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연구소 ‘e61’ 분석… 지난 10년간의 ‘이주 수요’ 변화, 생산성 감소 초래
연방 이민부, 임시-영주 프로그램 균형 재조정 등 ‘문제’ 부분 해결 의지 밝혀
지난 10여 사이, 호주의 ‘이주 수요’ 변화가 생산성 증가의 급격한 감소, 경제 확장 및 생활수준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파악된다는 새로운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경제 싱크탱크 ‘e61 Institute’가 내놓은 이번 보고서는 국내 모든 기업 및 근로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기업이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며, 이들 기업의 생산성 성과가 어느 수준인지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주 노동자들의 경우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 종사할 기능성이 더 높으며, 동일 산업 내에서도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서 일할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이는 2020년까지 지난 10년간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주 노동자들의, 낮은 생산성 업체 고용으로의 전환은 특히 해외 유학생 대상의 이민자 유입이 크게 증가한 것과 일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이주 노동자 수는 2011년에서 2020년 사이 약 66만 명이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는 비자 범주(visa categories)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으며, 특히 학생비자를 가진 근로자는 2014년 이후 단일 비자로 가장 많은 증가를 보였다.
이번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자 ‘e61 Institute’ 책임자인 댄 앤드류스(Dan Andrews) 연구원은 “이번 연구 데이터는, 호주의 경제적 수익 감소가 이주 프로그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 노동자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그 ‘향상’의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했다”는 그는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2010년대로 돌아가는 과정이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앤드류스 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또한 본질적으로 낮은 생산성, 노동집약적 부문의 상대적 확장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우리는 이민자들이 낮은 생산성, 접객 서비스, 행정 및 지원 업무 등 국내 서비스 부문에서 일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는 측정 생산성을 낮추었다”고 덧붙였다. “이주 노동자가 가장 크게 증가한 분야가 이들 부분이라는 점에서 총 생산량은 낮아진 것으로 집계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들 부분에서도 생산성이 더 낮은 업체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앤드류스 연구원은 “2011년에는 이주 노동자의 약 40%가 이런 업체에서 일했지만 2020년에는 4%포인트가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학생-워홀러, 생산성 낮은
업체에 압도적 고용
e61 Institute의 연구는 또한 이주 노동자들을 네 가지 비자 범주, 즉 영구이주 및 임시 숙련 근로자, 학생 및 워킹홀리데이 메이커로 분류해 분석했다.
그 결과 두 비자 카테고리에서 ‘일’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이주 노동자들은 생산성이 낮은 회사에 압도적으로 고용되었으며, 이런 경향은 지난 10년 사이 극적으로 증가했다.
앤드류스 연구원은 “2020년, 학생비자를 소지한 이들의 48%가 생산성이 낮은 업체, 즉 생산성 분포의 하위 40%에 속했으며, 이는 2011년의 45%에서 3%포인트 더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워킹홀리데이 메이커의 경우, 2020년 65%가 낮은 생산성 업체에서 일했으며, 이 또한 2011년의 58%보다 크게 증가한 비율이다.
이와 관련해 앤드류스 연구원은 ‘이것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고 잠재적으로 노동력 착취가 가능한, 이주 노동자에 의존하는 일부 저생산성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반영할 수 있는지 여부’는 더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 내에서 기업 생산성과 임금 사이에는 강한 연관성이 있다”며 “따라서 생산성이 가장 낮고 임금 또한 가장 낮은 업체에 노동력이 많이 유입된다면, 이런 업체들은 이주 노동력이 사라질 때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며, 더 생산적인 업체의 성장 전망을 뒷받침하는 데 요구되는 경제 구조조정을 늦추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앤드류스 연구원은 “그런 반면 이들 업체 노동자들의 협상력에도 의문이 있다”면서 “학생비자 활용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더 연구하고 싶은 것은, 학생비자를 가진 모든 이들이 실제로 학업을 이유로 호주로 입국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주비자를 취득하기 위한 잠재적 경로로 학생비자가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분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숙련 기술인력 유치,
더욱 확대해야
비숙련 이주 노동자들이 낮은 생산성 업체에 주로 고용되는 반면 숙련기술 인력들은 그렇지 않다.
앤드류스 연구원은 “이들의 경우 가장 생산성이 높은 업체에서 일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뿐 아니라 호주 현지 인력보다 더 많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 규모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숙련기술을 가진 이주 노동자가 생산적인 업체에서 일하는 것은 총 생산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며,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를 해결하고 사업을 더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어 그는 “지난 10년간 숙련기술 인력 이주의 효과가 일부 감소한 것은, 해외 숙련 노동자들에게 호주를 매력적이지 않게 만드는 규제 장벽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일화적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앤드류스 연구원은 “한 예로 2010년대, 호주는 고도로 숙련된 기술 인력을 호주로 유치하는 데 있어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는 꽤 오랫 동안 업데이트 되지 않은 비자 범주의 기술직 목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그는 “생산성 성장과 그것이 생활수준 향상에 미치는 상당한 영향을 고려할 때,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더 긴급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가장 생산적인 이주 노동자들이 가장 생산적인 기업에 분포되는 비율은 중간 정도인 반면, 경제적 목적이 아닌 상태로 호주에 유입된 노동력이 생산성 분배의 최하위 업체들에 집중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생산성 성장을 막는 이중고와 같다”는 게 앤드류스 연구원의 말이다.
한편 클레어 오닐(Clare O’Neil) 이민부 장관은 최근 연설에서 이 문제를 인정하면서 “연방정부는 이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장관은 “호주의 이민 시스템은 망가졌으며, 전략적이지 않고 복잡하며 또한 비용이 많이 든다”며 “게다가 아주 더디게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닐 장관은 “임시 및 영구 이주 프로그램의 균형을 재조정하고 해외 숙련기술 인력들에게 호주를 ‘매력적이지 않은 이주 목적지’로 만드는 복잡한 행정 절차도 수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호주는 관료적 지연으로 오늘날 전 세계가 유치 경쟁을 벌이는 높은 가치의 기술 이민자를 막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그들 앞에 ‘레드카펫’을 펼쳐놓고 있다”고 비유한 오닐 장관은 “우리는 계속 이렇게 할 수 없으며 현 정부도 그럴 의도가 없다”며 기술인력 유치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