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호주 발음 바꾸지 않겠다” 단호한 결정… BBC와 계약 성사
호주의 인기 TV 애니메이션 ‘블루이’(Bluey)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호주의 독특한 발음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주목되고 있다.
호주에서 제작된 블루이는 2018년 10월부터 어린이 TV채널인 ABC Kids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해외 수출까지 이어지고 있다. 블루이의 다운로드 건수는 2천300만 건을 넘어서 ABC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 인기 컨텐츠로 자리잡았다.
블루이 제작사인 ‘루도 스튜디오’(Ludo Studio)의 달리 피어슨(Daley Pearson) 대표에 따르면, 해외 시장을 시도하면서 영국 영어발음이나 미국 발음으로 다시 더빙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호주 발음을 고수하고 싶다”고 단호히 전했다는 피어슨 사장은 “이것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블루이는 ‘오스트레일리안 캐틀 독’(Australian Cattle Dog. ACD)으로 불리는 개과 동물 ‘블루 힐러’(Blue Heeler)를 모티브로 탄생됐다. 짧게 줄여 ‘힐러’라고도 하는 블루 힐러는 소떼를 사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의 목축견과 호주의 야생견 딩고(Dingo) 사이에서 이종교배를 통해 탄생된 동물이다.
창작자인 조 브룸(Joe Brumm)씨가 실제 거주하는 브리즈번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어린이 만화 블루이는 맞벌이 부모와 동생 빙고(Bingo)를 둔 5살짜리 주인공 블루이가 가족과 함께 겪는 모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린이용으로 제작됐지만, 블루이는 부모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가족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루도 스튜디오 공동 창업자인 찰리 애스핀월(Charlie Aspinwall)씨는 블루이의 내용이 “매우 현실적”이라며, “부모들이 블루이의 등장인물들을 보며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어린이들에게는 블루이의 유머스러움이 매력요소다. 블루이의 애청자인 11살 어린이 릴리 징히니(Riley Zinghini)는 “말하는 방식과 행동이 재미있다”며 “두 동생 윌리엄(William)과 헌터(Hunter)가 모두 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블루이의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 멜라니 자네티(Melanie Zanetti)씨는 “블루이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게 될 줄은 몰랐지만,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특별함이 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블루이 만화가 시작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특별한 주제가 없는 ‘텅 빈 드라마’라는 평을 받고 있는 미국 시트콤 ‘세인필드’(Seinfeld)와 같이 블루이의 제작진들도 처음에는 이 프로그램의 컨셉을 설명하는 데에만 애를 먹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이를 인식시키는 이런 어려움이 있었다는 피어슨 대표는 “지구에 떨어진 별똥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레이저를 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며 “그저 가족과 게임에 관한 이야기”라고 블루이 프로그램의 컨셉을 설명했다.
블루이는 현재 영국의 BBC 방송과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나라로의 수출도 진행 중이다.
피어슨 대표는 “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스폰지밥’(SpongeBob SquarePants)의 제작사 ‘니켈로디언’(Nickelodeon)이나 미국 만화영화제작사 ‘월트 디즈니’(The Walt Disney Company)처럼 크게 성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에 따르면 올 12월, 전 세계에서 블루이가 방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호주 영어발음을 그대로 가지고 가기까지 난항이 많았다”며 “해외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