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블록*
우리들은 눅눅해진 문명인이어서
현재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힘든 곳
연극적인 삶이 부메랑처럼 떠돌아다니는
지난날의 모든 것을 거부당한 지금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서라
선거철 사탕발림으로 풍자하는 거리
돌멩이 창은 깨진 앨범에 박혀
다른 시간대로 날아가지 못해요
화려한 술집에서 맥주를 들이키면
장마처럼 쏟아지는 탱고 리듬과 팝숑
그곳은
도시 문명을 먹고 자란 그림자들로 무성해요
새로 고친 레드펀 코로보리*
우리들의 전통 춤과 노래,
읽다 만 어제의 이야기
술과 마약에 취해서 말라붙은 핏자국
낯선 벽에 선명한 무늬로 남아있어요 오늘도
죽은 친구들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서
돈을 내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감상하러 갑니다
이유를 거부당한 영화 속에서 아직도
사냥춤을 추고 디저리두*를 불지요
*The Block: 레드펀(redfern)의 원주민 집단 거주지역. 1973년 이곳에 ‘더 블록’을 지정하여 40여년 동안 호주 원주민들의 회합장소가 되어 왔으나 지금은 마약과 범죄, 실업에 찌든 빈민가로 전락했다. 최근에 개발지역으로 선정되어 ‘더 블록’의 원주민들은 불안한 미래에 직면해있다.
*Corroboree(코로보리): 2014년 호주 원주민의 애보리진 문화와 동물원을 융합한 시설로 원주민의 전통음악 춤 등을 공연하고 그들의 문화를 알린다.
*Didgeridoo(디저리두): 호주 원주민의 전통악기
시작노트
애보리진 및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의 목소리에 대한 대국민투표를 했지만 결국 반대의 목소리가 더 컸다. 원주민들은 6만5천 년 이상 호주 땅에 거주해왔지만 아직도 호주의 헌법에는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법과 정책들에 대해 정부에 조언을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이 수록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독특한 지위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원주민들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뼈아픈 역사, 그들의 현재 삶의 작은 한 부분을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