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데이터, 9월까지 1년 사이 3.5% 상승… 내년 초, 이자율 인하 가능성 ↑
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 2020년부터 높은 인플레이션 이후 호주 근로자들이 꾸준한 임금 상승을 누렸지만 이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내년 초 기준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ABS)은 이달(11월) 둘째 주, 보고서를 통해 호주인 임금이 9월까지 1년 사이 3.5% 증가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률에 비해 0.7%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임금 상승은 연방정부가 육아비를 무료로 제공한 2020년 같은 기간 이후 연간 실질임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팬데믹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을 인위적으로 낮추었다.
1년 전, 실질임금은 1.4%가 하락했다. 올해 9월 분기만 해도 실질임금 상승은 0.6%였다.
내년 치러질 연방선거에서 생활비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무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은 실질임금을 높이고 인플레이션률을 낮추려는 정부의 노력이 효과가 있음을 주장하고자 최근의 임금 증가 수치를 이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찰머스 장관은 “실질임금이 2021년 중반 이후 지속적 하락을 보인 이후 4분기 연속 증가했다”면서 “인플레이션 둔화와 더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임금 성장 조합은 호주 근로자의 급여에 좋은 일이며, 우리 경제에 ‘wage-price spiral’이 없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주장했다. wage-price spiral은 임금 상승과 상품가격, 즉 인플레이션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거시경제 이론이다. 임금 상승으로 가처분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상품 수요가 늘어나 상품가격이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기 내내 실질임금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호주인은 여전히 가계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질임금 성장률이 2021년 중반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인플레이션은 17.1%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임금은 단 11.6% 증가에 그쳤다.
이 수치는 또한 지난해 말 4.3%로 정점을 찍은 임금 성장이 둔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3.75%로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며 긴축된 일자리 시장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이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올해 일자리 공석 비율은 4분의 1 이상 감소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2023년 6월 3.5%에서 올해 9월 4.1%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기업 대상 조사를 보면, 앞으로 몇 달 동안 직원 신규 채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지난 2022년 5월, 공식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중앙은행(RBA)은 근로자들의 인플레이션에 맞춘 임금 인상 요구로 인해 ‘wage-price spiral’에 대해 크게 우려했었다.
하지만 이달 첫째 주 발표된 가장 최근의 예측을 보면 근로자 실질임금은 RBA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디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연간 임금성장은 12월까지 3.4%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연말 3개월 동안 예상치 못하게 임금이 크게 높아져야 한다.
예상보다 낮은 임금 성장률은 내년 초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투자은행 AMP의 마이 뷰이(My Bui) 경제연구원은 “일자리 시장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임금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 감소, 크게 약화된 노동시장 지표, 이번 주 나온 부진한 임금 성장 데이터로 인해 내년 초에는 RBA가 금리를 낮추는 문을 열 것”이라고 진단했다.
펀드회사 JP Morgan의 수석 투자 전략가 톰 케네디(Tom Kennedy) 연구원은 임금성장이 공공 부문 및 대부분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이 결정되는 산업 분야에 의해 주도되었다면서 올해에도 임금 성장은 둔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임금 성장률은 계속 완화되어 연말에는 3.2%(연간 기준)로 마감되리라는 게 우리의 분석”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RBA의 기존 예측인 3.4%보다 약간 낮으며 RBA의 ‘온건적’(pivot) 전환에 대한 우리(JP Morgan 경제학자들)의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산업은 전기-가스-수도 및 폐기물 서비스(5% 상승), 교육 및 기술 훈련(4.4% 상승), 행정 및 지원 서비스(3.9% 상승) 부문이었으며 예술 및 레크리에이션 서비스(2.9% 상승)는 가장 낮은 상승을 보였다.
각 주(State and Territory)별로 연간 임금상승이 가장 높은 곳은 타스마니아(Tasmania)로 4%에 달했으며 가장 낮은 주는 3.2%로 집계된 남호주(South Australia)였다. 아울러 공공 부문 임금은 3.7% 성장으로 민간 부문(3.5%)에 비해 약간 높았다.
■ 부문별 연간 임금성장률
전기, 가스, 수도 및 폐기물 서비스 : 5.0%
교육 및 기술 훈련 : 4.4%
행정 및 지원 서비스 : 3.9%
광업 : 3.8%
제조 : 3.8%
운송, 우편, 물류창고 : 3.7%
간병 및 사회 서비스 : 3.6%
건설 : 3.5%
숙박, 식품 및 요식 서비스 : 3.5%
소매 : 3.4%
정보 미디어 및 통신 : 3.3%
공공 행정 및 안전 : 3.3%
도매 : 3.2%
임대, 고용 및 부동산 서비스 : 3.2%
기타 서비스 : 3.2%
금융 및 보험 서비스 : 3%
전문직, 과학 및 기술 서비스 : 3%
예술 및 레크리에이션 서비스 : 2.9%
전체 산업 부문 : 3.5%
Source: ABS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