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한탄강변 미세먼지 나쁨
임진강가 산성지수 매우 나쁨
한반도 전역에 미세먼지 주의 속보가 뜬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붉은 철마는 아래로 달리고 싶고
파란 철마는 위로 달리고 싶다
미세먼지 심하게 내리고
산성지수가 높아지자
붉은 철마는 누런 철마가 되고
파란 철마는 거무죽죽한 철마일 뿐이다
어디에 붉은 철마가 있고
어디에 파란 철마가 있는가
위나 아래나
달리고 싶은 철마의 바퀴를 녹슬게 하는
누렇고 거무죽죽한
미세먼지의 추종자들이 있을 뿐
시작노트
아버지와 장인어른은 함경남도에 사시다가 6.25 전쟁 때 월남하신 분들이다. 두 분 다 생전에 고향을 무척 그리워하다 돌아가셨다. 6월 이맘때쯤이면 평소 장인어른이 하시던 말씀이 불현듯 떠오르곤 한다.
“윗놈들이나 아랫놈들이나 똑같다. 믿을 놈 하나 없어.
김 서방! 저들의 철마와 우리의 철마는 다르다네.
저들의 철마는 윗놈이나 아랫놈이나 어떻게든 더 큰 권력을 가지려는 권력의 철마이지. 우리네처럼 고향으로 달려가는 철마가 아니라네. 그저 강철로 만들어진 부서지지 않는 권력의 철마를 타고 달리고 싶은 거라네.”
뉴스에서 한탄강 임진강변에 내려진 미세먼지 주의보를 보다가 불현듯 점점 녹슬어가는 철마가 생각났다. 어쩌면 철마는 세월에 녹이 슨 것이 아니라 저 탐욕스러운 권력을 지향하는 붉거나 푸른 것을 강조하는 미세먼지 같은 자들에 의해 녹슬어간 것인지 모른다. 마음의 고향으로 달려가는 열차 바퀴를 녹슬게 하는 자들의 아우성이 여전히 생생하게 들려오는 유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