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의 푸른 하늘
유칼립투스 숲속
모닥불이 동생의 이야기 듣고 있다
비행기에 농장주의 꿈 꾹꾹 눌러 담았어
지평선이 보이는 농장이었어
대문에서 초원을 가로질러 한 시간을 가야
살림집이 있었어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어 그 넓은 농장에서
내가 허물어트린 사탕 같은 약속 수선하느라
손은 여기저기 구멍 난 면장갑 같았어
냇가에 무지개 송어가 많았어
말에게 물을 먹이고 개울을 건너다보면
마음에 신열처럼 피어오르던 무지개가
물에 흥건히 풀어져 있었어
가난이 기름때처럼 묻어있는 그의 누빈 잠바
불빛에 번들거렸다
공사장에서 밀린 2주 치 임금을 받으면
말들이 기다리는 농장으로 갈 거야
시들어 가는 불을 쑤석이며
중얼거리는 그는
여기에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동생은
저녁해가 땅에 닿을 때까지
모닥불을 헤집으며
얼룩진 꿈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시작 노트
괴테는 말한다.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때가 온다.” 호주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 무작정 비행기 트랩에 올랐을 리 없다. 비행기보다 더 높이 날겠다는 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밖을 나서는 순간 차들이 매연을 내뿜으며 질주하고 차가운 바람 발등을 밟고 달려간다.
힘겹게 짊어지고 온 꿈, 때론 낙엽이 되기도 하고 때론 솟구치는 분수가 되기도 한다. 가끔 이방인으로 어느 낯선 거리를 걷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럴 때면 모닥불 앞에 앉은 동생에게 묻는다. 무엇으로 살아야 하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