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여자
바람풍선이 가득한 오늘
혀 내밀고 달리기에 환장하게 좋은 날씨입니다
그녀는
풀벌레의 터져버릴 것 같은 웃음을 당겨
나팔 붑니다
만보 걷는 젊은 여자 위로
갑자기 양산을 펴는 아가씨 위로
휘파람 불며 달리는 청년 위로
쌩 지나가는 꼬마 자전거 위로
나이 많은 여자는 풀냄새 놓칠세라
서둘러, 서둘러야해
삐걱거리는 무릎을 붙들고 뒤뚱,
잰걸음으로 달려달려
느껴봐,
온통 살아 있는 것들이야
뚝, 뚝 숨소리를 내며
당겨지지 않는 바람을 가르며
달려
달려
그러나 쉬고 싶은 다리는
흔들
흔들
이때, 그늘바람이 쉬고 있는 의자는
붉어진 여자 얼굴을 안타깝게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