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랑 친구 먹기
모든 비극적인 사건의 중심에는 돈이 걸려있다 라는 말이 있다. 오래전 최영 장군은 황금보기를 돌같이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또한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돈이 중요하고 돈을 사랑하는 사람은 속물로 보게 되는 편견이 아직 존재라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골목 끝에는 작은 구멍가게가 있었다. 아주머니는 코흘리개들 손님들을 위해 커다란 좌판을 펼쳐놓고 떡볶이를 만들어 판매했다. 10개에 100원이었던가 10원이었던가 아주 저렴한 동네 꼬맹이들을 상대하는 장사였다. 문제는 그 떡볶이 한 그릇을 사먹을 용돈조차 나의 주머니에 있어 본 적이 없었다. 나와 동생은 떡볶이를 사 먹는 친구들 뒤에서 침을 흘리며 구경을 하곤 했다. 어린 나는 아주머니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내가 그릇에 열 개의 떡볶이를 담아 판매하며 일을 할 테니 나와 동생은 공짜로 먹게 해달라는 제안이었다. 아주머니는 나의 당돌한 제안이 재미있었는지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나와 동생은 엄마에게 끌려 들어가기까지 한 계절 내내 떡볶이를 팔며 마음껏 먹어볼 수 있었다.
그보다 몇 살 더 먹은 10살 무렵이다. 어느 이른 아침 출근하기 전 차를 닦고 있는 옆집 아저씨를 보고 내가 매일 차를 닦아드릴 테니 300원씩 달라고 했다. 난 한 달 이상을 아침마다 일어나 세차를 하고 300원씩을 벌었다. 옆집에 이어 앞집도 해달라고 하였고 나중에는 아랫집에서도 요청을 받았다. 난 동생과 동네 꼬맹이들을 불러 나를 돕게 했고 100원을 주었다. 즉 하청을 주고 나름 사장이 된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이민을 준비하며 알바를 할 때이다. 벼룩시장 신문을 보고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회사에서 자동차 유리 세정제를 받아 주유소에서 판매를 하는 것이었다. 주유를 하고 있는 손님들에게 다가가 차 유리를 닦아드리면서 판매를 하는 것인데 하나에 3000원, 두 개를 사면 5000원이었다. 회사에는 하나에 1500원을 입금하고 나머지는 내가 갖게 되는, 말 그대로 능력제였다. 처음에는 배운대로 주유소에서 판매를 하다가 꾀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알아서 팔아도 되겠냐 물었더니 정확히 하나당 1500원만 입금하면 된다고 했다. 난 기사식당에 가서 주인 아주머니들에게 박스 채 맡겼다. “기사분들께 하나에 3000원에 팔면 500원씩 드리겠다”고… 판매량은 놀라웠고 내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알마 후 회사에서 직접 기사식당과 계약을 하게 되면서 내 사업(?)은 중단이 되었지만 이때 배운 바는 매우 컸다.
나는 황금을 돌같이 보지 않는다. 돈을 사랑하면 속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돈은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돈에 끌려다니느라 다른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분명 삶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친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돈을 좋아하고 돈에 관심을 가지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얼마 전 독서모임 친구들과 읽은 책은 이즈미 마사토의 ‘부자의 그릇’이었다. 독서모임의 친구들은 책을 읽은 후기로 돈에 대한 겸손함과 공부가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나 역시 동의하는 바다. 진정한 부자는 돈에 대한 겸손함을 갖고, 공부하고 경험하여 돈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돈을 제대로 알고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돈으로 인해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거나 돈으로 인해 원치 않는 것을 선택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물론 난 아직 부자가 아니고 사람들의 기준으로 말하는 부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그러나 난 나에게 맞는 경제적 자유를 위한 그 과정을 살고 있다. 나를 비롯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진정한 그 자유를 이루는 부자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좀 더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지난 파워 로또는 꽝이어서 서운했다. 꿈은 최고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