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매물 수 677채… 켄싱턴 소재 주택 잠정가 43만 달러 ↑
677채의 주택이 매물로 나온 지난 주말(27일), 도심 인근 켄싱턴(Kensington) 소재 주택 경매를 지켜본 부동산 관계자들은 “시드니 부동산 붐이 다시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시드니 주택 시장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4개 침실의 이 주택이 잠정 가격에서 무려 43만 달러 높은 금액에 낙찰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최종 낙찰가에 이르기까지 예비 구매자들이 벌인 입찰가 경쟁은 1년여 전까지 이어지던 시드니 주택 시장 강세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돈캐스터 애비뉴(Doncaster Avenue) 상의 이 주택 경매에는 6명이 입찰했다. 찰스 데이허(Charles Daher) 경매사가 경매 시작을 선언하고, 입찰자들이 한결같이 침묵을 지킬 때만 해도 낙찰이 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이런 가운데 시드니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한 투자자가 180만 달러의 입찰가를 제시하면서 이 주택에 대한 입찰자들의 가격 경쟁이 시작됐다. 첫 입찰가 제시 후 몇초 만에 5만 달러 높은 가격이 나왔고, 10만 달러 높은 가격이 제시되면서 예비 구매자들의 제시 가격은 순식간에 210만 달러에 달했다.
645스퀘어미터 부지의 이 주택에 대한 입찰자들의 가격 제시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고 242만5천 달러에 이르렀을 때 마지막 가격 제시를 했던 입찰자가 다른 이들의 입찰을 막기 위한 비용으로 10만5천 달러를 제안하면서 경매를 지켜보던 이들을 놀라게 했다.
10만5천 달러의 ‘녹아웃’ 금액 제시에 대해 데이허 경매사가 다시 한 번 입찰자의 의견을 묻자 그는 “Yes”라고 답했으며, 이날 경매는 253만 달러 낙찰로 막을 내렸다.
NSW대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학생 신분의 낙찰자는 부모를 대신해 이날 경매에 입찰한 사람으로, 가족이 이사하기 전 이 주택을 개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매를 진행했던 부동산 회사 ‘Laing+Simmons Kingsford’ 사의 니콜라스 에프로시니스(Nicholas Efrossynis)씨는 근래의 침체된 주택 시장을 감안, 경매 캠페인 기간을 4주에서 한 주 연장해 5주 동안 진행했다면서 “이번 경매는 아주 강력한 결과이며 최근의 시장 흐름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지금과 같은 주택 시장 상황에서 예비 구매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쉽지 않기에 모든 판매 캠페인을 동원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매를 진행한 데이허 경매사는 “최근 몇 주 주말 경매 결과가 절반 수준의 낙찰률을 보이는 가운데 판매자와 구매자의 ‘기대 가격’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만약 주택을 매물로 내놓는 판매자가 매매가에 대해 현 시장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낙찰률은 65-70%로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을 시장에 내놓은 벤더(vendor) 입장에서 높은 가격을 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현 시장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에프로시니스 에이전트는 “경매 낙찰률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매를 했던 매물들은 이후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판매되고 있다”면서 “경매 낙찰률은 현재의 주택 거래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척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경매를 통해 높은 가격을 기대했던 벤더가 입찰가를 받아들이지 않아 낙찰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결국은 현 시세를 받아들이고 중개회사를 통해 판매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켄싱턴에서 멀지 않은 쿠지(Coogee)의 마운트 스트리트(Mount Street) 상에 자리한 세미하우스는 2명의 입찰 등록자 중 한 명만 입찰한 가운데 190만 달러에서 경매가 시작됐고, 벤더와의 협상 끝에 220만 달러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다.
3개 침실의 이 주택이 마지막으로 거래됐던 것은 지난 1999년으로 당시 거래 가격은 70만 달러였다.
지난 9월까지 1년 사이 시드니 주택 가격은 평균 6.5%가 하락했지만 지역별로 보면 도심(city)과 동부(eastern suburbs)는 가격이 하락하기보다 오히려 1.1%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쿠지(Coogee)의 세미하우스 경매를 진행한 ‘McGrath’ 사의 아드리안 보(Adrian Bo) 경매사는 그 이유로 “이들 지역의 신규 주택 공급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모스만(Mosman)에서 44년 만에 매물로 나온 3개 침실 주택 또한 켄싱턴 주택 사례처럼 높은 낙찰가로 화제가 됐다. 칼립소 애비뉴(Calypso Avenue) 상의 이 주택은 소유자가 사망하면서 매물로 나온 것으로 17명의 예비구매자가 입찰, 상당한 가격 경쟁을 이어간 끝에 280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는 잠정 가격에서 무려 55만 달러 높아진 것이다.
카바리타(Cabarita)의 무어 스트리트(Moore Street) 상에 있는 3개 침실 주택은 3명이 등록했으나 정작 경매에 나선 예비구매자는 한 명이었으며, 이날 경매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매를 진행한 ‘LJ Hooker Drummoyne/Concord’ 사의 벤 호우드(Ben Horwood) 에이전트는 이 주택의 잠정 가격은 200만-220만 달러였다며 경매에 등록했던 3명 모두 이 가격에 관심을 보였기에 조만간 협상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피어몬트(Pyrmont)의 2개 침실 아파트 또한 이날 경매는 유찰됐다. 이 아파트는 이날 경매에서 160-170만 달러의 잠정 가격에 책정되었지만 단 한 명이 입찰한 가운데 최고 입찰가는 150만 달러였다. 이 아파트가 마지막 거래된 것은 지난 2014년으로 거래 가격은 128만5천 달러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