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여인과 꽃
여인은 거울 앞에서 부드럽게 머리를 빗으며 스스로에게 웃는 연습을 했다. 꽃병에 있는 꽃을 손가락으로 만져주고 치마를 펴서 의자에 앉았다. 누군가 다가와 스스로를 봐주기를 참으면서 기다렸다.
이윽고 그들이 왔다.
호기심 어린 눈동자들은 여인을 응시했다. 그 눈초리는 몸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훑다 못해 아예 살 속으로 타 들어올 듯했다. 80 x 55cm 금빛 액자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굶주린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여인은 불안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재빨리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냈다. 여인이 자신이 하는 모든 움직임을 쫓아다니는 눈들과 자기가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올라가 있는 입꼬리들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여인은 늘 똑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자신을 단정히 꾸미고, 꽃을 정리하고, 치마를 매만진 뒤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를 바라보던 호기심 어린 눈동자는 차갑고 계산적인 눈빛으로 변해갔다. 여인이 하는 몸짓 하나하나 비판하기 시작했다. 여인의 웃음은 점점 흔들렸다.
자신을 노려보는 감정 없는 눈빛들에 둘러싸인 악몽을 꾸곤 했다. 어둠 속에서 메아리치는 말들이 여인의 심장을 수천 개 작은 칼날로 찌르고, 숨을 막고,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울렸다. 겨우 잠에서 깨어나 얼굴을 씻고 다시 그 눈빛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섭고 떨렸다.
금빛 액자 앞에 모인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여인 또한 자신이 계속 작게 되고 있음을 느꼈다. 누군가 떠날 때마다 두려움이 가슴을 찔렀고 누군가 자신에 대해 말을 할 때마다 부끄러움으로 손과 발끝까지 온 몸이 달아올랐다. 웃음소리는 악의적이고 거칠게 들렸고, 모든 언어가 여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결국 아무도 여인의 액자를 찾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여인을 힐끗 보고 지나치며 다른 그림으로 향했다. 더 젊고, 예쁘고, 날씬하고, 친절해 보이는 소녀를 그린 그림들이 관람객들을 향해 웃음을 보냈다. 마침내 사람들은 아예 여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게 됐다. 여인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왜 나를 그렇게 판단하는 걸까?
나는 왜 사람들이 분석하도록 걸려 있는 그림이 돼야 하는 걸까?
…
사람들은 자신들을 누구라고 생각할까?
여인 안에는 분노가 쌓였다. 더 이상 머리, 화장, 치마 모양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옆에 놓인 꽃들은 시들다가 썩었다. 여인은 자신을 바라보던 사람들을 오히려 내려다보며 미워했다. 반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욕에 모욕으로, 불에 불로, 칼에 칼로 맞섰다.
사람들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싫어한다. 이윽고 여인의 액자 주변에 테이프로 작은 테두리가 쳐졌고 하얀색 표지판이 설치됐다:
취급주의 곧 교체 예정
그날이 왔다. 인부 2명이 벽에서 금빛 액자를 떼어내 여인을 옮겼다. 꽃병이 기울어지자 썩은 꽃들이 쏟아졌다. 여인은 저주하고 소리 질렀다.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큰 일을 해치운 듯 반짝이는 인부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될 거라고 했잖아.
인부들은 다른 그림을 가지고 돌아왔다. 70 x 60cm 나무 액자 안에는 긴 금발에 짧은 드레스를 입은 긴장한 표정을 한 소녀가 호숫가에 앉아 있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들이 소녀를 따라다녔고 불나방처럼 다가와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난 날 이자리에 있던 여인과 꽃들은 다 잊혀졌다.
Painting of The Woman and the Flowers
Gently brushing her hair into place, she practised her smiles to herself. She touched up the flower in their vase, smoothed down her skirt and positioned herself in her chair. Then she waited patiently for someone to come along and notice her.
And so they did.
Curious eyes stared at her, examining every inch of her body, burning into her flesh. They peered hungrily at everything within the 80 by 55 cm gold frame. She looked around nervously, heart thumping, a cold sweat beginning to form. She quickly dabbed it away with a handkerchief, acutely aware of the eyes that followed her every move and the mouths that turned up as they came aware of her fear.
As the days went by, she always did the same thing. She made sure she presented herself nicely, organised the flowers, smoothed down her skirt and sat down gently on the chair. And over time, her smile wavered as the curious eyes turned cold and calculative, critiquing her every move.
She would dream of being surrounded by stony eyes, staring at her. Words echoing around her in the dark, stabbing her heart with thousands of tiny swords, suffocating her, ringing in her ears till they bled. Then she’d wake up, trembling and shaking as she washed her face and got ready to face those eyes again.
Slowly, the crowd around her 80 by 55 cm gold frame grew smaller and smaller, she too felt herself grow smaller. Fear jolted her chest when someone would walk away and shame would burn her body down to her fingertips and toes when someone would make a comment. The laughter turned mean and harsh, every remark weighing her heart down, lower and lower, till no one came to her frame.
They would walk by, giving her a glance, then move on to the other paintings. Full of younger, prettier, skinnier, kinder looking girls, all smiling at the onlookers. Then eventually, people started to not even look at her. But eventually she started to wonder.
Why are they judging me like that?
Why am I a painting on display for them to analyse?
…
Who do they think they are?
Eventually, anger built up inside her. She started to stop caring about her hair, makeup and the way her skirt sat. The flowers beside her started wilting, then rotting and she stared back down in disdain at the people, instead of them staring at her. She started to respond back, fighting their insults with her own, fighting fire with fire, swords with swords.
But people hate things they can’t control and eventually a little tape fence was made around her with a white sign reading:
FRAGILE
SOON TO BE REPLACED
So the day came, two workers prying the 80 by 55 cm gold frame off the wall and carrying her away. Her vase tipped, rotten flowers spilling out. She swore and screamed, cursing everyone who stood and watched her, eyes sparkling with a smug look almost saying:
I told you so.
The two workers came back with a different painting, a 70 by 60 cm wooden frame, with a nervous girl inside. Long blonde hair and short dress, sitting by a lake. The curious eyes followed her and like moths to a flame, walked over and started examining her, forgetting all about the woman and the flowers that were there bef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