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한기, 답답하고 목이 졸리는 느낌, 투어 중 졸도하는 일도 발생한다는데…
유령은 있다? 없다? ‘미스터리’는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령 출몰’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실제 목격자가 있다 해도 선뜻 믿기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터이다. 인터넷을 장식하는 유령 출몰 현장은 꽤 많다. 영국 북서부 켄트 다운스(Kent Downs) 지방의 플럭클리(Pluckley) 마을은 상당수의 유령이 출몰하고 이를 목격한 이들의 증언이 생생하여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됐다고 한다.
유령이 출몰하는 지역이나 특정 장소를 보면 으레 끔찍한 사건이나 사연이 깔려 있다. 유령이 나타난다는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지어낸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령이 출몰할 개연성을 설명하는 것(believe or not!)이다.
영국 죄수의 수용에서 시작된 호주의 역사를 보면 유령 출몰의 신빙성을 보태주는 많은 사연들, 그런 장소들이 있고, 선도적 관광 국가답게 이를 ‘유령 체험’으로 상품화 하는 노련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유령 체험을 통해서이든 아니든 유령 목격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이 또한 믿거나 말거나).
실제로 이 투어에 참가했던 이들 가운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숨이 가빠지고 또는 목이 졸리는 듯한 느낌을 털어놓는 것을 보면, 유령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체험’을 했음은 분명한 듯하다. 그들의 이야기가 또 한 번 believe or not이지만.
■ Lantern Ghost Tours
1788년 아서 필립이 이끄는 첫 영국 죄수 선박인 제1함대(First Fleet)가 시드니 코브(Sydney Cove)에 도착한 뒤 죄수와 이들을 관리할 군인 및 가족들이 맨 처음 터를 잡은 곳이 지금의 록스(Rocks)였다. 현재 이곳에 문을 열고 있는 글렌모어 호텔(Glenmore Hotel)은 당시 록스에 도착한 군인, 항해사, 죄수들이 집단으로 야영을 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호주 원주민들뿐이었던 이 땅에 도착한 이들은 이 거대한 바위 언덕(이 때문에 The Rocks라는 지명이 만들어졌다)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자연히 록스는 온갖 사람들이 모인 집합소가 됐다. 영국에서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한 술주정뱅이, 좀도둑, 사기꾼에 온갖 전염병이 돌았으며, 법에 대한 한 치의 존중조차 포기한, 그야말로 ‘야생의 서부’(wild west)같은 곳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식민지를 개척하던 영국 관리와 군인들에 의해 목숨을 잃는 이들 또한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록스에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펍(pub)들이 있으며, 이곳에서의 유령 목격담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Lantern Ghost Tours’는 바로 록스 일대의 유령 출몰 장소를 방문하는 투어 프로그램이며, 일반인들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곳으로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설명을 곁들인다.
△ 출몰 유령: 7~8
△ 가장 무서운 유령: Ann Walker(1831년, 누군가에게 살해된 여성의 사체가 두 명의 노동자에게 발견됐다. 여성의 사체는 상당히 부패된 상태였다.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죄수 신분의 앤 워커였으며, 이 고스트 투어에 참가한 이들 중에는 검은 옷을 입은 워커의 유령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다).
△ 투어 중 일어나는 일: 언젠가 투어에 참가한 한 젊은 여성은 갑자기 누군가로부터 목이 졸리는 느낌을 받았으며, 13일의 금요일(Friday 13) 투어에서는 한 참가자가 투어 도중 두 차례 기절하는 일이 일어났다.
△ 참가 신청: https://www.redballoon.com.au/product/haunted-sydney-ghost-tour—1.5-hours/LGT029-M.html?listName=search%20results&irgwc=1&utm_source=Skimbit%20Ltd._impact-creator&utm_medium=affiliate&utm_campaign=BAU&irclickid=xOcwyQ0-CxyKRBFTyvWxW0OyUkCw6S2FPRzxys0
■ Q Station Ghost Tours
시드니 맨리(Manly) 인근, 노스 헤드(North Head)의 시드니 하버(Sydney Harbour) 북쪽에 자리해 있으며 정확한 명칭은 ‘노스 헤드 검역소’(North Head Quarantine Station)였다.
1832년 8월 설립된 이 검역소는 식민지 시절, 영국에서 들어오는 선박이 맨 처음 정박하는 항구였다. 검역소라는 말 그대로 새로운 병원체의 침입을 막기 위한 기관으로, NSW로 입국하는 이들의 전염병 감염 여부를 검사했으며,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을 일시 수용하는 기능을 했다. 당시 영국에서 호주까지 오는 데에는 약 2개월이 소요됐고, 선박 안에서 갖가지 질병이 발생해 목숨을 잃거나 NSW에 도착한 뒤 이곳에 수용되어 있다가 사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1984년, 검역소를 이전하면서 오늘날 이곳은 호텔, 회의실(conference centre), 레스토랑 등이 한자리에 있는 복합 기능으로 활용되며, ‘시드니 하버 국립공원’(Sydney Harbour National Park)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백인 정착 초기, 수많은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간직되어 있는 문화유산 중 하나이며 특히 질병으로 인해 이곳 수용시설에서 사망한 이들이 많다는 점은 유령 출몰의 개연성을 충분히 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Q Station은 유령 목격담이 많고 이곳의 고스트 투어는 가장 잘 알려져 Q Station이 운영하는 ‘Ghostly Encounter’는 20여 년 전부터 운영되어 왔으며,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 10월31일)에는 특별 고스트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 출몰 유령 수 : 셀 수 없음(endless. 고스트 투어에 참여한 이들은 물론 이곳의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이용한 이들로부터 이상한 소리나 오싹한 느낌, 유령으로 보이는 그림자를 보았다는 보고가 수없이 많다).
△ 가장 무서운 유령 : 이곳 검역소에서 사망한 이들을 묻어주기 위해 무덤 파는 일(gravedigger)을 했던 사무엘(Samuel)이라는 유령으로 종종 아이들 앞에 나타나며, 술에 취해 화를 내는 모습이 목격된다.
△ 투어 중 일어나는 일 : 투어 참가자들이 기절하거나 갑자기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
△ 참가 신청:
https://qstation.com.au/ghost-tours/ 또는 https://www.experienceoz.com.au/en/sydney/adult-ghost?product-id=2094&option_id=5806&source=cu&language=en¤cy=AUD&gad_source=1&gclid=CjwKCAjwxNW2BhAkEiwA24Cm9BH7NDC0bqS5nW-TiyKna8Nvk1Zw1sLQkLEUAn4ESud4cg5Ai4qQdRoCY5cQAvD_BwE
■ Ghost Night at Old Government House
파라마타(Parramatta)에 자리한 Old Government House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로, 이 옛 총독 관저 또한 유령이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한 목격자는 관저의 2층 창문에서 파란색의 드레스를 입은 젊은 숙녀가 애완견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그는 이 여성이 NSW 총독을 지낸 윌리엄 블라이(William Bligh)의 딸이라고 추정했다.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한 유령만 있는 게 아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피츠로이 부인(Lady Fitzroy)으로 추정되는 유령 목격담을 전하고 있다. 피츠로이 부인은 NSW 주 10대 총독을 지낸 찰스 피츠로이(Charles Augustus Fitzroy)의 부인으로, 1874년 마차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었다. 이후 그녀의 모습을 한 유령이 나타내곤 하자 사람들은 그녀가 사고로 사망한 뒤 그녀의 시체가 놓였던 관저의 로비 자리에는 발을 디디지 않는다고 한다.
△ 출몰 유령 수 : 5
△ 가장 무서운 유령 : 검은 옷을 입은 남성 유령(옛 총독 관저에서는 이 유령이 자주 목격되곤 하는데, 투어 참가자들 중에 하인의 방이었던 곳에서 목이 졸리는 느낌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식민지 시대, 학대를 받았던 하인이 죽은 후 유령으로 출몰하는가 하면 본인이 당했던 일을 투어 방문객들에게 그대로 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투어 중 일어나는 일 : 총독 관저에서의 유령 목격담이 이어지자 초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이들이 조사를 위해 이 관저를 찾아왔다가 무슨 일인지 허겁지겁 뛰쳐나가며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 Cockatoo Island Haunted History Night Tour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에 자리한 코카투 섬(Cockatoo Island)은 시드니 하버(Sydney Harbour)에서 가장 큰 섬으로 파라마타 강(Parramatta River)과 레인코브 강(Lane Cove River)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전체 면적 18헥타르에 이르는 이 섬은 백인들이 들어오기 이전, 가디걸(Gadigal) 부족 원주민들이 물고기를 잡던 주요 포인트였다. 백인들이 들어온 이후 이 섬에는 죄수 유배지가 만들어졌으며 소년원과 교도소로, 이후에는 조선산업 기지로 그 역할을 해 왔다. 한때 울창한 검트리 나무가 무성했던 이 섬에는 예전의 산업시설과 죄수 수용소 흔적들이 남아 있으며, 현재는 캠프장과 다양한 행사가 가능한 레스토랑이 문을 열고 있다. 죄수 수용소로, 또 일반 교도소(1839년부터 1869년까지 운영)로 중요한 역할을 하던 당시의 끔찍했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며, 그런 점에서 유령 출몰의 개연성은 충분하다. 실제로 이곳에서 유령을 보았다는 목격담은 무수히 많다.
이 투어 프로그램은 이곳의 죄수 교육시설과 감옥, 지하 터널, 이곳 죄수 관리자들이 거주하던 Biloela house를 방문하며, 이 과정에서 투어 참가자들은 세찬 바람소리와 온몸을 전율케 하는 오싹한 느낌을 호소하는가 하면 담배 냄새가 난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 출몰 유령 수 : 엄청남(enough)
△ 가장 무서운 유령 : 조지(George)라는 이름의 나이 많은 병사(이 유령은 여전히 이 섬을 떠돌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 투어 중 일어나는 일 : 투어 참가자들은 누군가 자신의 목 아래서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느낌, 또는 갑자기 한기가 온몸을 뒤덮는다고 호소하곤 한다.
△ 참가 신청: https://www.cockatooisland.gov.au/en/tours/guided-tours/ghost-tour/
■ Red Coat History Ghost Tours, The Rocks
록스와 이어진 밀러스 포인트의 로워 스트리트(Lower Street, Millers Point)에 있는 The Hero of Waterloo Hotel은 록스 지역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펍 가운데 하나로, 현재는 스윙 재즈 라이브 공연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나폴레옹에 맞서 승리한 워털루 전투의 영웅들을 상징하는 이 펍은 록스의 다른 펍이나 역사적 장소와 마찬가지로 유령의 장난과도 같은 초자연적 현상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이런 일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1849년 이곳 주인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아내의 유령이다. 남편이 계단에서 의도적으로 밀쳐내 사망한 아내는 유령이 되어 이곳을 떠돌며 펍의 가구를 옮겨놓는다던가 한밤중에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또한 붉은색 코트의 영국 군인 복장을 한 남성이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The Hero of Waterloo Hotel에서의 고스트 투어는 이 같은 과거의 이야기와 함께 밀수한 럼주를 숨겨놓기 위해 만든 지하실 탐방으로 이루어진다.
△ 출몰 유령 수 : 2
△ 투어 중 일어나는 일 : 간혹 피아노 소리를 듣거나 차가운 바람이 지나는 듯한 느낌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 참가 신청: https://heroofwaterloo.com.au/hero-red-coat-history-ghost-tour/
■ 기타 공포 체험
▲ Ghostly Garden Tour, Royal Botanic Garden
시드니 로얄 보타닉 가든(Royal Botanic Garden)의 이 프로그램은 어둠이 내린 이후 시간,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드문 기회로 공포감을 주는 거대한 나무 사이의 어두운 길을 따라가고 음침한 우물을 거쳐 동굴을 지나기도 한다. 가이드가 이 정원의 과거, 으시시하고 기괴한 사건 등을 이야기하는 도중, 박쥐가 소리를 내며 날아올라 투어 참가자들을 놀라게 하거나 나무 위에서 야생동물이 방문객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고르지 못한 길을 따라 걷게 되므로 워킹 슈즈를 착용하고 손전등을 지참하는 게 좋다.
△ 참가 신청: https://www.botanicgardens.org.au/whats-on/ghostly-garden-tour
▲ Fisher’s Ghost Hunt Investigation Tour, Campbelltown
시드니 남부, 캠벨타운(Campbelltown)의 관광상품 중 하나로 공포 체험을 즐기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18세 이상만 참가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캠벨타운에서 유령이 가장 많이, 자주 출몰하는 것으로 소문이 난 Quondong Cottage에서의 고스트 체험이며 여러 장비를 갖춘 고스트 헌터의 실제 조사를 따라 가는 과정이다.
△출몰 유령 수 : enough
△참가 신청: https://www.facebook.com/sydneyinvestigationghosttours/
▲ Sydney Ghost Tours, Cammeray
노스 시드니 카운슬(North Sydney Council) 구역의 카머레이(Cammeray)에서 진행되는 고스트 투어 프로그램으로, 묘지와 유령의 저택, 영안실로 사용됐던 역사적 별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지역의 어두웠던 과거를 더듬는 한밤중의 도보 투어로 Cammeray Square에서 시작하여 사랑, 탐욕, 끔찍한 살인, 식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소들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여러 초자연적 이야기를 듣게 된다.
△참가 신청: https://www.sydneyghosttour.com/haunted-sydney-ghost-tour.html
▲ Paramatta Gaol Ghost Hunting And Tours, Parramatta
백인 정착 초기, 록스(Rocks)에 이어 농장 개발이 진행된 곳은 파라마타 강(Parramatta River)를 낀 지금의 파라마타 일대였다. 그 즈음인 1796년, 이곳에 만들어진 파라마타 감옥(Parramatta Gaol)은 역사적으로 가장 끔찍했던 일들이 자행됐던 곳이기도 하다. 처음 문을 연 이래 현재는 역사 유산(heritage)으로 여러 차례 재건을 거쳐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이 감옥에서 진행되는 고스트 헌팅 프로그램이다. 갖가지 사연을 가진 수감자와 그들이 엮어야 했던 끔찍한 일들을 감안하면 이 감옥에서 유령이 출몰한다는 이야기는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고스트 헌터가 투어 참가자를 안내하며 갖가지 장비를 동원해 유령과 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 참가 신청: https://www.parramattagaolghosttours.com.au/
▲ Blue Mountains Ghost Bus Tour
5시간에 걸쳐 버스를 타고 블루마운틴 일대의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살인, 사고, 흉악범, 교수형 등 이 지역에서 벌어졌던 여러 가지 끔찍했던 과거의 이야기, 산악지대의 험준한 풍경 뒤에 숨어 있는 유령 출몰 장소, 버려진 묘지를 방문하면서 블루마운틴의 숨겨진 과거를 발견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스트 타운이 된 Hartley Historic Site의 죄수 무덤, 감옥, 그리고 죄수 노동자들에 의해 건설된, 지금의 Western Highway에 있는 빅토리아 고개(Victoria Pass. 블루마운틴 정상을 지나 Lithgow와 Bathurst로 이어지는, 산 아래로 내려오는 급격한 도로로 1830년에서 1838년까지 8년간의 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에서는 종종 나타나곤 한다는 ‘검은 옷의 여인’ 유령과 마주칠 수도 있다.
△ 참가 신청: https://www.bluemountainsmysterytours.com.au/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