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방송인 등에게 “잡아 교수형에 처하라”, 극단적 비난 담아
녹색당 의원 등 정치인도 포함… 매릭빌–피터샴 지역서 다수 포스터 발견
시드니 이너웨스트(inner west) 지역에 호주 유명 정치인, 무슬림계 방송인을 겨냥한 인종차별 포스터가 붙여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피터샴(Petersham) 곳곳의 건물 벽에 붙여진 포스터는 포켓몬 카드 모양으로 사라 핸슨-영(Sarah Hanson-Young) 녹색당 상원의원, 중동계 정치학자 겸 방송인 왈리드 알리(Waleed Aly), ABC 방송사의 무슬림 방송인 야스민 압델 마지드(Yassmin Abdel-Magied)의 사진과 함께 “잡아 교수형에 처해라” 또는 “잡아서 추방해라”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금주 월요일(10일) 집 근처에서 해당 포스터를 발견한 이 지역 주민은 “너무 끔찍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몇 시간 후 다시 같은 길을 지나가게 된 그녀는 이 포스터들이 찢겨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매릭빌(Marrickville) 관할지역 당직 경관은 “책임자를 추적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터는 압델 마지드를 ‘골칫거리 페미니스트’, ‘말 많은 호주 혐오자’라고 비난하는 문구와 함께 그녀의 사진에 ‘업데이트: 스스로 망명함’이라는 문구를 겹쳐 놓았다.
수단 출신 이슬람교도로 호주 공영방송 진행자 겸 사회활동가인 그녀는 안작데이(ANZAC Day)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누스 섬, 나우루, 시리아, 팔레스타인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올렸다가 비난을 샀다. 최근 그녀는 런던으로 옮겨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명 방송인 겸 칼럼니스트인 알리는 정치와 테러리즘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에 관해 대담한 발언을 서슴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는 ‘가장 문화적 영향력이 큰 인물 톱 15’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재치와 지식을 겸비한 매력적인 인물로 세간의 추앙과 신임을 받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음흉하다는 평도 함께 받고 있다.
난민자의 인권보호를 표방해온 정치인으로 알려진 핸슨-영(Sarah Hanson-Young) 의원을 겨냥한 포스터에는 “자기혐오와 국경개방을 부추겨 호주를 파괴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chinkamon’과 ‘apexemon’라는 제목으로 된 또 다른 두 포스터는 “평균 IQ 75, 타고난 범죄자”, “복지혜택 누리는 범법자”라는 일반적으로 인종적 고정관념을 나타내는 문구가 담겨 있다. ‘chinkamon’은 호주인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주의를 담은 ‘chink’와 ‘몬스터’(monster)를 합성한 단어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호주의 국수주의를 표방하는 극우단체인 ‘Aussie Nationalists’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당신의 지역에 사랑을 전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이 포스터들을 게재한 것으로 보아 이들을 배후 인물들로 지목하고 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