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인간 배설물-약물-PFAS 화학물질 혼합” 분석… 만들어진 출처는 아직 불분명
지난달(10월) 주요 시드니 해변을 폐쇄하게 만들고 당국을 당혹스럽게 했던 해변의 검은 공 모양 물체가 무엇인지 ‘일단’ 파악됐다. 과학자들의 분석을 보면, 이는 인간 배설물, 불법 약물, PFAS(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특정 물질을 물이나 얼룩, 기름, 열에 강하게 하는 데 사용되는 합성 화학물질)의 ‘역겨운’ 덩어리이다.
초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물체는 타르(tar)로 만들어졌으며 유류 유출이나 선박 폐기물에서 왔을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테스트 결과, 하수 시스템에서 흔히 발견되는 ‘fatbergs’(하수 시스템에 쌓이는 지방과 고형 폐기물 덩어리들)와 더 유사하다는 게 밝혀졌다.
이를 분석한 NSW대학교 화학과 존 베브스(Jon Beves) 교수는 “공 모양의 검은 물체에는 식용유, 디젤 등의 연료, THC(Delta-9-tetrahydrocannabinol. 화학 요법으로 인한 메스꺼움이나 구토 증세를 치료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데 사용되는 약용 화합물), 메스암페타민을 포함한 불법 약물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물체의 성분은 인간이 발생시키는 폐기물, 즉 하수구에서 나오는 것과 일치하는 종류”라며 “우리 지역 하수 시스템에서 나온 것인지, 선박에서 방출된 것인지. 아니면 하수구에서 물에 의해 떠밀려 온 것인지 등 이것이 해변으로 온 출처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베브스 교수가 “다루는 데 있어 매우 불쾌했다”고 표현한 이 물체는 다양한 분석을 위해 대학 내 여러 연구실로 전달됐다. 그에 따르면 이 검은 물체에서는 상당히 역겨운 냄새가 풍겼다.
어디에서 해변으로
왔는지는 알지 못해
이 물체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10월 16일, 쿠지 비치(Coogee Beach)로, 당시 인명구조대원(lifeguard)들이 처음 보고했으며 곧이어 본다이 비치(Bondi), 브론테(Bronte), 타마라마(Tamarama), 마로브라(Maroubra)에 있는 해변에서 더 많은 수의 검은 공 모양 물체가 발견됐다.
신고를 받은 랜드윅 시의회(Randwick City Council)는 초기 검사를 통해 “독성이 있는 타르”라는 결론을 내린 후 이를 폐기했고 해변은 즉시 폐쇄됐다. 또한 보건당국은 대중들에게 해변 이용을 경고했다.
베브스 교수는 “해변에서 이 같은 물체가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이것들의 구성 성분이 같은 것으로 일관되어 있다”며 “그렇기에 여러 다른 장소가 아니라 한 곳에서 각 해변으로 온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NSW 환경청인 ‘NSW Environment Protection Authority’(EPA)는 “당국에서도 선박 또는 폐수에서의 유출을 포함해 여러 가능한 원인을 고려했지만 공 모양의 ‘복잡한 성분 구성’으로 인해 정확한 출처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EPA는 이 물체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며, 최종 보고서는 몇 주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물체가 처음 발견된 이후 시드니 수도 당국인 ‘Sydney Water’는 “본다이, 말라바(Malabar)의 수자원 시설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선박운송 당국(Transport for NSW Maritime) 또한 공 모양의 검은 물체가 발견되기 며칠 전부터의 기상 패턴을 조사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