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목적으로 호주 노던준주 지역에 미군 전략 자산 투자와 합동 군사훈련 확대
경제성장에 관심 많은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 미중분쟁에 휘말릴까 우려
미국이 호주 북단 노던준주(NT)에서 군사 전력을 강화하면서 인도네시아 등 호주 주변국들이 미중분쟁에 휘말릴까 우려하고 있다는 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24일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국제 안보전문가들은 호주 북부에 미군 전력을 강화하는 것은 호주 안보 이익을 지키는 데 필요하지만 중국의 군사위협보다 경제발전에 더 관심이 있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호주 이웃 국가들은 불안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호주 노던준주에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다양한 군사력 증강 계획과 합동 군사훈련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탈리스만 세이버’, ‘카카두’, ‘프레데터스 런’ 등 국제 군사 훈련이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런 훈련들은 치명적 무력 배치와 국가 간 군사 통신과 자산을 공유하고 상호 운용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05년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은 미국과 호주만 참여했으나 2025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로 19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7월 12일부터 8월 2일까지 미국, 일본, 인도, 영국을 포함한 20개국에서 수천 명 인원과 항공기 140대가 참여해 호주 공군과 역대 최대 규모 ‘피치 블랙’ 합동 훈련이 노던준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미군은 국제 합동군사훈련은 물론 호주 북부에 전략 자산을 확장하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노던준주 주도 다윈과 인근 캐서린에 위치한 호주 공군 기지에 지휘센터, 병영, 격납고 등을 확장하기 위해 4억 9천만 호주달러(약 4400억원)에서 9억 7천만 달러(약 8700억원)를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캐서린 외곽에 있는 호주 공군의 틴달 기지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B-52 폭격기 6대를 순환 배치한다는 계획이 2022년 ABC 방송에 의해 보도된 바 있다. 다윈에서는 해마다 미 해병대원 2500명이 순환 배치되고 있으며,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예정이며 여기에 일본 군대까지 포함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해양 안보 전문가인 벡 스트레팅 호주 라트롭 대학 교수는 호주 북부에 미국이 군사투자를 집중하는 이유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지리적 근접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호주 북부의 군사기지와 인프라는 호주가 지역 내에서 자기 안보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호주의 국가방어전략은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호주의 안보 환경을 결정하는 주요 특징이며 지역 내 전략적 균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올해 ‘피치 블랙’ 훈련에서 미국 태평양 공군 사령관인 케빈 슈나이더 장군은 “미국이 동남아시아와 인도-태평양의 독특한 지리에 맞춰 전투 능력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가 잠재적 열전장이 될 수 있기에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전술 능력을 개발하고 있으며 여러 육상 기지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보다 약 90% 더 많은 합동 군사 훈련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은 1000회가 넘는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했으나 중국은 128회에 지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군사 훈련 파트너로 지목했다.
자카르타에서 활동하는 국제관계 분석가 디나 프랍토 라하르자 박사는 인도네시아가 합동군사 훈련에 참여하는 것을 미중 패권경쟁에서 한 편을 드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이런 종류의 군사적 참여와 협력을 미국과 중국 간에 양극적 관계로 바라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비동맹 외교정책과 경제발전에 대한 열망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하르자 박사는 “미국, 중국, 러시아 간의 긴장이 인도네시아의 중요한 어업 및 해양 무역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경제성장을 위해서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 지역에 안정과 번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래팅 교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들은 인도네시아처럼 주로 경제개발과 국가건설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부상이 반드시 안보와 군사이익에 관련한 우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동철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