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재 시드니 한국문학작가회 대표 “상호 문학적 비전 공유 통해 이민 문학의 깊이 더하는 계기”
시상식 후 김이듬 시인 <국제 시 축제와 한국시의 위상> 특별 강연 이어져
“시로 여는 시간이 참 좋다. 동주해외문학상 시상식에 밤 사이 적도를 건넌 시산맥 시인들과 시드니 문학회 동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김오, 윤희경 시인의 수상 소식을 함께 기뻐하고 고국과 이민 문학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상호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는 면에서 오늘의 이 자리는 매우 의미가 있다”.
유금란 시인의 인사말로 제9회 동주해외특별상 및 동주해외작가상 시상식이 지난 9월21일(토) 오전 11시 호주 시드니 메도뱅크 커뮤너티 센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행사 당일 아침 도착한 동주문학상 문정영 대표를 포함, 한국 시인 7명과 시드니 문인 50여명이 참가했다. 시상식 이후에는 한국에서 온 김이듬 시인이 특별 강연을 했다.
올해 동주해외작가특별상은 ‘잠깐’ 등 작품 5편으로 김오 시인에게, 동주해외작가상은 ‘고흐의 색’ 외 6편을 응모한 윤희경 시인에게 돌아갔다. 이번 수상 소식은 호주 한인 문인들이 쓰는 작품의 문학성이 한국과 해외 한인 문학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경사이다.
동주문학상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담긴 시 정신을 구현하고 이를 널리 확산하기 위하여 제정돼 광주일보와 동주문학상제전위원회, 계간 시산맥이 공동 주관한다.
동주해외작가특별상은 윤동주 선생의 민족애에 대한 깊은 뜻을 펴나가는 일을 시를 통해 이어가는 해외에 거주하는 시인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시적 연결성을 통해 수준 높은 작품을 쓰는 시인들을 엄선해서 시상하고 있다. 동주해외작가상은 해외에 거주하는 등단 10년 이상 된 시인에게 자격이 주어지는 상이다.
동주 문학상 해외 시상식은 2년전 미국 LA에 열린 후 시드니가 두 번째이다. 시상식에 앞서 김인옥 시인이 김오의 수상작 ‘잠깐’을, 수진 시인이 윤희경의 ‘고흐의 색’을 낭송했다.
장석재 시드니 한국문학작가회 대표는 환영사에서 “문정영 동주문학상 대표를 비롯한 시산맥 시인들이 함께 한 시상식과 만남을 통해 교민 작가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고, 서로 문학적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이민 문학이 깊이를 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문정영 시인은 축사를 통해 “기내에서 잠을 못잤어도 교민 문학인들을 대하니 힘이 솟는다”면서 “동주문학상은 처음 제정할 때부터 해외문학상과 함께 시작해 그만큼 해외 작품상은 의미가 있다. 오늘과 같은 자리를 통해 시드니 문인들과 앞으로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오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시인의 무기는 눈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눈물 한 방울 흘리면서라도 시를 써야하는데 그런 경험이 없다. 울며 몸부림치며 외롭게 시의 길을 가는 시인이 보고 싶고 시를 위한 길은 바로 그런 길이다. 시드니가 불모지고 척박한 땅이다. 시인이라 불리기에 미흡한 사람이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있기에 이 격려의 상을 염치를 무릅쓰고 받는다”고 말했다.
윤희경 시인 역시 수상 소감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동주해외작가상 수상소식을 들었다. 축하한다라는 말은 어디서나 ‘봄빛’이다. 시인 윤동주의 이름이 걸린 상, 제게는 감히 열어보기 힘든 하드커버였다. ‘우물에 비친 내 얼굴 오래 들여다보기’, 그 정한 의미를 잊지 말아야겠다. 좋은 시인의 길을 걸으라는 격려의 뜻으로 이 상을 받는다”고 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웹진 시산맥 주간인 김이듬 시인의 <국제 시 축제와 한국시의 위상>를 주제로 특강이 이어졌다. 해외에서 한국시가 가진 위상과 국제 시 축제를 참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한국의 시’를 주제로 한 로베니아 국제시 축제 방문 경험도 소개했다.
강연에서 김 시인은 “뼈아픈 고통이 없었던 사람, 눈물어린 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의 언어는 찬란할 수 있어도 중심으로부터 멀어진, 즉 이민자의 삶이 담긴 여러분의 시가 오히려 시의 깊이에 있어서 훨씬 빛날 것이다. 한국어로 쓴 시가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최절정에 와 있는 것 같다. 세계적인 흐름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는 만큼 이국 땅에서 어머니같은 모국어로 꾸준히 작품 활동하시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날 행사에는 한국에서 문정영과 김이듬 시인과 함께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의 김영찬, 김송포 성남 FM 진행자, ‘옆으로 누운 말들’의 배윤주, 박민서 시산맥 편집장, ‘요즘 입술’의 안이숲 등 모두 7명이 참가했다. 시드니에서는 캥거루, 동그라미, 글무늬 문학사랑회 등 여러 문학회 동인들이 수상자들과 기쁨을 함께 했다.
최옥자 글무늬 문학사랑회 회장은 “김오, 윤희경 시인의 수상 소식은 고국에서 멀리 떠나 척박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민자 문학인들에게 앞으로 시를 열심히 쓰라는 격려와 자극이 되었다. 또 이듬 시인의 강연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한 줄기 빗줄기 같았고 문학의 길에 대한 마음을 다지는 시간이 되었다”고 평했다.
전소현 객원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