늘 화면을 보며 듣는 것만이 아니라 눈으로 단어를 보면서 직접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게 하이디의 말이다.
“읽는 것은 의미는
얻는 것에 관한 문제”
문맹퇴치 전문가 미스티 아도니우(Misty Adoniou) 박사는 부모들에게 자녀와의 좋은 관계 구축은 물론 자녀의 학습효과를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책읽기를 권하는 사람이다.
캔버라대학교(University of Canberra) 문해 및 언어학 교수이자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연구원인 아도니우 박사는 “독서는 단순히 단어를 소리 내는 것만이 아니라 의미를 얻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의 정점 중 일부가 오디오북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예를 들어 나이 어린 독자가 읽기에는 어려운 책을 접하게 하는 것과 같다. “만약 아이들의 독서를 내버려둔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읽을 수 있는 것만 좋아할 것이고, 그런 다음에는 수준이 낮고 유익하지 않은 책에 갇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직접 책읽기의 또 하나의 장점은 어린이들에게 어휘력을 높여주는 혜택이다. 아도니우 박사는 “많은 어휘력은 읽기능력뿐 아니라 모든 커리큘럼 영역에서 빼어난 학업 성취의 지표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 호주에서 인기 높은
어린이용 오디오북
-The Harry Potter 시리즈 / JK Rowling
-The Wind in the Willows / Kenneth Grahame
-Peter Pan / JM Barrie
-Winnie the Pooh / AA Milne
-The Hunger Games / Suzanne Collins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 Lewis Carroll
-The Reluctant Dragon / Kenneth Grahame
-The Enchanted Wood / Enid Blyton
-Matilda / Roald Dahl
-Black Beauty / Anna Sewell
Source : Audible website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